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12 08:08 / 기사수정 2010.08.12 08:08
브라질은 지난 11일 오전(한국시각) 미국과의 친선 경기에서 네이마르(산투스)와 알레산드리 파투(AC 밀란)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번 미국과의 경기를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한 마누 메네세스는 전임 사령탑 카를루스 둥가의 브라질과 달리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나섰던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채 신예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에 임했음에도, 좋은 경기력을 토대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번 삼바 토크 32편에서는 메네세스 감독의 데뷔전인 미국과의 경기를 토대로 이번 브라질 대표팀이 전임 둥가의 브라질과 비교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알아보겠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돌아온 메네세스의 브라질
메네세스는 국내 축구팬에게도 익숙한 호나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소속팀 코린티안스를 이끈 명장이다. 동시에 전술 변화에 능통한 지략가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그는 안정적인 전술을 중시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공격에 무게를 실으며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전임 둥가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수비에서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실리 축구를 중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브라질 리그와 유럽 각지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비교적 어린 선수들과 함께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한편, 이날 브라질은 4-3-3 전술(세분화하자면 4-2-3-1)을 토대로 경기에 나섰다.
공격의 선봉장에는 파투(AC 밀란)가 나섰으며 네이마르와 파울루 엔히크 간수(이하 산투스), 호비뉴(맨체스터 시티)가 그 뒤를 받쳤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루카스 레이바(리버풀)와 하미레스(첼시 FC)가 출전했다. 수비진은 다니 아우베스(FC 바르셀로나), 다비드 루이스(SL 벤피카), 티아구 시우바(AC 밀란), 안드리 산투스(페네르바체)가 나왔다. 골키퍼는 그레미우 소속의 신예 빅토르가 선발 출장했다.
이는 지난 미국과의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결승에서 맞붙을 당시에 둥가 감독의 전술과는 대조됐다. 당시 둥가는 4-3-1-2 전술을 토대로 경기에 나섰으며 카카(레알 마드리드)와 호비뉴,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지시했다.
반면 메네세스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공격 가담을 지시했으며 공격 1선에서부터 시작된 화끈한 삼바 축구는 효과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둥가의 브라질과 다른 공격 전개를 보여준 메네세스의 브라질
전임 둥가의 브라질은 호비뉴와 카카, 루이스 파비아누를 공격의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그는 종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카카에게 짧은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하도록 지시했으며 횡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호비뉴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벌리게 했다. 공격의 꼭짓점에 있는 파비아누는 상황에 따라서는 2선까지 내려왔지만, 기본적으로 득점에 치중하게 했다.
메네세스 역시 둥가가 그동안 보여준 기본적인 공격 노선을 따랐지만, 선수들의 역할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호비뉴가 오른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장했다. 둥가 체제의 호비뉴는 쉐도우 포워드로서 최전방 공격수를 받치는 형태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그는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선 네이마르와 함께 시종일관 스위치 플레이를 통해 상대 측면 수비를 흔들었다. 기본적으로 횡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것은 같았으나 좌, 우 윙 포워드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호비뉴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이어진 브라질의 측면 공격이 특유의 삼바 축구를 보여준 것은 물론, 다양한 공격 패턴을 바탕으로 막강한 화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한편, 카카의 역할은 간수가 맡았다. 간수는 미국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고전했지만, 뒷선에 있는 루카스와 하미레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전반 종료 직전 간수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전개가 쇄도하던 하미레스를 거치고 나서 파투가 마무리 지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공격 1선으로 나아가 직접 슈팅을 때리기도 했다.
간수와 호비뉴뿐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도 달라졌다. 기존의 파비아누는 트래핑이 투박하기 때문에 2선까지 내려와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선발로 나선 파투는 안정적인 드리블을 바탕으로 동료와 더욱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기대치를 높였다.
이는 기존의 브라질이 단순한 공격 전개를 통해 상대와 맞선 것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 브라질의 새로운 공격 4중주로 자리 잡은 네이마르와 호비뉴 그리고 파울루 엔히크 간수, 파투는 특정 포지션에 한정된 움직임에서 벗어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즉, 그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비롯해 빼어난 발재간과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른 움직임으로 오랜만에 브라질다운 공격 축구를 보여줬다.
실리 축구와 헤어진 브라질, 삼바 리듬을 되찾다
전임 사령탑 둥가는 브라질 축구의 이단자였다. 둥가는 기존의 브라질 축구가 지향하던 공격과 수비의 좁은 간격 유지를 통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전진하던 체제를 벗어던졌다. 게다가 그는 부임 직후부터 수비진을 단단하게 구성하면서 미드필더에게 후방에서의 움직임을 강조했다.
이는 브라질 축구가 역습에 약하다는 점을 간파한 둥가의 안목이 돋보인 대목이었다. 그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인 엘라누, 펠리피 멜루 그리고 지우베르투 시우바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하며 오버래핑하던 수비수의 공간을 메우는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둥가는 실패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월드컵 8강전에서 그는 자신이 지향했던 실리 축구에 스스로 발목이 잡히며 무너졌다. 둥가의 브라질은 전반 내내 환상적인 팀워크로 네덜란드를 압박했지만, 추가 득점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나아가 무기력한 네덜란드를 상대로 잠그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실패가 교훈이 된 것일까?
메네세스는 자신의 데뷔전에서 브라질 축구의 기존 노선을 따랐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4명의 공격 자원을 투입해 공격 전개를 다양하게 하도록 주문했다. 또한, 이날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 받은 하미레스와 루카스에게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좁은 간격을 유지한 채 미국을 압박했으며 짧은 패스워크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벗겨 낼 수 있었고, 나아가 브라질 축구의 전매특허인 수비진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일례로 안드리 산투스와 하미레스 역시 모두 수비적인 선수지만 이날 적극적인 공격가담으로 네이마르와 파투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것을 들 수 있다.
메네세스의 브라질은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른 새내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첫 경기에서 보여준 화끈한 공격력은 둥가식 실리 축구로 잃어버린 진정한 삼바 축구를 되찾게 했다. 과연 공격 축구로 돌아온 브라질이 무난한 성적을 토대로 전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브라질 축구국가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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