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12.26 13:30
1번과 2번이 혼합돼 문제가 된 대표 사례가 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 꽈당 직캠 때 무대다.
1. 비가 왔는데
2. 물도 안 닦고 무대가 미끄러운 상태에서 공연을 그대로 진행시키고
3. 바닥에 빗물도 안 치우고, 비를 막을 캐노피텐트 하나 설치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꽈당 직캠이 있었던 일정은 인제 스피디움 ‘SBS’ LOVE FM ‘박영진 박지선의 명랑특급’ 공개방송이었다.
사실 꽈당 직캠의 주인공인 유주는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도 그 무대에서 크게 다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정말 운 좋게 멤버들이 크게 다치지 않았고, 직캠도 화제가 됐기에 좋은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 것이다.
행사에 대해 대단히 잘 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름 행사 견적서 좀 만져봤던 입장에서 봤을 때 행사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돈 문제다. 나름 3억 이하 행사 견적서까지는 어떤 식으로 편성되는지 봤으니, 공신력까지 논하긴 좀 부끄럽지만, 아예 허튼 이야기는 아니라 보셔도 무방하다.
축제, 행사를 소비하는 입장에선 ‘안전이야 말로 최우선 가치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게 돌아가지가 않는다. 최소한의 안전예산만 투입해 문제없이 일을 끝내고자 하는 일이 잦다. 그 최소한이라는 게 심할 때는 ‘0원’까지도 간다.
대 유튜브 시대다보니 아이돌들 여름행사 직캠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아이돌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직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여름 걸그룹 직캠 좀 보신 분들이라면, 위에서 기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것이다.
여자친구 꽈당 직캠이 온 커뮤니티를 휩쓴 것도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2015년 일이니), 최근에도 물기 많은 바닥 때문에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아이돌들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그에 따라 돈도 배정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물품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올 때 대비해 무대용 캐노피텐트 하나만 준비해놔도 부상 위험이 반 정도는 줄어들을 것인데, 그야말로 ‘어림도 없지’ 수준이다.
악천후에도 무대 잘하는 아이돌들 보면 ‘프로의식’이 있다고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안전관리 안하는 행사는 ‘프로의식’이 없는 행사다.
물품 및 시스템도 돈 문제고, 사실상 인력 문제도 돈 문제다. 행사업, 이벤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이 산업은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그리고 동시에 열정페이 기반의 산업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글쓴이가 모 케이팝 아이돌 행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을 때 어떤 제보자로부터 그 행사 주최의 현실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됐다. 해당 기사는 펜스 안전 문제 때문에 사진 및 영상기자들이 그 아이돌 행사를 단체 보이콧하던 날에 썼다.
제보의 핵심은 낮은 급여, 임금체불, 잦은 인력교체였다. 이 세 가지를 다 가졌는데 행사가 안전할리가 있나. 문제는 그런 행사가 비단 그 케이팝 아이돌 행사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SBS ‘가요대전’, 특히 레드벨벳 웬디 추락 사고를 보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SBS, 이번 가요대전에 안전예산 얼마나 들였는가’
자본주의사회이기에, 당연히 1차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돈’이다. 안전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사지 않았을 때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축제, 공연, 행사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그러니 위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SBS는 과연 충분한 돈을 주고 안전을 샀는가.
안전관리에 잔뼈가 굵은 인력들이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있었다면 부상을 당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확실한 안전 수식이 있었고, 좋은 안전관리인력이 있었고, 좋은 안전장비가 아티스트를 보호했다면 2m 높이에서 떨어져 안면, 손목, 골반 부상을 당하는 일을 일어났을까.
세상에 만약은 없다는 말도 사실이긴 하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경우의 수가 잘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 더.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계속 비판 받고 있는 SBS의 사과문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과문을 보고 글쓴이는 ‘제대로 된 사과문을 쓸 여유조차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문장이 너무 짧았고, 다친 사람에 대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글 쓴 사람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과문이었다. ‘가요대전’이 어떤 시스템 안에서 돌아갔기에 비판 받을 것이 뻔한 사과문이 SBS 공식 입장문으로 올라왔을까.
무엇이 진실이더라도, 지상파 3사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비판을 피하기(3사가 아니어도 비판 받을 문제고)는 어려울 것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SBS 홈페이지-연합뉴스TV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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