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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가 최고"…30주년 '배철수의 음악캠프' 최장수 라디오 역사 쓰다[종합]

기사입력 2020.03.19 15:12 / 기사수정 2020.03.19 15:1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청취자가 없으면 존재 가치 없다."

1990년 첫 방송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오늘(19일)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해 30년 째 MBC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팝음악 전문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동일 타이틀 동일 DJ의 음악 방송으로는 국내 최장수 기록을 이어왔다.

최장수 단일 DJ(배철수), 최장수 게스트(임진모), 최장수 작가(김경옥), 국내 라디오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280팀) 등의 기록을 보유했다. 국내의 유명인들을 비롯해 딥 퍼플, 메탈리카, 블랙 아이드 피스, 제이슨 므라즈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리아나 등 팝 스타들이 자리를 빛낸 바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제작발표회가 19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DJ 배철수를 비롯해 매주 목요일 ‘스쿨오브락’ 코너의 고정 게스트로 24년째 함께한 음악평론가 임진모, 하루를 되돌아보는 ‘철수는 오늘’로 공감을 이끈 김경옥 작가, 연출자 김빛나 PD,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의 조성현 PD가 참석했다. 13년째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가 진행을 맡았다.

배철수는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30년이 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분이 축하해 주시고 이런저런 일도 하고 있으니까 쑥스럽다. 난 그냥 음악을 워낙 좋아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매일 행복하게 지내는데 그게 30년이 됐다고 이렇게 큰 축하를 해주니 감사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재밌게 진행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힘들 텐데 이런 와중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잔치를 하게 돼 기쁘면서도 송구하다. 다들 힘든 분들 힘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배철수는 김경옥 작가와 임진모 평론가에게 꽃을 전달하기도 했다.

배철수는 "1990년에 방송할 때는 나도 나름대로 청년이었다. 록 밴드의 일원이었고 좌충우돌로 살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내가 잘하니까 방송사에서 날 캐스팅한 거다, 음악도 많이 알고 DJ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1년, 2년, 3년 쭉 지나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구나, 라디오라는 게 청취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들어주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청취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 저는 별거 아니다. 임진모도 별거 아니다. 청취자들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인사했다.

30주년 기념 첫 프로젝트로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영국 BBC 마이다 베일(Maida Vale)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앤-마리, 제임스 월시(James Walsh), 윤도현, 톰 워커, 유해진 등이 참여했다.

배철수는 "첫째 좋았다. 둘째 약간 색다른 느낌이었다. 매일 내가 생방하는 스튜디오가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방송해 색달랐다. 엔지니어도 보고 싶다. 세번째로 참 고맙다. BBC까지 와서 방송을 할만큼 프로그램이 인정을 받는다는 게 너무 기뻤다. 30년간 해온 게 자랑스럽다. 런던에 계신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방송 끝나고 나오다 깜짝 놀랐다. 너무 기뻤다"며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어 "20년 때부터 너무 오래 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 29년 뒤가 30년이고 한 해 더가면 31년이다. 숫자일 뿐인데 마무리를 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20년 때도 20년만 하고 그만둬야겠다, 25년 때도 25년만 하고 그만둬야겠다 했다. 그런데 30년이 되고 나니 내 의지로 그만두고 말고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취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지금은 솔직히 말하면 별생각이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했다.​

최장수 게스트 임진모는 "1995년에 게스트로 들어왔다. 3년 반을 하다가 1년 반 정도 쉬었다. 2000년에 다시 들어왔다. 참 오래했다, 정말 좋은 재능과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을텐데 복이 많아서 출연한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재능과 인품이 별로 없는데 이 정도까지 한 게 기적이다. 30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

임진모는 "하는 게 영광이니 성실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불가피하게 못하면 그 주가 우울했을 정도다. 배철수와 나를 비교해 본 적 없다. 송골매할 때부터 알고 있었고 그 이후에도 알았는데 이 분은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철수의 말과 행동을 은연 중에 따라하게 되고 나도 그 영향을 받고 했던 것 같다. 뭐라고 풀이할 수 없는데 매력이 있다. 만약 내가 사랑했다면 식을 수 있는데 매력이 있어서 불가침영역이다. 23년 반, 24년째 지루하지 않았다. 인생에서 지루함이 제일 무서운데 배철수 선배님의 진행과 프로그램은 지루함이 없다"며 치켜세웠다. 

임진모는 가요가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위치에 대해 "팝시장이 부분적으로 다시 살아나고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겠지만 위축된 건 분명하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는 팝만 들었다. 어느 순간 다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가요와 한배를 탄 느낌이다. 팝은 우리 가요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캠프'도 비례했다. 팝시장에서 위상은 굉장히 막강하다. 여전히 팝을 듣는 사람이 있다면 약하든 강하든 접점이 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김경옥 작가는 "30년이 너무 빨리 지난 것 같다. 별로 한 게 없는데 30년까지 같이 온 게 남들이 많이 얘기하는 것처럼 꿈만 같다. 입지가 훌륭해서 내가 잘한 것보다 좋은 입지를 잡아서 30년이 즐겁게 잘 지나간 것 같다. 30년 전에 지금 들으면 깜짝 놀란다. 너무 날티가 나는데 그때는 그게 좋았다. 지금은 믿음이 가는 목소리가 됐는데 그래서 좋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10년 지난 뒤부터 배선배가 느티나무 같다. 난 그 옆에서 봄 되면 새 잎나는 거보고 여름에 잎 무성한데 그늘에서 잘 쉬고 가을에 낙엽지는거 보고 겨울에 한계절 잘보낸다. 든든한 느티나무처럼 있어서 그 옆에서 잘 보내는 입장에서 한단어로 말하면 느티나무"라고 묘사했다.


김빛나 PD는 "운이 좋아서 지난해 3월 8일에 배정을 받아 30주년을 같이하고 있다. 전에 서른 분 정도 PD 선배님들 계셨던 것 같다. 청취자들이 계속 사랑해주도록 하겠다. 게스트 분들도 30년간 거쳐 간 분들이 채 스무 명이 안 되더라. DJ가 사람을 가리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다 수용한 것들도 있고 프로그램이 늘 그 모습이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청취자가 ''배캠'은 내게 야자 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됐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6시라는 시간대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라디오를 이탈하는 게 아니라 야자 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된 프로그램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는 3월 26일과 4월 2일에 방송한다. 조성현 PD는 "배철수가 연예계 데뷔 40년 만에 처음 찍는 다큐멘터리다. '귀찮아 찍지 마'를 15번 했다. '연출하지 마'를 8번 말하더라. 카메라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라디오를 한 것 같다. 근래에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촬영했다. 30주년이기 때문에 허락하에 따라붙을 수 있었다. 30년을 어떻게 버텼는지를 보자는 생각으로 봤다. 1년 버티기가 목표였다고 하더라. 어떻게 30년을 올 수 있나 봤는데 내가 볼 땐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30년을 올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생각 못 한 감동 포인트가 있다. 배철수라는 사람이 30년간 오면서 지켜온 원칙이 보였다"라고 귀띔했다.

조성현 PD는 "멋있게 늙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3개월 정도 배철수 아저씨를  보면서 흔치 않게 사람을 오래 보면서 실망을 하지 않았다. 보통 다큐를 찍다보면 피사체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멋있게 늙어갈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매일 오후 6시~8시 방송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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