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2.23 16:36 / 기사수정 2007.02.23 16:36
[엑스포츠뉴스 = 박현철 기자] 148km의 구위를 회복한 박찬호 덕분에 벌써 야구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지만 현지 언론의 기대는 인색하다. 그가 이런 기대를 뒤집고 과거 메츠의 스타였던 톰 시버처럼 영웅으로 남을 수 있을까.
The Mets have Glavine, who turns 41 next month, and Hernandez. Most of the other rotation candidates are younger than 30.
-메츠는 다음달 41세가 되는 글래빈과 (그 못지 않게 나이 든)에르난데스를 보유하고 있다. 선발 후보의 대부분은 나이 30이 안된 선수들.
메츠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의 한 글귀다. 박찬호에 대한 기대가 노장 실리와 별 차이 없음을 알 수 있는 부분.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는 한국에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박찬호와 닮은 꼴 ‘톰 시버’
박찬호(34.뉴욕 메츠)는 메이저 데뷔 이후 '메츠의 스타' 톰 시버(60)와 흡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건강한 허벅지를 가지고 낮은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한 투구폼과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강속구는 두 사람의 대표적인 공통점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버는 신생팀 메츠의 스타였고 박찬호는 전성기가 지난 중고 선수라는 현실. 스플릿 계약에 말이 많지만 메츠가 계약 당시 가졌던 기대감은 아쉽게도 지난 해 호세 리마(35)나 올해 애런 실리(37)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수준인 게 사실이다.
물론, 스프링캠프에서 보이고 있는 박찬호의 투구는 나쁘지 않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구장들은 홈 구장인 셰이 스타디움을 비롯, 투수친화적인 구장이 많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박찬호와 함께 선발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구장혜택, 과연?
우선 박찬호가 뛸 무대에 대해 알아보자. 뉴욕 메츠의 홈 구장인 셰이 스타디움을 비롯해 터너 필드(애틀란타), 돌핀스타디움(플로리다), RFK 스타디움(워싱턴)은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펜스 좌중간과 우중간까지의 거리가 먼 구장들로 상대적으로 투수들에게 유리하다.
특히 돌핀스타디움은 외야펜스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자리에 '버뮤다 삼각지대'로 불리는 함몰형 지대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홈런에 대한 공포가 덜하다.
필라델피아의 홈 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의 경우는 홈플레이트에서 펜스 좌,우중간까지 112.5M로 다른 구장에 비해 조금 가까운 타자들의 구장이다. 짐 토미(37.시카고W), 바비 어브레유(33.뉴욕Y)가 이 구장의 혜택을 보았다.
58홈런으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라이언 하워드(28)도 왼손 거포에게 유리한 홈구장의 혜택을 받은 셈. 그러나 박찬호의 기억엔 밀워키의 홈 밀러파크와 함께 피홈런이 없는 구장 중 하나로 남아있다.
지난 해 7월6일 필라델피아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3실점 6탈삼진의 호투로 승리를 따낸 전력도 있다.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적어도 기죽지 않는 박찬호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투구 중 터너필드에서의 두 경기와 돌핀스타디움에서의 한 경기는 박찬호에게 숙제를 안겨준다. 피홈런은 하나에 불과했지만 16이닝 동안 21안타를 내주었고 사사구는 7개를 내주었다. 1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7.88.
문제는 컨트롤과 수비도움
결국, 박찬호의 승수가 단순히 메츠로 이적했다고 해서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 보다는 메이저 데뷔 이후 항상 지적되었던 제구력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구위나 체인지업, 커브 등의 변화구 구사력은 훌륭하지만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져버리거나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넓어진 구장으로 피홈런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반대로 외야수들의 도움도 절실하다. 중견수 카를로스 벨트란(29), 우익수 션 그린(35)의 수비는 나쁘지 않지만 클리프 플로이드(35.시카고C)의 대타 모이세스 알루(41)의 수비는 나이가 있는 만큼 조금 불안하다.
알루의 뒤를 엔디 차베스(30), 데이빗 뉴한(34)등이 잘 지켜준다는 조건 역시 필요하다. 차베스는 타격도 어느 정도 되는 선수이고 뉴한 또한 볼티모어 시절 재능을 인정 받던 선수인지라 이들이 제 역할을 해 준다면 걱정거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부활을 넘어 '제2의 톰 시버'로
톰 글래빈(40)에 이어 2선발을 맡을 예정이던 '엘듀케' 올란도 에르난데스(37)가 경미한 목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잠시 떠나게 되었다. 박찬호와 그 경쟁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
텍사스 시절 오렐 허샤이저 코치로부터 전수받은 싱커성 패스트볼 대신 전성기 시절의 투구 패턴을 택한 박찬호. 메츠 입단 전 페이스가 채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 가진 워크-아웃에서 최고 92mph(148km/h)의 공을 던졌고 스프링캠프에서는 커브의 구위를 높이는 중이다.
부상없이 전성기 시절 특유의 '톰 시버식 투구폼' 에서 뿜어져 나오던 광속구를 다시 뿌린다면 지난 시즌 '빅허트' 프랭크 토마스(39.토론토)가 보여줬던 활약의 투수 버전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올 시즌 박찬호가 현지 언론의 전망을 뒤엎는 대활약으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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