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노수린 기자] 만화가 이현세가 자신의 만화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배철수 잼'에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만화가 이현세가 출연했다.
배철수는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 안 보는 사람이 없었던 전설의 만화다"라고 설명했다. 이현세는 "'외인구단'을 보려면 만화 가게로 와야 한다"며 "'외인구단'이 끝날 즈음 전국의 만화방이 10배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현세는 "그 당시에는 국가에서 원치 않아서 만화가 3~4권 이상을 넘지 못했다"라며 "'공포의 외인구단'은 30권. 장편 서사 만화의 시초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포의 외인구단'의 한 권당 원고료가 500~600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는 2,000만원이었다.
이현이는 "그럼 4권 그리면 아파트 한 채인 거냐"고 감탄했고, "강남에 빌딩도 하나 사고 그러시지"라는 배철수의 너스레에 이현세는 "투기로 느껴진다. 너무 풍요로우면 작품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현세는 결혼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 때는 손잡으면 결혼해야 하는 시대였다"며 "친구 동생인 아내가 소개팅을 시켜 줬는데 이상형과 너무 다른 사람이 나왔다. 일부러 그런 친구들 소개해 주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사과가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현세는 "아내에게 너 나 좋아하지? 물으니, 오빠한테 물어본다고 하더라. 사귀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사귀었다"고 밝혔다.
영화 이야기를 위해 절친한 지인인 곽경택이 나섰다. 곽경택은 "이장호 감독이 '외인구단'을 영화화 할 때 커브 볼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며, "지금은 컴퓨터 그래픽 시대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다시 찍으면 같이 출연하시는 게 어떠냐"는 이현이의 질문에 이현세는 "광고를 찍어 보고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거절했다. 이어 이현세는 "실제 딸의 이름이 이엄지"라며, "학창시절에 이현세 딸인 것이 소문이 나서 학교 생활을 잘해야만 했던 것이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라고 일화를 밝혔다.
배철수는 "왜 만화가가 되었는지" 물었고, 이현세는 "경주 시내 길거리에 있던 한 만화방에서 보자마자 만화에 빠져 버렸"다고 대답했다. 이현세는 "만화를 보기만 해도 처벌 받던 시대였다"며 "색약이라 미대에는 가지 못해서 좌절했지만, 만화는 스토리를 써서 흑백으로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현세는 "만화는 내가 탈출구이자 피신처였다"라며,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미 드로잉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호러 만화를 그리곤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문하생 시절에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선배들이 사용할 먹물을 벼루에 직접 갈았다. 선배 속옷 세탁은 기본이고 막걸리를 외상으로 사오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고 눈물 젖은 추억을 회상했다.
"영화도 만화처럼 생각했다"는 이현세는 '아마게돈'의 실패 이유로 "감독의 무지와 오만"을 꼽았다. 이어 '천국의 신화'라는 작품을 통해 긴 세월 법정 싸움에 대해서 "검찰측에서는 폭력이고 음란이라고 주장했고, 내 입장은 선사시대의 모습을 그린 것에 불과하니 음란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현세는 "당시 딸들이 나를 믿어 주는 것이 큰 힘이 되었고, 동료 작가들도 항의 집회를 해 주었다"며 "의미가 있는 세월이었지만 뺏긴 게 많더라"고 말했다.
"후배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배철수의 질문에 이현세는 "돈과 인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정직한 이야기를 하라. 자신에게 솔직한 이야기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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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린 기자 srnnoh@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