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뮤지컬 ‘레베카’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주인공 나(I)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이지혜는 최근 영화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이다.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서스펜스와 로맨스를 결합해 긴장을 유발하는 스토리, 드라마틱한 넘버를 자랑해 사랑받고 있다. 이지혜는 2017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 나(I)를 연기하고 있다.
이지혜는 “봉준호 감독님이 히치콕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 영화 ‘레베카’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데 뮤지컬도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뮤지컬 배우로 활약해온 이지혜는 1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화제작 ‘기생충’의 일원이 됐다. 연교(조여정 분)의 아들 다송(정현준)의 생일파티에 성악가로 등장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영화 오디션이라니, 일상에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요소이고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봤어요. 애초에 대사가 없고 노래 부르는 역할로 정해져있었어요. 성악은 계속해왔고 잘 알고 있어서 자신 있었죠. 내가 잘하는 아리아를 부르면 되겠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노메이크업으로 와 달라고 해서 정말 노메이크업으로 오디션에 갔어요. 그런데 다들 메이크업을 하고 왔더라고요. 100대 1을 뚫은 비결이요? 노메이크업이 아니었을까. (웃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봐주신 것 같아요. 자유 연기도 해봤어요. 뮤지컬처럼 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아 대본을 숙지해 그나마 오그라들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했죠.”
이지혜는 영화에서 풍부한 성량을 뽐내며 오페라 로델린다 중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 노래를 불렀다. 이지혜가 직접 고른 곡들 중 하나다.
“감독님에게 몇 곡을 샘플로 보냈고 골라주셨어요. 애초에 감독님이 박 사장 집이 배경일 때는 바로크 음악을 쓰고 싶어 했더라고요. 로델린다가 바로크 양식이어서 그런 부분이 맞아떨어졌고 생뚱맞지 않게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생일 파티 장면이기 때문에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무겁지 않고 밝으면서 신을 전환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로델린다의 가사를 보면 ‘이제 더 이상 내게 아무 슬픔도 비통함도 없고 오직 당신의 행복한 얼굴만 보이는군요’거든요. 두 가족(기택, 박 사장)을 대비시키면서 잘 녹아들었어요.”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로 통한다.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서 완성도를 높인다. 이지혜는 봉준호 감독을 두고 '봉테일 오브(of) 봉테일'이라고 언급했다.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싸여 있어 몰랐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그린 만화로만 봤죠. 처음 오디션 볼 때는 영화 제목이 기생충이어서 단순히 기생충이 몸속으로 들어가서 전염시키는 내용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 제목이 ‘기생충’이 아니면 설명을 못 하겠더라고요. 어디에 대입시켜도 ‘기생충’이더라고요. 역시 봉테일이라고 느꼈어요.
현장 소품들도 고가였어요. 박 사장의 거실에는 유명작가의 수억에 달하는 작품이 있고 테이블도 감독님이 설계한 거고요. 연교가 앉는 식탁 테이블도 고가의 제품이고 바닥재까지 세세한 부분도 다 신경 쓰셨더라고요. 기택네 집도 그런 디테일이 엄청 많아요. 기택네 집에 있는 꼽등이가 당연히 CG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꼽등이었어요. 소품 팀에서 꼽등이를 새끼 때부터 키웠다는 말을 듣고 충격적이었죠. 스태프들도 직접 키운 꼽등이가 영화에 나올 때 뿌듯했을 것 같아요. 역시 봉테일 오브 봉테일이에요.”
이지혜는 “봉준호 감독님은 모두에게 먼저 편하게 대해준다. 현장에서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교 역할을 맡은 배우 조여정과도 실제 친분이 있어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단다.
“대기할 때 불편한 점은 없는지,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셨어요. 파티에 초대받아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정도로만, 편하게 생각하라고 디렉션해 주셨죠. 노래는 후시작업으로 하면 되니까 편하게 하라고요. 자연스러운 게 좋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정을 지으면서 임했어요. 오히려 영화를 볼 때 긴장했죠. 조여정 언니와 친분이 있는데 언니의 친구 역할로 나와서 편했어요.
앞으로 꼭 드라마나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어느 날 기회가 생기면 도전하고 싶어요. 전미도 언니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주연 배우로 소름 돋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매체에서의 연기가 나중에 무대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만큼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생충'으로 배운 게 많아요.” (인터뷰④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SNS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