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2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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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뛰고 싶은 셀틱의 '세계 3대 더비'란?

기사입력 2010.06.30 14:45 / 기사수정 2010.06.30 14:4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차두리가 뛰고 싶다는 더비란 어떤 경기인가?

29일 차두리의 셀틱 이적 관련 보도에 대해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미투데이를 통해 "두리는 영어를 완벽하게 말하고 싶어하고 찐한 더비를 하고 싶어한다."라며 차두리가 셀틱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차 위원이 말한 '찐한 더비'는 바로 스코틀랜드 전통의 라이벌 셀틱-레인저스의 더비 매치를 말한다.

더비(derby)란 스포츠에서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하는 단어다. 더비의 어원에는 의견이 분분한데, 영국의 더비란 지역에서 19세기 중엽 사순절 기간 두 축구팀이 치열하게 경기를 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고 영국에서 열린 더비(Derby)백작과 버번리(Bunbury)경의 지원으로 진행된 경마대회에서 누구의 이름으로 대회을 이름 따느냐 하는 논쟁 끝에 더비 경이 동전던지기로 이겨서 더비 매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더비란 특히 축구에서 라이벌전을 일컫는 용어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셀틱-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 '보카주니어스-리버플레이트'와 함께 세계 3대 더비로 불린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더비 매치이기도 하다.

셀틱과 레인저스는 똑같이 스코틀랜드 최대도시 글래스고를 연고로 하면서 스코틀랜드 프로축구리그를 양분해 온 절대강자다. '올드펌'이란 말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두 팀의 리그 타이틀 독식에 대해 비꼬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09/10시즌까지 레인저스는 리그 53회·FA컵 33회·리그컵 26회 등 총 112회 우승을 차지했다. 셀틱은 통산 42회 리그 우승, 34회 FA컵 우승, 리그컵 14회 우승 등으로 국내 우승 기록은 레인저스에 떨어지지만 1967년에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의 대결은 자연스레 최고의 빅매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드펌 더비'를 뜨겁게 만드는 라이벌 의식에는 성적뿐 아니라 종교적, 정치적 이유도 녹아있다. 셀틱은 아일랜드의 빈민층 이주민들을 위해 수도승들이 창단한 클럽이다. 셀틱이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이유도 녹색이 아일랜드의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셀틱에는 아일랜드 팬들이 몰렸는데, 그 와중에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의 독립운동 활동이 격해지자 영국본토 내에서도 반 아일랜드 정서가 퍼지게 되었다. 그러자 북아일랜드의 영국귀속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같은 도시의 레인저스를 응원하게 된 것.

더군다나 셀틱의 주요 지지층인 아일랜드 국민의 90%가 천주교를 믿는 반면, 영국은 성공회(개신교)에 뿌리를 두고 있어 종교적으로도 대립했다. 한 때 두 팀은 자신들과 종교가 다른 선수는 아예 영입하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처럼 셀틱과 레인저스 간의 라이벌 의식은 축구를 넘어선 민족,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스코틀랜드와 셀틱의 전설적인 선수 대니 맥그레인은 어릴 적부터 레인저스 팬이었지만, 대니란 이름이 아일랜드계 같아 보인다는 이유로 레인저스 입단이 거절되어 종교에 관계없이 셀틱에 입단해야만 했다. 몇 년 전에는 셀틱의 폴란드 출신 골키퍼 아투르 보루치가 경기 시작 전, 별생각 없이 가슴에 성호를 긋는 카톨릭 의식을 했는데, 이에 성난 레인저스 팬들의 난동으로 경기가 10분이나 중단되었고, 이례적으로 교황청까지 성명을 낼 정도였다.

이러한 두 팀의 치열한 라이벌 의식 덕분에 '올드펌 더비'에선 항상 엄청난 열기를 자랑한다. 동시에 서포터들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움직임이 역시 극에 달해 최근 10여 년간 양팀 서포터들간의 크고 작은 몸싸움에서 8명이 사망했다는 집계도 있다. 이처럼  '올드펌 더비'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더비로 유명하다.

차범근 해설위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유럽축구에 관심이 많은 차두리에게 이런 더비매치를 가진 셀틱은 가장 구미가 당기는 팀이었을 것이다. 셀틱에는 차두리 외에도 지난 1월 우리나라의 기성용이 이적해 있는데, 지난 시즌 올드펌 더비에는 교체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출전하지 못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톨릭 성향의 셀틱에 속한 두 선수 모두 개신교 신자라는 점.  다가오는 시즌, '올드펌 더비'에선  라이벌팀 종교를 믿는 2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는 진기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차두리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spree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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