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2.22 03:37 / 기사수정 2007.02.22 03:37
[엑스포츠뉴스= 고동현 기자] 2005년 6월 5일. MBC에서는 오랜만에 프로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대결팀은 현대 유니콘스와 롯데 자이언츠. 화창한 일요일 오후이기 때문인지, 롯데가 3위를 달리고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평소의 수원구장답지 않게(?) 4644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찾았다. 그리고 그라운드 안에는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던 형제가 나란히 있었다. 바로 정수근(롯데)과 정수성(현대) 형제. 그들은 그 행복한 순간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형제 높이날다
정수근, 정수성 형제는 여러모로 닮았다. 나이도 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프로야구에서 최고를 다투는 빠른 발, 타격시 왼손을 사용한다는 점(정수성은 스위치히터), 그리고 덕수정보고(당시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야구에 진출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여기에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닮은 외모도 정수근과 정수성을 보면 단번에 형제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이날 경기에 형인 정수근은 롯데의 1번타자 겸 중견수로, 동생인 정수성은 현대의 2번타자 겸 중견수로 출장했다. MBC에서도 이 흥미로운 대결을 놓칠리 없었고, 동생 정수성이 롯데 선발투수 이용훈과 대결하고 있을 때는 형인 정수근의 모습을 계속 비췄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는 형제가 모두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지만 그 순간이 형제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형의 소속팀인 롯데는 지난 4년간의 깊은 침묵에서 벗어나 28승 24패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라운드와 덕아웃에서 팀을 이끄는 정수근이 있었다. 정수성은 비록 소속팀 현대가 5위에 처져있었지만 자신은 1997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수근의 소속팀 롯데는 악몽의 9연전 2번에 무너지며 결국 시즌을 5위로 마감했다. 정수근 자신은 2005시즌에 타율 .286, 29타점, 63득점, 21도루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시즌 초반 롯데의 상승세가 정수근과 함께 했다면 시즌 중후반 이후의 하락세도 정수근과 함께한 것이다.
동생인 정수성은 자신의 성적과 팀의 성적이 크게 대비되는 바람에 생애 최고 성적을 올리고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정수성은 2005시즌에 타율 .273, 19타점 29도루, 53득점을 기록하며 현대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소속팀 현대는 2003년과 2004년 한국시리즈 2연패의 영광을 뒤로 하고 7위로 내려 앉았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한 정수성은 2003년 기록한 88경기가 가장 많은 출장일 정도로 2군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연봉도 4천만원에 불과했다. 프로 9년차 선수로서는 믿기 힘든 연봉 액수였다. 적자생존의 세계인 프로 무대에서 그 정도의 연봉을 받으면서 그렇게 오랜기간동안 프로생활를 하는 선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팀의 기대에 못미치면 입단 3년내에 퇴출당하거나 아니면 최소 1.5군 정도의 선수가 되지만 정수성은 2003시즌까지 7시즌동안 '줄곧' 2군선수였다.
형제에게 다가온 시련
그리고 2006년에 형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더욱 큰 시련이었다. 형인 정수근은 2006시즌에도 타율 .285, 2홈런, 21타점, 19도루의 무난한 성적을 올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지 않았다. 시즌 도중 강병철 감독과 마찰을 빚으며 1군과 2군을 들락날락했으며, 1번타자의 가장 큰 역할인 출루에서는 출루율이 .344에 불과할 정도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동생 정수성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006시즌 정수성에게 2005시즌 정수성의 모습은 한마디로 '한 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연봉은 2005시즌 활약에 힘입어 7천만원으로 대폭 인상됐지만 자신의 자리였던 중견수 자리에는 2005시즌까지 포지션이 포수인지, 1루수인지, 외야수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던 이택근이 들어와 '특급 외야수' 노릇을 하고 있었으며, 이택근이 좌익수로 나오는 날에도 정수성이 주전 중견수가 되는 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수성은 2006시즌에 71경기에 출장했지만 대부분 대주자로 나왔을 뿐이고 이는 90타석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설명해 준다. 소속팀 현대는 2005시즌 부진을 딛고 정규시즌 2위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마쳤지만 현대의 깜짝 돌풍에 정수성은 없었다. 자신의 장기인 도루는 2005시즌 29개에서 2006시즌 7개를 기록해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2007시즌에도 그리 전망은 밝지 않다. 형인 정수근은 팀에 돋보이는 외야수가 많지 않아 예전의 제 실력만 보여준다면 주전 자리는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지난 시즌 깜짝 활약을 보여줬던 황성용을 비롯해 이승화, 김문호도 모두 정수근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정수근이 부진한 활약을 보인다면 그의 자리는 다른 사람의 몫이 될 수 있다.
정수성의 상황은 더욱 좋지않다. 팀의 존폐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으며 자신의 포지션인 외야수 자리에는 기존의 송지만, 이택근, 전준호 등에 2003, 2004시즌 현대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클리프 브룸바까지 돌아왔다. 여기에 전근표, 유한준, 강병식 등도 결코 만만한 선수들이 아니며 이숭용도 언제든지 외야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수성이 외야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좌절하기는 이르다. 두 선수에게는 누구보다 빠른 발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고 말한다. 형제가 가장 큰 무기인 '발'을 발판 삼아 2005시즌 중반 누렸던 행복을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을지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 정수근, 정수성 형제. 롯데 자이언츠, 현대 유니콘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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