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지난 시즌, 빅4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리그 4위를 차지했던 토트넘이 안방에서 리그 최하위 위건에 0-1로 패하는 이변을 허용했다.
29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런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토트넘 핫스퍼와 위건 어슬레틱과의 경기에서 홈팀 토트넘이 원정팀 위건에 0-1로 패했다. 위건이 지난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10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토트넘의 패배는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콜롬비아와 오만의 유일한 프리미어리거, 우고 로다예가와 알리 알 합시가 위건의 토트넘 격파 선봉장 역할을 했다. 결승골을 기록한 로다예가는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과 마침표 역할을 동시에 해내며 공격진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줬고 알 합시는 뛰어난 선방으로 팀 승리를 지켜내며 크리스 커클란드와의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밝혔다.
예상과 달리, 전반 초부터 위건이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으로 경기를 지배해나갔다. 주중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로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선 토트넘 선수들은 위건의 전방위적 압박에 당황하며 실수를 연발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로다예가의 중거리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한 위건은 전반 7분, 센터백 듀오 스티브 고우리와 안톨린 알카라스의 콤비 플레이가 공격작업에서 빛을 발하며 선제골에 근접한 상황을 연출했다. 좌측에서 올라온 로다예가의 코너킥을 알카라스가 백 헤딩으로 문전 앞에 떨어뜨려 줬고 고우리가 달려들며 오른발로 통렬한 발리 슈팅을 날린 게 크로스바 상단을 때리고 골문 앞으로 튕겨나간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도 저메인 데포의 활약을 앞세워 위협적인 반격에 나섰다. 데포는 전반 22분, 베누아 아수-에코토의 크로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알 합시 골키퍼의 선방을 이끌어냈고 39분에는 재빠른 개인돌파로 위건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골문을 살짝 빗나간 오른발 슈팅으로 위건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전반전의 선제 득점에 실패한 해리 래트냅 토트넘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수 아수-에코토와 전방에서 몸놀림이 무거웠던 피터 크라우치를 빼고 미드필더 니코 크란차르와 공격수 로만 파블류쳉코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수비 숫자를 줄이고 미드필더라인을 증원함으로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의도였다.
래드냅 감독의 공격적인 용병술은 크란차르가 중원에서 창조적인 경기 운영으로 위건의 압박을 벗겨 내며 빛을 발했다. 크란차르는 넓은 시야와 뛰어난 개인기로 토트넘의 공격작업을 원활하게 만들며 경기 분위기를 토트넘 쪽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로다예가가 아수-에코토가 빠진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래드냅 감독의 용병술은 양날의 검이 되었다. 로다예가는 가레스 배일 홀로 남은 토트넘의 왼쪽 라인을 빠른 발과 유려한 개인기로 초토화하며 박스 안쪽으로 여러 차례 위협적인 크로스를 연결했다.
후반 39분에는 골문 앞 3m 지점의 알카라스를 향해 골과 다름없는 크로스를 연결했고 40분에는 골문 위를 살짝 빗나간 호르디 고메스의 발리 슈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후반 41분,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가 빗나가자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해결에 나서 이날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더라인 후방에서 모아메드 디아메의 공간 패스를 받고 박스 안 좌측 모서리 지점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문 오른쪽을 가른 것이다.
예기치 못한 선제골을 허용하자 토트넘은 동점 골을 넣으려고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알 합시가 위건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알 합시는 후반 36분, 톰 허들스톤의 왼발 슈팅과 후반 40분 크란차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모두 손끝으로 처 내며 토트넘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토트넘은 경기 종료 직전, 수비수 유네스 카불이 결정적인 헤딩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가며 만회 골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 두 차례의 홈경기에서 승격팀 블랙풀에 0-4 패배, 첼시에 0-6 참패를 당하며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였던 위건은 토트넘 원정을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 대반전’의 호기를 맞이했다. 반면,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주중 챔피언스리그와 주말 리그 경기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올 시즌 체력 안배의 문제점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양 팀은 다음 달 11일, 선더랜드(위건, 홈경기)와 웨스트브롬위치(토트넘, 원정경기)를 상대로 리그 4라운드를 치른다.
<경기 요약>
토트넘 핫스퍼 0
위건 어슬레틱 1-후35. 우고 로다예가(도움: 모아메드 디아메)
<출전선수>
토트넘(4-4-2): 쿠디치니; 카불, 도슨, 킹, 아수-에코토(H. 크란차르); 레논(후27. 도스 산토스), 팔라씨오스, 허들스톤, 배일; 데포, 크라우치(H. 파블류쳉코) 감독: 래드냅
위건(4-2-3-1): 알 합시; 보이스, 고우리, 알카라스, 피게로아; 토마스, 디아메; 스탐(후42. 맥아더), 매카시, 로다예가; 보셀리(후22. 고메스) 감독: 마르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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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