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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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개봉③] 이희준 "각하를 위하는 마음 하나로…100% 쏟았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0.01.22 13:50 / 기사수정 2020.01.22 10:5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희준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데 성공했다.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희준은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연기했다.

박통(이성민)을 향한 높은 충성심을 갖고 있는 곽상천은 실제 당시의 대통령 곁을 지켰던 경호실장을 모티브로 했다. 이희준 역시 캐릭터를 위해 100kg까지 체중을 늘리며 외적인 변신에 나섰다. 시종일관 김규평을 향한 날선 감정을 드러내는 얄미움이 가득 어린 연기도 눈에 띄는 포인트다.

이희준은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는 기대가 컸어요. 제 연기에 스스로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맡은 제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각하를 위한다는 마음, 그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얘기했다.

영화 속에서는 격한 움직임과 귓가를 때리는 많은 굉음들 없이도 113분 간 숨 쉴 틈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희준 역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화를 볼 때 모두 색다른 감정을 느꼈다.

"시나리오를 보통 한 번에 읽는 경우가 없는데, '남산의 부장들'은 진짜 한 번에 읽었거든요.(웃음) 예전에 '미쓰백'도 한 번에 읽은 경우였는데, 뭔가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굵은 붓으로 슥 한 번 그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물을 엄청 마셨었는데, 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볼 때도 그랬어요. 정말 목이 너무 타더라고요. 관객 분들도 그러실지 궁금하네요.(웃음)"


체중을 늘린 이유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살을 찌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을 이은 이희준은 "곽상천이 내지르는 말이 많은데, 호리호리한 체구로 그런 말을 하면 몰입이 잘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여태까지 그렇게 살을 찌워본 적이 없으니까 '배 나온 내 모습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배가 나와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허락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리고 나서 3개월 동안 25kg를 찌웠죠. 최고 체중은 100kg까지 나갔었고요. 정말 배우로서 놀랍고 신비한 경험이었어요. 굉장히 잘 만들어진 가면을 쓴 느낌이었죠.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외적인 변신 후 곽상천의 심리에도 더욱 주목했다. 이희준은 "'곽상천이 무엇을 믿고 있었을까'를 생각해봤죠. 진짜 너무 확고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한, 사심이 없는 캐릭터가 아닐까요? 권력욕보다는, 오로지 그 분(대통령)을 위하고 그 분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인 것이죠. 그 분이 곽상천에게는 국가였던 것이에요. 목숨도 바칠 각오가 돼있는 것이죠. 그런 만큼, 충정이 잘못되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나 그것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봤고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100%의 노력을 쏟았죠"라고 덧붙였다.

"영화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곽상천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마음이, 연기를 해보고 나니 '이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저도 연기하면서 편협하지 않으려고 했고, 서로 양 끝에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극 안에서 제가 해야 될 역할들에 대해 고민했어요. 이런 캐릭터는, 제가 설득이 안 되면 연기를 못해요.(웃음) 그 과정이 가장 큰 노력이었죠."


꾸준했던 활동은 차곡차곡 쌓인 필모그래피로 증명된다. 연극 무대에 선 이후 2007년 MBC '케세라세라'로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렸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직장의 신'(2013), '유나의 거리'(201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7) 등 드라마를 포함해 '결혼전야'(2013), '로봇, 소리'(2016), '최악의 하루'(2016), '여교사'(2017), '미옥'(2017), '1987'(2017), '미쓰백'(2018), '마약왕'(2018), '미성년'(2019) 등 스크린에서도 작품의 크기와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제 몫을 다해왔다.

'병훈의 하루'라는 단편영화도 직접 연출하면서 국내외 영화제 초청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 개봉 후에는 새 영화 '보고타' 촬영을 위해 콜롬비아로 곧 떠날 예정이다.

이희준은 "스스로 힘들 스타일이다"라는 말에 "그렇다"고 웃으면서 "저를 잘 안 놓아두는 편이다. 소파에 30분 이상 그냥 못 앉아있고, 몸을 가만히 놔두질 못한다"며 웃었다.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는 폭도 한 뼘 더 넓힐 수 있었다며, 작품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 활동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다는 것이거든요. 늘 외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고, 연기에 다가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이번에도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저 개인, 이희준의 시각도 더 넓힐 수 있게 된 것처럼요. 제가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았을 것이에요.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고요.(웃음) 이 영화를 하고 나니, 무언가를 그렇게 강하게 믿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럴 수 있겠구나'는 생각은 들어요. 이런 것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 아닐까요?(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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