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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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를 빌려줘' 노현희 "진심으로 연기하니 관객이 웃어줘요"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12.06 15:30 / 기사수정 2019.12.06 15:3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테너를 빌려달라니.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장르 역시 독특하다. 연극인데 오페라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눈을 뗄 수 없는 좌충우돌한 소동극이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 코믹하고 배우들의 호흡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다.

연극 ‘테너를 빌려줘’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인 테너 티토가 죽었다는 오해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극을 그린다.

배우 노현희는 티토의 여성 편력에 질투의 화신이 된 마리아 역할을 맡아 열연한다. “코미디 장르여서 연기하면서도 즐겁다”라며 미소 짓는다.

“연극인데 오페라 넘버가 나와요. 연극을 보러왔지만 오페라를 보러 온 것 같다더라고요. 관객과 호흡하는 재미도 있어요. 코미디는 관객이 별로 없거나 너무 점잖으면 배우들이 힘이 안 나거든요. 다행히 관객분들이 잘 봐주는 것 같아요. 관객이 일당백 역할을 하더라고요. 혼자 오셔도 열 명 이상의 몫을 해줘 배우들이 힘을 내죠.”

노현희가 맡은 마리아는 화려한 겉모습을 한 채 “차오”라며 등장한다. 남편 티토에게 돼지처럼 처먹는다고 소리치는가 하면 적당히 유쾌한 19금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기존의 마리아 이미지를 벗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으려 했다고 한다.

“원작이나 이전의 공연은 전혀 못 봤어요. 저에게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공연이었거든요. 박준혁 연출님이 연락을 줬는데 성악가 부인 역할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본을 읽어봤고 유튜브도 찾아봤어요. 육감적이고 글래머러스하면서 와일드한 성격의 여자더라고요. 그동안 무대에서 여리여리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출이) 마리아의 기존 이미지는 육덕지고 풍채가 있는데 이런 모습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대요. 제가 하면 다른 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캐스팅했다더라고요.”

마리아의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존재감을 발산한다. ‘봉골레 파스타 속에 있는 조개껍데기 씹어 먹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찰진 욕을 한다. 침대 위에서 질투로 비롯된 분을 못 이겨 요들송을 부르는 등 코믹한 열연을 펼친다.

“잠깐 나오지만 임팩트 있다고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을 받았어요. 이탈리아 여자라서 외국어를 섞어서 욕하게 돼요. ‘봉골레 파스타 속에 있는 조개껍데기 씹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하다 보면 욕이 되는 거잖아요. (웃음) 애드리브도 많았어요. 찬송가, 요들송도 부르고요. ‘그래 나 미쳤어. 나 지금 이 상황에 (티토가) 여자 취급을 안 해줘. 이 바람둥이야, 난 당신 때문에 미쳐가고 있어’라는 상황이에요. 짧은 대사만 하면 되는데 노래도 집어넣고 혼자 방방 뜨면서 양이 늘어났어요. 상대 배우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요. 더블 캐스팅인데 한 배우는 눈으로 표현을 많이 하는 배우예요. 싸우다 애드리브로 ‘눈알 집어넣어’라는 말도 넣고요. 연습 과정에서 생긴 애드리브들을 대사화했어요.”

코믹한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살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잘못하면 오버한다고 느껴지고 보기에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배우답게 노현희는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로 웃음을 준다.

“질투의 화신이 기본 캐릭터인데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남편을 사랑하면 사이코틱한 행동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본으로 코미디가 깔린 작품이어서 사이코패스 쪽으로만 접근하면 괴기스럽고 단순하게 될 거예요.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니까 목이 다 나갈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는 거죠. 그걸 코미디로 승화시켜야 해 이탈리아 말을 코믹하게 하는 걸 연구하고 동작도 엇박자로 하고 찬송가도 불러요.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다 웃어주시더라고요.

코미디라는 게 웃기려고 작정하면 관객은 안 웃거든요.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니 진심으로 그 자체로 웃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요. 웃음을 구걸하면 관객은 절대 안 웃으시더라고요. 개그에 목숨을 걸면 관객은 멀어진다고 느껴서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놓치지 않으려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죠.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워요. 몇 년간 슬픈 작품만 해서 많이 울었어요. 이러다 무대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요. 오랜만에 코미디를 하면서 즐겁게 하니까 환기도 되고 힐링도 돼요.”

마리아 역을 맡아 망가짐도 불사한다. 그런 노현희는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꽃 같은 시절에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라고 했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망가지는 역할을 했거든요. 남들은 미니시리즈 주인공, CF 스타의 꿈을 꾸는데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푼수데기를 택했어요. 예능에서 몸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고요. ‘6시 내 고향’에서는 낙지도 먹었고요. 젊은 나이에 망가지는 역할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 지금도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남자 만나고 싶다는 꿈같은 건 전혀 없어요. 다른 목표라기보다는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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