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프듀) 101' 시리즈 투표 조작 혐의로 기소된 안준영 PD 등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안 PD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3천600여만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김용범 총괄 프로듀서(CP)에게도 징역 3년이 구형됐다.
보조PD 이모 씨에게는 징역 2년이, 기획사 임직원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10개월간 수사·재판이 이뤄졌음에도 고소인들의 분노가 그대로인 이유를 생각해봤다"며 "우선 피고인들은 개인 이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지만, 국민 프로듀서가 데뷔 멤버를 정한다는 (방송)기준을 설정하고는 지극히 개인적 생각으로 데뷔 멤버를 조작하는 발상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본적으로 방송을 사유물로 생각하고, 시청자는 들러리로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구형을 했고, 판단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구형된 인물들 측 변호사들은 방어를 할 것이고, 검찰들은 그 방어 논리를 반박할 것이며, 사법부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결정될 처벌 수위와 별개로, 안PD를 비롯한 조작 핵심관계자들이 아이돌판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음이 분명하다.
‘프로듀스101’ 조작 사태는 투자대상으로써 아이돌판이 얼마나 리스크가 큰지, 그리고 신뢰하기 힘든지를 상징하는 2019년 양대 사건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물론 2019년 상반기를 강타한 ‘버닝썬 게이트’. 한 프로그램의 투표를 조작한 것 이상으로 판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셈이다.
‘이것밖에 없다’며 데뷔조 진입을 통해 인생역전을 노리던 연습생에겐 좌절감과 참담함을 선물했고, 자기PR이 목적이었던 연습생(과 그 소속사)에겐 중요한 커리어이자 홍보 수단이 볼드모트가 되는 경험을 선물했다.
(실제로 한 말)
꿈 하나 때문에 몇날 며칠 잠못자가면서 연습하고 고생하고 부상 입던 시간들이 송두리째 부정된 것은 기본.
사건과 관계없는 실무자들에게는 실무 폭탄과 전화 폭탄을 선물했으며, ‘프로듀스101’ 덕후를 자처하던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핵폐기물이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나름대로 ‘프로듀스 시리즈’의 흥행공식을 분석하고 법칙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시야로 서사를 재해석하던 사람들에겐 바보가 되는 기분을 선사했으며, 나름대로 안준영PD의 능력과 커리어를 높게 평가하던 사람들에겐 표현 그대로 물을 먹였다.
재능과 매력 하나는 의심할 바 없는 내 아이돌이 ‘프듀’를 통해 빛을 보길 원했던 사람, 내 돌이 분량 잘나오고 편집 좋게 나왔을 때 안PD 방향으로 큰절했던 사람, 내 아이돌 관련 새 영상이 뜰 때마다 좋아요+댓글 노가다 했던 사람, 콘셉트 평가곡 음원 출시될 때 자비 들여가며 이벤트 진행한 사람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심적 상처를 입었다.
아이돌이 인기와 팬덤을 유의미하게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 아이돌 서바이벌인데, 이 포맷의 신뢰도(특히 엠넷 서바이벌)를 완전히 추락시킨 것 역시 지적할 만한 피해.
일일이 열거하자면 너무 서술이 길어지기에 생략할 뿐, ‘프로듀스’ 시리즈와 ‘프듀’ 조작 사태의 악영향에 대해 각 잡고 쓴다면 논문 한 편은 충분히 나올 것이다.
일을 저지른 것은 그 그리고 그들이지만 이 일의 파장으로 발생된 괴로움은 여러 사람에게 퍼지고 있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분노를 토해낸 사람도 있고, 환멸을 느끼고 프듀판 혹은 아이돌판 자체를 떠난 사람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마냥 분노도 못하고 마음속 한구석에 말할 길 없는 찝찝함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한동안 ‘프듀’ 조작 사태는 여러 사람들에게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좁디좁은 이 아이돌판에 안PD가 푼 독이 앞으로 더 어떤 악영향을 끼칠 것인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안준영PD를 비롯해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된 사람들이 심판을 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될지, 아니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돌판에 새로운 염증이 일어나게 될지.
다만 확실한 것은 존재하다. (안준영PD 포함) 금일 구형 받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다시는 아이돌판에 관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번 사태를 통해 상처받은 연습생, 국민프로듀서, 여러 아이돌업계 종사자들이 가슴으로 외쳤을 단 한마디를 제목에 기재하고 글을 마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연합뉴스-‘프듀X’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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