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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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스트가 필요 없는 AG 야수진

기사입력 2010.09.07 07:22 / 기사수정 2010.09.07 07:22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국가대표팀 선발은 언제나 쉽지 않다. 지난 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 명단도 마라톤 회의를 거친 끝에 발표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결정이 어려웠던 이유는 과거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한국 야구에 공-수-주를 두루 갖춘 야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야수들 중에서는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했다. 단기전이라 어차피 타선의 파괴력만으로 매 경기 이기기가 어렵고, 공-수-주를 두루 갖춘 야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는 스페셜리스트는 대표팀의 보이지 않는 감초였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대표팀에는 수비-주루에 특화된 1~2명이 대표팀에 꼭 포함됐었다. 2006년 제1회 WBC에서도 김재걸(삼성 1루 코치)-김종국(KIA, 은퇴)이 그 예다. 그러나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9 제2회 WBC를 기점으로 야수 스페셜리스트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오는 11월 광저우 땅을 밟을 야수는 총 14명이다. 그러나 이중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로 분류할 선수가 없다. 물론 대표팀 조범현 감독은 내야수 조동찬(삼성), 강정호(넥센), 외야수 김강민(SK)을 스페셜리스트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조동찬-강정호-김강민은 어느 한 분야에만 특화된 선수들이 아니다. 대표팀에서는 여러 가지 역학관례로 주전에서 한 발정도 밀릴 공산이 크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공-수-주를 두루 갖춘 뛰어난 선수들이다.

세 선수는 기본적으로 수비가 뛰어나다. 뛰어난 예측 능력을 자랑하는 김강민의 ‘짐승 수비’는 이미 유명하지만 그는 올 시즌 타율 3할2푼4리로 전체 6위에 올라있는 특급 외야수다. 강정호도 타격이 강한 유격수로 알려졌지만, 후반기에는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한 공수 겸비 내야수다. 

조동찬은 대수비-대주자-대타 요원으로 두루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스페셜리스트라기 보다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이 기대되는 전천후 야수다. 이뿐 아니다. 심지어 과거 전통적으로 수비에 비중을 두고 선발됐던 키스톤 콤비와 포수도 공격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됐다.

정근우(3할7리,32도루)와 손시헌(2할8푼4리)는 수비도 견실하지만, 공격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과거 키스톤 콤비는 수비에만 치중했지만, 이제 이들이 치고 달려 대표팀이 결승점을 얻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공-수-주 모두 뛰어난 야수들이 많아지면서 스페셜리스트를 따로 선발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 흐름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대호(롯데)-김태균(지바 롯데)-박경완(SK) 정도를 제외하면 공-수-주 중 특정 분야의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선수가 드물다.

이들은 사실 공-수에서 한국 최고의 파괴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이들처럼 공-수-주 중 특정 분야에서 엄청난 기량을 갖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어중간한 실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는 대표팀에 선발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한국야구의 패러다임이 점차 토털 야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타순-포지션의 전통적인 역할이 상당히 파괴돼 이제 거의 모든 대표 야수들이 치고 달리고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 능력을 갖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 야구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힘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곧 자연스럽게 한국야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 야구가 광저우 AG에서 4년 전의 치욕을 씻고 금메달을 되찾아올지 주목된다.   

[사진= 조동찬 ⓒ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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