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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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생의 드라마VIEW] '스토브리그'-'머니볼', 젊은 단장의 성공 신화는 같을 수 없다

기사입력 2020.01.10 09:36 / 기사수정 2020.01.10 09:36

황성운 기자

[유망생의 드라마VIEW] “혁신적인 방법으로 위기의 팀을 재정비하는 젊은 단장에 대한 이야기.”

SBS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영화 '머니볼'을 함께 관통하는 로그라인이다. 계속해서 비교 선상에 오르는 두 작품이지만, 젊은 단장의 성공 신화는 같을 수 없다. 두 작품이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며, 인물의 성장을 다루는 방식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브리그'는 '머니볼'의 색채가 강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2011년 개봉한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연봉총액 최하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02년 시즌을 앞두고 팀의 주축 선수가 모두 빠져나가면서 난관에 봉착한다. 빌리 빈은 기존 방식을 뒤엎는 ‘머니볼’ 이론을 내놓는다.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 확률이 높다고 판단,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것.

빌리 빈의 이론은 감독을 비롯한 프런트의 반발을 산다. 하지만 빌리 빈은 자신의 방법을 관철하며, 한 선수를 얻기 위해 전화로 세 팀 사이를 밀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빌리 빈의 혁신적인 방법은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며, 애슬레틱스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20연승의 결과를 이뤄내게 한다. 

'머니볼'은 단순히 젊은 단장의 성공 신화를 쓰는데 그치지 않는다. 빌리 빈이라는 젊은 단장의 트라우마의 극복 과정도 보여준다. 야구 선수 출신인 빌리 빈은 선수로서 실패했다. 그는 애슬레틱스를 일으켜 가는 과정에서 과거 실패한 자신을 극복하고 한발 나아간다. 주변 인물과 관계를 통해 내면을 성찰한다기보다는, 오롯이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피터 브랜드(조나 힐)는 빌리 빈에게 홈런을 치고도 1루에 안착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2군 선수의 비디오를 보여주며,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는 빌리 빈이 그 기억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머니볼'은 극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프로 야구팀과 함께 한 남자, 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 

'스토브리그'는 '머니볼'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방법으로 팀을 재정비하는 젊은 단장, 그리고 선수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팀을 재정비한다는 점에서 출발선이 같다. 적은 돈을 주고 최고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용병 로버트 길(이용우)을 기용하고,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학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를 내세운 백영수(윤선우)의 입사를 통해 머니볼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스토브리그'는 말 그대로 스토브리그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담고 있다. 최하위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 백승수(남궁민)는 팀 리빌딩을 위해 고질적인 문제 타파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머니볼'에서는 세이버매트릭스를 통해 선수를 재정비했다면, '스토브리그'에서는 세이버매트릭스를 활용하면서도 또 다른 갈래를 보여준다. 팀의 분위기를 흐리는 프랜차이즈 스타 임동규(조한선)를 내보내면서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동시에 파벌 싸움을 일으키는 코치진에게 못을 박거나, 스카우트 팀장의 비리를 밝혀 팀 내 기강을 바로잡는다. 

다만 '스토브리그'가 인물의 성장을 풀어내는 방식은 '머니볼'과 사뭇 다르다. '스토브리그'는 한 남자의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 '스토브리그' 속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이다. 

이세영을 비롯한 드림즈 프런트는 자신들이 야구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며 새로 부임한 단장 백승수의 전략을 무시한다. 하지만 백승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팀을 정비해나가고, 이 과정에서 이세영은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다. 또한 이세영은 백승수와 함께 스카우트팀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신을 가두고 있던 편견의 틀을 깨고 한발짝 성장한다. 

'스토브리그' 전반부는 인생의 성장,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성장이라기보다는 이전보다 한발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나를 위한 성장을 다룬다. 아직 백승수 단장의 과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이후 펼쳐질 이야기에서 어떤 성장을 다루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진다. 다만, 하나씩 풀리게 될 이야기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한국판 휴머니즘’을 너무 표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승수 단장은 극 중 “휴머니스트와 일 안 한다”고 했다. 그의 말과 반대로, 오히려 휴머니즘을 강조하다 보면, 드림즈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타파해가는 ‘사이다’ 같은 쾌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한국 드라마에서 유일무이한 스토브리그 아이템을 내세운 '스토브리그'는 '머니볼'과 다른 성장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만의 색채가 강하다. 이를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SBS, 영화사 제공

황성운 기자 jabongd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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