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현세 기자] KT 위즈 김민이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민은 1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와 6이닝 동안 투구 수 97개 4피안타 6탈삼진 3볼넷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타선에서 장단 16안타 10득점으로 지원까지 넉넉히 해 줘 첫 승을 챙기는 데 걸릴 것이 없었다.
투구 내용도 매우 안정적이다. 3회까지 안타나 볼넷도 전혀 내 주지 않았다. 5회 초 유일하게 실점 과정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고무적으로 평가할 만한 장면을 보였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스트라이크존까지 적응하려 했다. 올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것을 바꿨다"고 하더니 결과를 냈다.
1년 전 김민은 "파이팅 넘치는" 영건이었다. 정면승부가 최선이라 여기기도. 직구도 "내 공끝이 최고라 생각했다" 할 만큼 자신 있었다. 여러 선배에게 "너무 정면승부만 하지 말고 돌아가는 법도 배우라"는 말도 들었다. 김민은 한 시즌 성적표를 받고 깨달았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위 얘기도 많이 듣고 수긍했다. 전까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일 수원 삼성전은 꽤 극단적 변화를 줬다. 전체 투구 수 가운데 슬라이더를 62개나 던졌다. 주로 볼 카운트 잡는 데 썼다. 직구는 최고 148km/h까지 찍혔다.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도 발상을 뒤집었다. 김민은 "오늘 슬라이더가 좋으니 더 던져 보면 어떨까 코치님과 논의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직구 자부심이 있었다. '내 공은 공끝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종은 아니었다. 데이터 분석을 해 보니 내가 직구를 던졌을 때 안타를 맞아 나가는 것도 그랬다. 하지만 반대로 직구를 살리고 싶으니 변화구 제구가 돼야 했다. 또 변화구가 되면 직구도 살 것"이라고 했다.
실제 경기 운영 면에서 포수 장성우와는 더 변칙적으로 갔다. 김민은 "성우 형이 '슬라이더만 많이 던지는 느낌이니 반대로 생각해 보자'고 했다. 성우 형만 믿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내가 고개 흔드는 것보다 훨씬 낫다. 시합 전까지 같이 구상하면서 형 도움도 많이 받게 돼 결과도 좋았다"고 봤다.
한층 노련해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겁없이 덤볐다고 했다. 하지만 이닝을 보다 신중하게 풀어가는 능력이 생겼다. 김민은 "지난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었다. 16일 경기도 대타 김지찬을 상대할 때 차분하게 생각했다. 그는 "김지찬 선수를 처음 봤다. '이정도면 스트라이크인데?' 했더니 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스트라이크로 보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볼 카운트를 안 좋게 가면 불리해지니 다시 생각했다. 더구나 만루이지 않았나. 그래서 내 투심 패스트볼이 떨어지는 구종이니 낮게 가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다. 불만 가지는 것보다 스트라이크존을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발 투수로서 기량은 물론이고 자세까지 성숙해져 왔다. 김민은 "타자가 안타를 못 치면 내 탓이다. 만약 내가 볼넷을 남발하고 수비 시간을 길게 만들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볼넷도 안 주고 싶다. 행여 수비 실책이 나와도 내 탓으로 생각한다. 내가 템포를 길지 않게 운영하면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은 또 "오늘처럼 빠르게 운영하면 타선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김민은 2경기 10이닝 동안 볼넷은 단 4개 줬다. 그러다 보니 16일 경기는 타선 지원이 넉넉했다. 점수 차가 커 여유로웠는지 물었더니 방심 않고 던지게 만드는 일화가 있었다고 했다.
"(박)경수 선배께서 점수 차가 많이 나니 '빨리 빨리 승부하지 말라'고 해 주셨다. 성급히 던질 수 있었는데도 선배 말씀을 듣고 진정할 수 있었다. 9회 나오는 마무리 투수라 생각하고 한 이닝씩 전력으로 던지는 것처럼 했다. 그래서 매 이닝 집중할 수 있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