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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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트레인' 20주년을 이끈 또 한 명의 주인공, '헤비 누나' 신은숙 대표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12.24 16:00 / 기사수정 2019.12.24 15:52

이덕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지난 21일 대구 클럽 헤비에서 '힙합 트레인' 20주년 기념 세 번째 공연이 열렸다. 90년대 PC통신 힙합 동호회의 공연에서 시작한 힙합 트레인은 20년간 대구를 지키며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힙합 공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힙합 트레인이 20년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린 또 한 명의 주인공은 클럽 헤비를 운영하는 신은숙 대표다. 속칭 '헤비 누나'라고 불리는 신 대표는 어느덧 힙합 트레인과의 인연을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힙합 트레인은 20주년이고 헤비는 내년이면 24살이네요. 어린 관객분들에겐 어마어마한 시간이지만 사실 딱히 오래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번 3번의 20주년 기념공연을 하며 소중한 큰아들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숫자가 올라가도 감흥은 똑같았어요. 장비가 업그레이드돼도 큰돈을 쓴 곳은 아니여서 환경적으로 쾌적하지는 않으니까 미안하기도 하고요"



클럽 헤비는 힙합보다는 인디 밴드의 공연을 위주로 운영되는 클럽이다. 많은 밴드들이 전국투어 라인업에 클럽 헤비를 추가하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신 대표가 힙합과 인연을 맺은 것도 사소한 공연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인디 음악을 위주로 하는 록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어느 날 힙합 하는 랩퍼들이 찾아오고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고민을 했어요.  '헤비가 어울릴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때는 요즘처럼 힙합 클럽도 없고 공연할 데가 없었는데 '힙합도 인디적인 부분을 내세워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인드가 마음에 들어서 오디션도 따로 안 보고 그냥 맡겼어요"

록 음악을 좋아했던 신 대표는 이렇게 힙합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이후 신 대표는 미국 MTV의 알앤비, 소울 음악 프로 '소울트레인'에서 착안해 '힙합 트레인'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신 대표는 "초창기 힙합 트레인 멤버들이 착각하던데 진짜 제가 만들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한 달에 한두 번씩 할 정도로 공연을 자주 했어요. 점차 자리를 잡아갔지만 '100명이 넘을 때까지 입장료를 3천 원으로 가자'고 했는데 사실 오랫동안 3천 원 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빵 터지더라고요"



현재 힙합 트레인의 주축이 되어 공연을 이끄는 사람은 대구 출신의 래퍼 마이노스다. 신 대표 역시 인터뷰 내내 마이노스를 향한 굳건한 신뢰를 보이며 공을 돌렸다.

"사실 마이노스가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니었어요. 바이러스라는 팀이 막내로 들어왔는데 그때는 고등학생이었을 거에요. 다른 형들이 다 나가고 마이노스가 형이 되면서 힙합 트레인이 부흥하기 시작했죠. 힙합트레인이 20주년 동안 지속되는 데에는 마이노스의 공이 가장 커요. 마이노스가 서울에 올라간 뒤로 자주는 못 하고 제가 졸라야 하지만 공연의 대부분은 마이노스가 혼자서 책임져요. 제가 하는 건 예매를 받아주고 당일에 티켓을 나눠주는 정도에요"

래퍼 이센스 역시 힙합 트레인을 통해 데뷔, 한국을 대표하는 래퍼로 성장했다.

"이센스가 아마 중학생 대 교복을 입고 왔을 거에요. 그후 공연에도 참여하고 2003년에 'IN DA HEAVY'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참여했어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Stain Alive'라는 곡에 참여했는데 이센스가 녹음한 첫 앨범으로 알려지며 중고 CD가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번에 대구에 단독 콘서트를 할 때 인사를 왔는데 어린 시절보다 많이 컸더라고요"

신 대표는 "힙합에 대해 잘 모른다. 이센스나 마이노스처럼 관련된 친구들이 앨범을 내면 들어보는 정도다. 사실 제가 아무 힘도 안 주고 자부심을 느낄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제가 아는 래퍼들이 잘 되면 '대구 음악 잘하지'라고 혼자 으쓱한다"며 힙합 트레인을 거쳐간 래퍼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힙합 문외한이라고 칭한 신 대표가 내세운 클럽 헤비 그리고 힙합 트레인만의 강점은 아티스트와 관객과의 밀착된 호흡이었다.

"대구에도 스케일이 큰 힙합 공연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공연은 얼굴 보기도 힘들잖아요. 그렇게 힘든 것보다 코앞에서 눈빛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건 헤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하는 공연이 정신없이 돌아간다면 여기는 순수하게 공연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니까 더 재미있어요. 감정이입도 확 되고 저는 정말 신기한 게 사람들이 마이크를 줘도 다 따라부르더라고요"

특히 신 대표는 혼자서 힙합 공연에 가는 것을 쑥스러워 할 관객들에게도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전했다.

"힙합 공연은 모든 눈이 공연에만 집중되더라고요. 혼자 가면 뻘쭘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이 있는데 눈이 무대에만 가서 그럴 틈이 없어요. 예전에는 친구랑 놀러 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관객들이 온전히 공연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에요"



어릴 적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신 대표는 공연에 가고 싶어 직접 클럽까지 인수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인생을 살아왔다. 1995년 해비네를 시작으로 이어온 클럽 헤비는 대구 인디 음악의 성지로 자리 잡았고 '헤비 누나'라는 호칭의 신 대표 역시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존중을 받았다. 그러나 신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신에 새로운 얼굴들이 유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저는 숨고 싶고 처박혀 있고 싶어요. 새로운 신은 뉴페이스,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아니라고 해도 저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새로운 친구, 기획자들이 가져오면 웬만하면 따라주고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로 있고 싶어요. 제 역할이 그것이고 클럽의 역할도 한 발 빠져서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클럽은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음악이나 공연 자체는 그들이 하는 것이니까요" 

dh.lee@xportsnews.com / 사진 = 이덕행 기자, forzassik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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