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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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당신의 K-리그 올스타전은 어디 있나요

기사입력 2010.08.03 16:29 / 기사수정 2010.08.03 16:31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K-리그 올스타팀과 맞붙는 FC바르셀로나의 무성의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당초 정예 멤버로 내한할 것이라던 약속을 뒤집어 28명의 선수단 중 단 11명의 1군 선수와 함께 아시아 투어에 나섰고, 내한 첫날 기자회견에서는 K-리그 올스타전에 대한 최소한의 언급도 없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바르셀로나의 이번 내한 경기로 인해 K-리그 올스타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K-리그 올스타전은 엄연히 K-리그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다. 그런데 이번 맞대결은 오직 바르셀로나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올스타전인가




물론 해외 리그에서도 유럽의 명문 클럽을 초청해 자국 리그 올스타팀과 맞대결을 펼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와 아일랜드 에어트리시티리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초청해 올스타전을 가졌다.

그러나 자국리그에 대한 지지 기반이 다른 리그에 비해 탄탄하지 않은 K-리그가 유럽의 빅클럽과 맞대결을 펼치는 방식은 어떤 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K-리그 올스타와 해외 유명 클럽과의 대결이 갖는 명분은 이를 통해 국내 축구팬들에게 빅클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K-리그를 대내외 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르셀로나가 인기 팀이라지만 K-리그 올스타와의 경기라면, 올스타전의 그 존재 의미에 따라 일반적인 국내 축구팬들보다는 평소에 K-리그를 아끼고 사랑해 온 K-리그 팬들을 먼저 우대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높은 티켓값은 그럴 가능성을 저해시킨다.

10만원 내외의 비싼 티켓값의 원천은 '바르셀로나를 보는 것'이지 'K-리그 올스타팀과 바르셀로나를 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K-리그는 관심 밖이며, 그 경기에 오는 관중들은 바르셀로나를 응원하고, 바르셀로나에 초점을 맞춘다. K-리그 팬들은 자신들에게 별 의미도 없는 친선 경기에 그런 비싼 티켓 값을 낼 생각이 없다.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메시와 즐라탄을 비롯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력이 보고 싶을 뿐이다. 이날 모인 관중들 사이에서 바르셀로나는 '우리' 팀이 되고 K-리그는 들러리가 된다.

홈 경기장에서 졸지에 '원정팀'이 된 K-리그 올스타팀은 이겨도 '바르사가 시차 적응이 안됐어','친선 경기 이길라고 죽자고 덤비네','메시가 드리블하게 나둬'같은 반응을, 지면 '이것이 너희의 현주소'라는 비야냥을 받을 것이다. 바르셀로나 팬들이 잘못되거나 K-리그가 인기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단적인 예로 지난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친선전을 들 수 있다. 당시 서울 스트라이커 정조국이 경기 중 태클로 파울을 저질렀는데, '감히' 맨유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했다는 듯 갑자기 경기장이 야유로 가득했다. 그 장면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조국은 엄연히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K-리그와 서울의 대표 선수였고, 그곳은 서울의 홈 구장이었다.

물론 메시나 즐라탄을 비롯해 지난 시즌 '세계 챔피언'이었던 바르셀로나를 스페인에 가지 않고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왜 K-리그 올스타전이어야 할까?

국내 축구팬들에게 해외 축구 클럽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면 (그나마도 차선책이지만) 바르셀로나와 K-리그 단일 클럽 간의 경기로도 충분했다. 만약 그랬다면 바르셀로나 팬과 해당 K-리그 팬의 열띈 응원 경쟁도 벌어지고, K-리그 클럽과 올스타에 뽑히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의 기회가 됐을 것이다.

K-리그 팬을 내쫓는 고가의 티켓

만약 비싼 초청비로 높은 티켓 가격 유지가 불가피했다면, 연맹이 이 경기에 K-리그 팬들을 위해 발벋고 나섰으면 어땠을까?

연맹은 바르셀로나를 초청한 주관사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 올스타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고 판단했는지 홍보 활동을 제외한 TV중계권, 티켓 판매, 메인 스폰서 등은 대부분의 권한을 주관사에게 넘겼다.

그보다는 연맹이 주관사와 공동으로 이번 경기를 주최하여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되도록 많은 K-리그 팬들이 올스타전에 함께할 수 있도록 티켓 가격을 낮추거나, 차라리 주관사로 받았던 5억원을 그대로 K-리그 팬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 K-리그 클럽 시즌 티켓 소지자들에게 티켓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줌으로써 평소 K-리그에 성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인당 평균 25,000원 정도씩만 혜택을 받더라도 K-리그 시즌 티켓 소지자 2만명이 바르셀로나전에서 메시 대신 이승렬과 구자철, 정성룡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암표라는 부작용에 대한 반론도 있겠다. 그러나 티켓과 시즌권의 이름을 대조하는 방법도 있고, K-리그 팬들은 겨우 1~2만원 남겨먹자고 자신들의 자존심을 팔아먹을만큼 충성도가 낮은 사람들도 아니다. K-리그 시즌권 살 정도 열정은 그리 쉽게 나오는게 아니다.

대내외적 홍보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프리시즌에 1.5군으로 K-리그 올스타와 친선전을 치렀다는 것이 K-리그 이미지 재고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국내팬들도 앞서 말한 그런 경기장 분위기에서 K-리그를 달리 보는 계기를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르셀로나의 훈련장이 되어 버린 K-리그 올스타전

마지막으로 K-리그 올스타전을 대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태도도 K-리그 팬들의 축제가 되야할 올스타전을 빼앗아가 버렸다.

리오넬 메시는 방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실전에서 뛰는데 시즌을 앞두고 체력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준비를 잘 할 수 있는 경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K-리그 올스타전은 졸지에 유럽 빅 클럽의 연습경기장이 되고 말았다.

이는 바르셀로나의 잘못 만은 아니다. 현재 K-리그는 시즌이 한창이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바르셀로나는 자연스럽게 K-리그 올스타전을 프리시즌 연습경기처럼 임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경기다.

이런 이유로 K-리그 올스타와 바르셀로나의 대결은 K-리그에도, K-리그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경기가 되기 힘들게 된, 본질을 잃어버린 경기가 되어버렸다.

아쉬운 조모컵의 중단

기존의 올스타전 방식에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K-리그 올스타와 J리그 올스타가 맞붙는 조모컵이 2년 만에 중단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K-리그 올스타와 J리그 올스타는 조모컵이란 이름 아래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각자의 홈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첫 해에는 K-리그가 3-1으로 승리했지만, 지난해에는 J리그가 4-1로 승리했다.

지난 해 조모컵의 패배는 AFC챔피언스리그의 초반 부진과 맞물려 K-리그 클럽과 팬들에 경각심을 심어줬고, 절치부심한 K-리그는 2010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배정된 동아시아 4장의 티켓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이룩해냈다.

J리그 역시 2008년 조모컵 당시 참패를 당한 뒤 이듬해 설욕을 위해 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등 양리그 올스타의 맞대결을 통해 팬들에게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올스타전의 패배가 마치 A매치 한일전에서의 패배처럼 기분 나쁘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적이 있었는가?

재밌는 골세레모니 장면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찾기 힘든 중부올스타와 남부올스타의 맞대결이나 주객이 전도되는 해외 유명팀 초청 올스타전보다는 흥행은 조금 덜 되더라도 K-리그에 훨씬 의미있는 작업의 계기가 됐던 조모컵의 유지가 아쉽기만 하다.

서로 라이벌 의식을 고취시켜 K-리그와 J리그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일반 축구팬들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일올스타전은 양 리그의 발전을 도모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존경받을 만한 클럽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K-리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은, 그 중에서도 적어도 이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K-리그 올스타전에서 메시와 즐라탄이 골을 넣고도 무덤덤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대신 이동국이 고금복 주심 앞에서 코너킥 플래그를 걷어차는 골 세레모니나 이승렬이 J리그 올스타 골문에 환상적인 슛을 넣는 것을 보고 싶고,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오지 않은 것보다 백지훈과 지동원이 올스타에 뽑히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K-리그 올스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 선수들이지, 바르셀로나가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11명의 무명씨들이 아니다. 내년에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K-리그 올스타전을 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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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엑스포츠뉴스DB]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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