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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인도에 지는 한국 배구…어쩌다 이렇게 됐나

기사입력 2010.08.06 08:37 / 기사수정 2010.08.06 08: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경기에서 한국 남자배구는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이란 우르미아에 위치한 가디르 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남자배구대회 8강전서 인도에게 세트스코어 2-3(23-25, 25-12, 25-20, 19-25, 11-15)으로 역전패했다.

역대전적 7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던 한국은 대인도전에서 2패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3으로 패한 이후, 7년 만의 패배였다.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만난 뒤, 5년 만에 인도와 다시 맞붙었지만 덜미를 잡히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인도와의 경기에서 한국 배구의 총체적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단조로운 플레이에 의존한 경기 운영이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고질적인 서브리시브 불안도 한국의 패배로 이어졌다. 한국배구의 최대 과제인 세터 문제도 지울 수 없는 과제로 남게됐다.

6개월간의 대장정 레이스를 펼친 한국 남자배구는 출발부터 흔들렸다. 태릉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하고 삼성화재연구원 체육관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그리고 주전 거포들의 부상이 줄을 이으면서 1.5군의 멤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남자배구 대표팀의 신치용 감독은 "어디까지나 목표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전에서 나타난 한국배구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이러한 문제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었다.

리시브 불안과 단조로운 플레이가 부른 참극

한국은 1세트 초반, 리시브 불안과 단조로운 플레이로 인도에 주도권을 내줬다. 한국보다 높이에서 우위에 있던 인도는 뻔히 보이는 한국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한국은 뒤늦게 신영수(대한항공)와 김학민(대한항공)의 공격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1세트를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서브가 약했던 점도 문제였다. 인도는 리시브만 잘되면 2m가 넘는 중앙 센터진을 활용해 위력적인 속공으로 득점을 올렸다. 반대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리시브 불안을 보인 한국은 위기관리능력에서 패하며 인도에 무릎을 꿇었다.

중요한 고비 처인 4세트와 5세트에서 한국은 양쪽 날개에 치우치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신영수와 김학민의 공격은 번번이 인도의 블로킹에 막혔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노릇을 해줬어야 했던 신영수는 범실을 하며 추격 의지를 떨어트렸다.

상대 블로커의 눈에 확연히 보이는 플레이를 했던 한국에 비해 인도는 자신들의 장기인 중앙 속공을 적절히 섞어가며 한국을 압도했다.



마지막 세트에서 한국은 중앙 속공과 시간차 등의 세트플레이를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다. 리시브가 흔들려서 세트플레이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상대 블로커의 눈에 확연히 보이는 플레이를 고집했다.

인도의 장신 블로커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국의 공격을 차단했고 결국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뼈아픈 배패를 당하고 말았다.

색깔을 잃은 한국배구, 인도에 패하는 팀으로 전락하다

7년 만에 인도에 패한 사건은 한국배구에 있어 적지 않게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국배구의 특징이 어느새부터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한국남자배구는 김세진-신진식(전 삼성화재)의 좌우 쌍포를 활용해 아시아 최강은 물론, 세계의 강호들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는 팀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프로화가 진행되면서 한국배구의 특징인 끈질긴 수비와 다양한 세트플레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빠른 배구를 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추세마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신치용 감독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빠른 배구를 무조건 추구하는 것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점을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의 장점을 다시 되찾고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신 감독은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새 한국 배구는 아시아 배구의 특징인 끈질긴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도 사라져가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도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나침반을 잃은 한국배구는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남녀배구는 모두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프로화가 출범되면서 한국배구는 세계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점점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가질만한 젊은 세터가 나오지 않는 점도 한국배구가 해결해야 될 과제다. 남자배구는 월드리그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12전 전패를 당한 이후, AVC대회에서 인도에 패하는 참극을 겪었다.

공수주에서 장점을 잃은 한국은 배구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아사안게임 금메달이 목표인 한국남자배구는 대회가 열리는 100여일을 앞두고 해결해야 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김학민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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