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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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팀에 도전하면 골 세례가 기다린다

기사입력 2006.12.29 13:53 / 기사수정 2006.12.29 13:53

이성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2003년 AFC 챔피언스리그로 각종 아시아 클럽 대회가 통합되기 전 K리그 팀들은 아시아 최강 클럽의 면모를 과시했다. 수원, 성남, 포항, 부산 등이 아시안 클럽선수권(현 챔피언스리그), 위너스컵, 수퍼컵 등의 정상에 올랐고 전북, 전남도 준우승 경력이 있다.

통합 전의 위용을 찾아야 했던 K리그 팀들

▲ 'K리그 킬러'로 인식되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이티하드
ⓒ AFC 

수원 삼성 서포터 ‘그랑블루’ 박영진(30·회사원)씨는 2년 전 말레이시아를 여행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박씨는 당시 수원 유니폼을 입고 돌아 다녔는데 현지인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거려 이유를 묻자 “수원은 아시아의 호랑이 클럽”이라며 엄지를 치켜 올린 뒤 “서정원은 여전히 빠르냐?”고 물어 기분이 괜히 좋았다는 경험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로 통합 이후 K리그 클럽은 꽤 많은 물을 마셨다. 특히 사우디의 클럽 알 이티하드, 축구팬이라면 이 팀이 ‘K리그 킬러’라는 소리에 수긍 할 것이다. 2004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전북 현대를 꺾은 뒤 올라간 결승, 성남 일화에 1차전 1-3으로 패하고도 2차전 5-0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4강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만났다. 역시 부산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뒤 우승을 차지했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알 이티하드는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했다.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은 챔피언스리그에서 꼭 알 이티하드를 만나 ‘복수’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런 팬들의 소원을 올 시즌 전북 현대가 해냈다. 아마 전북 팬들이 중동 지역을 여행 다닐 때 전북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면 현지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던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내년에 보자고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전북은 최고의 스토리로 올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초 전북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오히려 울산 현대에 무게가 실렸다. 조 편성에서도 울산은 두 팀이나 관련 서류제출 미비로 출전 자격을 박탈당해 단 두 경기로 8강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오히려 전북은 2005년 중국 슈퍼리그 우승팀 다롄 스더와 일본 J리그 우승팀 감바 오사카와 한조에 배정,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조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큰 과제가 될 정도로 전북에게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는 전북 현대의 주장 김현수와 뒤의 선수들
ⓒ AFC

K리그의 무서움을 보여 준 현대가(家) 형제 ‘전북과 울산’

그러나 이미 수차례 언급 되었듯 최강희 감독의 뛰어난 연구와 지략은 전북을 ‘역전의 명수’로 만들어 놓으며 매 토너먼트마다 드라마를 썼다. 선수들도 감독의 기대에 부응, 경기 막판까지 절대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펼쳤다. 이 결과가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이고 내년 8강부터 자동 진출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특히 적지에서 0-2로 뒤진 상황에서 제칼로의 극적인 만회골은 시리아 홈즈 칼레드 빈 경기장에 모인 알 카라마 팬들의 머릿속에 전북이 최강팀임을 심어주었다. 중국과 일본의 클럽들에게는 보고 배워야 할 대상으로 변신했다.

울산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하필 전북을 만나 패하며 우승컵 들어올리는 꿈을 접었지만 8월 일본에서 열린 한, 중, 일 클럽들만이 모여 치르는 A3 챔피언스 컵에서 컵을 들어 올리며 중국, 일본 축구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첫 경기 상대인 일본의 제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아쉽게 2-3으로 패했지만 최성국, 이천수 콤비가 살아나는 징조를 보여준 경기였다. 이들의 발끝이 살아나자 나머지 경기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 A3대회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울산 현대, 그 중심에 있었던 이천수
ⓒ AFC
이후 두 번째 경기인 감바 오사카와의 경기. 전북에게 챔피언스리그에서 당한 패배를 울산에서 갚으려던 감바 오사카에서 울산은 치욕스러운 결과를 알려준다. 무려 6-0, 이천수가 3골이나 집어넣으며 일본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울산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경기로 열린 중국클럽 다렌 스더와의 경기에서 역시 이천수가 두 골을 뽑아내며 4-0의 대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이 경기를 위해 원정 응원을 갔던 조미숙(27・학생)씨는 “경기 끝나고 근처에 있던 중국 팬들이 험한 말을 내벹으며 다가와 경기장에서 나오는데 애를 먹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회 전체를 통틀어 울산은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K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대회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특히 이천수 외에도 레안드롱, 이상호, 이종민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이 성공을 거두며 나머지 일정들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길게 아시아 정상에 있자. K리그!

챔피언스리그 8강 상대였던 사우디 클럽 알 샤밥과의 홈 1차전은 이 대회 골 감각이 이어져 6-0의 대승을 만들어냈다. 이 때문에 당시 알 샤밥의 감독이었던 움베르투 코엘료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질되는 수모를 겼었다. 하지만 울산의 행진은 전북의 역전극 앞에서 멈추고 말았고 이후 K리그 플레이오프마저 놓쳐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말았다.

2007년 챔피언스리그에 K리그 우승팀 성남과 FA컵 우승팀 전남 드래곤즈가 출전한다. 올 시즌 우승팀 전북은 8강부터 경기를 시작한다.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K리그 팀들의 장기집권을 노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진 것이다.

과연 K리그가 계속 아시아의 정상에서 다른 팀들을 내려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2007년의 각종 대회들이 기다려진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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