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축구는 역시 11명이 만들어가는 단체 종목이다. 그리고 그 11명이란 팀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맡은 임무와 위치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가 한데 어우러져 ‘경기력’이란 결과를 낳게 한다. 특급 공격수인 11명의 앙리가 한팀을 이루는 것보다, 앙리보다는 못하지만 각 위치에 맞는 11명이 모인 팀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그런 의미에서 19일(한국 시각) 자정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레딩 FC 선수들의 경기는, 잘 짜진 조직력과 팀워크가 얼마만큼의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좋은 경기였다.
비록 상대가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찰튼이고 레딩은 지난 토트넘과의 경기를 3-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치른 홈경기이긴 했지만, 데니스 로메달, 데런 벨트, 마크 벤트 등이 버티는 찰튼을 쉽게 무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는 레딩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고 과정은 2-0이란 점수 차보다 더 많은 차이를 보였다.
조직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한 판
축구에서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단어들이 체력, 정신력, 기술이라면 팀 전체의 능력은 측적하는 단어는 역시 조직력이다. 공격과 허리 수비를 맡고 있는 11명의 선수가 경기 중 무수히 변하는 상황들에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대처하며 상대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잡는 것이, 팀 전체가 만들어 가는 조직력이다.
찰튼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레딩 선수들의 조직력은 비록 찰튼이 감독 교체와 성적 부진으로 침체에 늪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매우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것들이었다.
우선 레딩의 공격진에서는 공격 투톱으로 출격한 케빈 도일과 설기현의 스위칭을 비롯한 콤비 플레이가 좋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글렌 호틀과 마크 헌트의 측면 플레이도 매우 시의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호틀-설기현과 케빈 도일-헌트로 이어지는 공격수와 측면 미드필더들의 호흡과 조직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찰튼의 수비진을 괴롭힐 수 있었다.
여기에 하퍼와 시드웰은 찰튼에 느슨한 수비 압박의 틈을 놓치지 않고 수준급의 전진 패스와 공간 패스들을 넣어주며 경기 주도권을 꾸준히 쥐고 이어갈 수 있게 지원했고, 전체적으로 중원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팀 공격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하고 좋은 경기를 펼치던 레딩은, 이후 개인의 경기력에 팀 조직력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 특히 개인적인 플레이를 버리고 철저히 팀플레이에 치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내내 찰튼의 중앙 수비수인 포츈의 대인 마크를 당해야 했던 설기현 선수는 포츈이 달라붙자 굳이 페널티박스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를 끌고 다니며 팀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 줬고, 그 공간엔 호틀과 하퍼 등이 침투해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창조해 냈다. 도일도 전방을 고집하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상대 수비수엔 더 많은 행동반경을 요구했고, 동료에겐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팀플레이를 가져갔다.
또, 헌트나 호틀이 공격에 가담하여 생긴 측면의 공간은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펼친 하퍼와 시드웰이 커버하며 상대 역습의 예봉을 꺾었고, 중앙이 느슨해지면 설기현과 도일 등 전방 공격수가 중원 싸움에 가세해 수적 우위를 가져가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레딩은 팀을 위한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이런 플레이가 선수단 전체에서 나오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던 찰튼을 더 강하고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었고, 찰튼은 조직적이고 변칙적인 레딩의 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완패를 허락해야만 했다.
뛰어난 개인기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없어도 얼마든지 좋은 경기를 펼치며 승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스레 일깨워준 한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