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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찾아' 박민영, 모든 진실 알았다…끝나지 않은 마음속 우기

기사입력 2020.04.15 11:17

박소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소연 기자] 박민영이 10년 전 그날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됐다. 끝날 것만 같았던 마음의 우기도 다시 시작됐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14회에서는 목해원(박민영 분)에게 드디어 엄마 심명주(진희경)와 이모 심명여(문정희)가 숨기고 있던 진실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던 해원이 마지막으로 믿었던 명여가 아빠 주홍(서태화)을 죽인 진짜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충격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폐쇄각 녹내장’, 그간 명여를 극심하게도 괴롭혔던 두통의 원인이었다. 심지어 “한쪽 눈은 거의 안 보이는 상태 같던데”라는 의사의 진단은 해원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거 무척 고통스러웠을 텐데. 이 정도면 두통이 정말 심했을 거예요”라는 의사의 말처럼 명여는 예고도 없이 오르는 안압에 머리를 싸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한 날에는 구토까지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병원 한 번 찾지 않았다. “내 귀찮음이 그 고통을 이겼어”라는 이유에서였다.

글 쓰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과거의 명여는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액셀을 밟은 이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하고 싶었던 당찬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화려하고 눈부시게 살아갔던 그녀는, ‘내 사랑 울보’ 윤택(황건)과 달콤한 사랑을 나누던 그녀는 아스라이 사라졌고, “망가지고, 병들고, 늙고 추해진” 명여만이 남았다.

과거의 그녀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결말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언제나 2010년 9월 4일로 돌아가 있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날로 돌아가면 손에서 빠져나간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되돌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애석하게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명여는 어둠에 갇혀 하루가 다르게 빛을 잃어갔다. 글도 다시 쓰고, 연애도 하고 최대한 잘 살라는 당부대로, 동생이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던 명주는 쓰라린 현실을 목도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이렇게 망가져 가는 동생을 보자고 10년 전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명여는 대답했다. “언니, 난 그날 피비린내 저릿한 바람의 촉감마저 전부 다 기억나는데. 내가 어떻게 죄가 없어. 내가 어떻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잃고, 심지어는 죗값을 치를 권리마저 잃은 명여는 그렇게 어스름하게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까맣게 문드러져 가는 명여의 속내를 전혀 알지 못했던 해원은 치료를 거부하는 이모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를 하면 나머지 한쪽 눈은 괜찮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모는 한사코 괜찮다고, 참을 만하다고 고집을 부렸다. 명여의 소식을 듣고 북현리로 내려온 명주도 동생을 설득시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도대체 다들 왜 그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해원의 속만 타들어갔다. 이에 은섭(서강준)은 “어쩌면 시간이 좀 지나야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며 가라앉은 해원을 다독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내려앉은 따스한 햇볕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겨질 사람은 남겨져야 할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을 동반하는 침묵 속에 살고 있던 명여는 사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카 해원에게 가장 명여다운 방법으로 진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시스터필드의 미로’라는 고백록을 써 내려간 것. 은섭을 통해 이모의 글을 전달받은 해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날의 고백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지. 형부가 언니를 패고 있던 그 모습까지 전부 같았던 그날. 단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내가 그를 죽여 버렸다는 거야”라는 진실을 마주한 해원의 뺨엔 핏기마저 사라졌다. 어둠 속에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는 작달비처럼 해원의 마음에도 다시금 거대한 폭풍우가 몰려왔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yeoony@xportsnews.com / 사진=JTBC

박소연 기자 yeoon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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