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뽕'에 취하다②]에 이어) 대한민국은 현재 '뽕'에 취해 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트로트 가수들의 구수하면서도 흥 넘치는 노랫가락이 유일하게 위안을 안긴다.
TV조선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까지 '대히트'를 치면서 트로트 열풍이 방점을 찍었다. 방송가에서는 '미스터트롯' 진(眞)을 거머쥔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이찬원 등 트롯맨들 모시기에 여념이 없으며, 각 방송사에서 뒤늦게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론칭하느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년층이 즐겨듣는 장르로 꼽히던 트로트가 이제는 전 세대를 불문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물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트로트를 둘러싼 경쟁이 과부하 되면서 '겹치기 논란'부터 급격하게 '소모되는 이미지' 등이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 '트롯신이 떴다'vs'뽕숭아학당' 겹치기 편성 논란
트로트 오디션인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큰 인기를 얻자, SBS는 남진 김연자 설운도 주현미 진성 장윤정 등 쟁쟁한 트로트 가수들을 내세운 '트롯신이 떴다'를 론칭했다. 지난 3월부터 방송중인 '트롯신이 떴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신들이 '트로트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3월부터 방송 중이다.
그러나 최근 '트롯신이 떴다' 측은 같은 시간대에 TV조선 '뽕숭아학당'이 편성되자 출연진들의 '겹치기 출연'을 우려하며 유감을 표했다. '뽕숭아학당'은 '트롯신이 떴다'의 방송 시간대인 수요일 오후 10시로 편성을 확정한 것.
지난 13일 첫 방송된 '뽕숭아학당'은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트롯맨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해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가수이자 국민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 배움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뽕숭아학당'은 '트롯신이 떴다'와 동시간대 편성이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 중인 붐,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장윤정이 '뽕숭아학당'에도 출연하면서 '겹치기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트롯신이 떴다' 측은 "그동안 방송사들이 진행자 및 출연자들이 같은 시간대에 소위 '겹치기 출연'을 함으로써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해온 것이 오랜 관례였다"며 출연진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뽕숭아학당'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13일에 첫 방송을 내보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 KBS-MBN-MBC의 트로트 편승
먼저 KBS는 송가인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대국민 트롯 유망주 프로젝트 오디션 '트롯 전국 체전' 제작을 확정했다.
특히 '트롯 전국 체전'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각 지역에 숨어있는 진주 같은 신인을 발굴해 최고의 가수와 작곡가들이 지역의 명예를 걸고 선의의 경쟁 속 새로운 트롯 신인 가수를 탄생시킨다는 신선한 구성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MBN 또한 오는 7월, 200억 초대형 프로젝트 '보이스트롯'을 선보인다. '보이스트롯'은 대한민국 방송 사상 최초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넘치는 끼와 흥,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K트로트 열풍을 이끌 초특급 트로트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MC로 김용만을 내세운데다 남진, 혜은이, 김연자, 진성, 박현빈 등 대한민국 트로트 레전드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MBC 역시 하반기 방송을 예정으로 '트로트의 민족(가제)'을 론칭한다. '트로트의 민족'은 전국 팔도에서 트로트를 가장 잘 부르는 '진짜' 트로트 왕을 뽑는 버라이어티 쇼바이벌이다.
MBC 측은 "지역 방송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별 예심을 통해 전국 팔도 곳곳의 트로트 고수들을 찾아낼 것으로, 숨어있던 새로운 '국민 트로트 스타'의 탄생이 기대된다"며 "최종 우승자는 오로지 국민들이 직접 뽑는 '국민 투표'로만 진행해 대중성과 공정성을 모두 잡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인기 '롱런' 위해서라면?
뜨거운 사랑과 맞물려 조금씩 잡음이 나오고 있는 트로트, '롱런'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어떠한 장르나 왕성하게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10년간 장기집권 할 경우도 있지만 트로트는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조성될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돌도 비판의 과정을 많이 거쳤다. 물론 변화를 꾀하고 스스로 발전을 하는 등 노력이 같이 공조돼야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힘들다. 대중문화, 상업문화들은 대중이 어떤 시점에서 식상하게 생각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이돌도 지속적으로 성공해나가다 기존 스타보다 더 큰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그 명맥을 이어가기가 굉장히 힘들다.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 새로움에 대한 대체자가 없으면 식상함에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또 강 평론가는 "어떠한 장르나 경쟁력이 없으면 식상함을 느낀다. 그러면 대중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새로운 것을 찾게 돼 있다. 그 장르 안에서 새로움을 못 찾으면 다른 장르를 찾게 된다"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쪽도 기존 답습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된다. 좀 더 음악 장르를 통섭할 수 있는 변화와 깊이를 염두에 두고 발전해가야 하는 것이다"며 트로트가 오래 사랑 받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그것이 정립이 되지 않으면 이 시기가 굉장히 짧아질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불은 붙더라도 꺼지게 돼 있지 않나. 안 꺼지더라도 생명을 다하고 잦아들지 않나. 그 논리와 똑같다. 연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불길을 타고 가야 끊임없이 타오르는데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면 그 불길이 빨리 잡힐 수밖에 없다. 이와 똑같은 원리처럼 시장에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다 채우고 잦아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간이 많은데 잦아다는 것은 '식상함'과 변화, 스타를 배출하지 못할 때 그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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