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한국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가 돌아왔다. 드라마가 탄탄해지고 전개는 빨라져 완성도가 높아졌다.
뮤지컬 ‘웃는 남자’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소설 '웃는 남자 L’ Homme qui rit'(1869)가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한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담는다.
제목대로 주인공 그윈플렌은 항상 웃고 있다. 타의로 입이 찢어져 웃게 된 모습은 비극적이다. 실제로 당시 영국에는 어린이 납치 매매단이 성행했다고 한다.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수발을 드는 몸종으로 외모가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에 매매단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신체 일부를 훼손하거나 성형수술을 시켜 기이한 외모로 만들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 그윈플렌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뮤지컬화했다. 엄홍현 EMK 뮤지컬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로버트 요한슨, 프랭크 와일드혼 등이 의기투합했다. 2018년 175억의 제작비와 5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초연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재연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넘버, 가사, 장면 순서에 변화를 줬다. 초연 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깊게 담기진 않았다. 재연에서는 좀 더 속도감 있고 캐릭터의 감정도 매끄럽게 이어져 개연성을 보완했다. 볼거리는 초연과 다름없이 눈에 띈다. 파도가 치는 바다 위 배, 눈보라가 휘날리는 벌판, 강가에서 여인들이 물장구를 치는 장면, 곡선 모양의 국회의사당 등 성대하다. 모형 배를 사용했던 배의 난파 장면은 실제 배를 새로 제작해 더 실감나도록 연출했다.
진짜 괴물은 그윈플렌이 아니라 부패한 부자들일 터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 ‘가난한 자들은 부자들의 오락거리에 불과하다’라는 대사가 말해주듯 목구멍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든 가난한 자와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부유한 자를 대비시킨다. 여왕과 귀족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하는 그윈필렌을 통해 허영심과 탐욕으로 부패한 왕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윈플렌, 데아, 우르수스의 가족애도 여운을 남긴다.
슈퍼주니어 규현이 전역해 4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 '베르테르', '그날들' 등에 출연한 규현은 아이돌이지만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규현은 이번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 100%를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첫 공연에서 만족할만한 무대를 해낸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하면 안 되는데 만족했다"라고 밝혔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는 안정된 가창력과 딕션을 토대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했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그윈플렌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3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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