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7.16 16:17 / 기사수정 2010.07.16 16:22
2002년 월드컵 이후 전국에는 '시민 축구단' 열풍이 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가 창단했고, 뒤이어 경남FC와 강원FC등 시민구단, 또는 도민구단이 줄줄이 창단되며 한국 프로 스포츠에 드디어 '시민구단'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전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구단이었다. 1997년 동아그룹의 주도 아래 기업 컨소시엄 형태로 창단된 대전 시티즌은 IMF를 거치면서 참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며 재정적인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 대전광역시의 도움을 받아 2005년 시민주 공모를 통해 2006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시민구단은 다른 구단과 달리 모기업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살림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만성 적자는 결국 팀 해체로 이어지는 현실 상 무엇보다도 팀을 유지하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을 경영하면서 흑자를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가 계속해서 흑자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표를 구매해줄 많은 관중과 충성도 높은 팬이 부족한 상황은 아직도 구단들이 불안한 재정 상태가 유지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부터 시민구단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좋은 경기력을 통해 관중들을 끌어모으고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준 높은 선수들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그렇다고 시민구단의 주 수입원인 이적료 수입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팬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시민구단은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른 구단에 팔아야 했고, 팬들은 이런 모습에 불만을 표시하며 경기장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시민구단의 기업 인수설은 팬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안정될 구단 경영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애정을 쏟았던 선수들이 팀을 떠날 걱정 없이 안정적이고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전 팬인 안상혁 씨는 "비록 시민 구단이라지만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매각하는 등 시민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던 팀이었다. 차라리 기업에 인수되면 비록 기업 구단이지만 팬들의 생각을 좀 더 반영해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이번 인수설에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대전 인수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밝혔다.
자신들의 힘으로 만든 시민구단이 다른 기업에 넘어간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한국 프로 스포츠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직까지 구단 경영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는 없다는 그 냉혹한 현실 말이다.
이번 대전의 사례는 단순히 대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시민구단은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자본금을 계속해서 잃어버리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모은 자본금이 바닥 난다면 결론은 결국 해체의 길을 걷거나 다른 생존의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하여 많은 지자체장이 축구팀 창단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많은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이번 대전의 사례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결국 야심차게 출발한 구단은 제 3자의 인수나 해체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사진=대전 시티즌 (c)엑스포츠뉴스 허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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