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자신이 가진 여러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재홍의 노력이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15일 개봉한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 HUN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안재홍은 태수 역을 연기했다.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 된 후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직접 북극곰 연기를 하는 수고로움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
안재홍은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서, 원작을 보지는 못했어요. 시나리오를 먼저 봤었는데, 제가 손재곤 감독님을 워낙 많이 좋아했었거든요. '달콤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까지 정말 좋아하는데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었죠"라고 미소 지었다.
"이야기가 정말 신선하고 기발했어요. 전에 없던 소재였죠"라고 말을 이은 안재홍은 "세련된 유머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만 해도 동물 탈을 써야 한다는 부분은 크게 인식을 못하고 고민도 안 했었는데, 하기로 한 이후에 갑자기 걱정이 되더라고요. 관객 분들을 잘 속일 수 있어야 할 텐데, 가능할까 싶었죠"라고 얘기했다.
안재홍은 심혈을 기울여 제작됐던 동물 탈을 실제로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모든 스태프 초미의 관심사였거든요. 그 순간이 정말 기억나는 것이, 트럭이 왔어요. 모든 스태프들이 나와서 트럭 뒷문이 열리는 것을 기다렸는데, 고릴라 탈이 나온 것이에요. 다들 '이 완성도와 이 탈이면 가능하겠다', '이야기가 성립이 되겠다' 싶었죠. 고릴라 탈이 공개되는 그 순간이 너무나 재밌었어요"라고 다시 미소를 보였다.
"재작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촬영을 했는데, 오히려 쌀쌀할 때는 탈을 입는 것이 좋더라고요. 거대한 솜이불을 한 겹 껴안고 연기하는 기분이라서, 뭔가 더 자신감이 샘솟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찾아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곰의 행동도 연구해보고, 그렇게 먼저 친해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관람객을 속이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설득시켜야 하겠다는 그 본질을 계속 생각하게 됐죠."
변호사로의 태수, 동물원 원장으로 태수를 바라보며 '사실적으로 연기하자'는 마음을 다졌다.
"태수가 다시 로펌으로 들어갔을 때 오히려 좀 더 쓸쓸해 보인다거나 괴리에 빠져서 정말 자기가 처음에 원했던 그 자리에 앉았을 때 스스로가 좀 미워지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오히려 동물원이라는 곳이 태수에게는 모험 같은 즐거운 곳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태수가 누군가를 이용하거나 나쁜 맘을 먹는 것은 전혀 아닌데, 자신이 누군가에게 좌절감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괴로워지는 마음을 잘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저희 영화의 상황이나 설정이 너무나 기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태수를 제가 자연스럽게 연기해야만 이 영화가 가진 재미와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죠."
200명이 넘는 보조출연자와 호흡하며 북극곰의 모습으로 방사장에 섰을 때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한 안재홍은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저희 영화가 표면적인 이야기는 태수라는 인물이 얼떨결에 동물 없는 동물원이 새 원장으로 부임해서 정상 운영을 시키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도 있지만,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렇게 다른 메시지가 툭 던져지는 것이 좋았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2009년 단편 '구경'으로 데뷔해 10여 년 동안 꾸준히 활약해왔다.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 '족구왕'(2014)과 '응답하라 1988'(2015)를 비롯해 '조작된 도시'(2016),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쌈, 마이웨이'(2017), '멜로가 체질'(2019)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히 활약해왔다. 2월에는 '사냥의 시간'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JTBC 예능 '트래블러'로도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안재홍은 "특별한 어떤 캐릭터를 고집하려고 한 것은 없었어요. 제게 주어진 캐릭터, 소중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저라는 사람보다는, 제가 연기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지는 그 지점을 더 선호하고요"라면서 "'해치지않아'에서는 뭔가 더 결을 다양하게 가져가고 싶었거든요,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지금까지 뚜렷하게 한 면만 부각되는 인물들을 연기했다면, 이번 캐릭터로는 더 많은 색깔을 내고 싶다는 맘으로 임했어요"라고 앞으로도 다양한 얼굴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항상 이야기가 먼저다"라고 강조한 안재홍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었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꾸준히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 성격이 대충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웃음) 매 순간 제가 가진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서 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아쉽고 부족한 면들이 많이 느껴지죠. 최선을 다했으니까, 앞으로도 정확하게 하고 싶어요.(웃음) 친구들끼리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갈 것이냐'는 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전 아니라고 답했어요. 늘 최선을 다해왔었기 때문에, 지금 현실에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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