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면 딱 보기 좋은 연극이다. 먹방으로 돌아온 ‘홈쇼핑 주식회사’의 시즌2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이야기다.
지난해 박미선, 홍현희, 김나희 등이 출연한 뷰티 홈쇼핑으로 꾸며졌다면 이번에는 먹방을 소재로 업그레이드해 컴백했다. 조혜련, 장동민, 김영희, 김승혜, 이현정, 김해준, 이은지 등 코미디언들과 배우 김영옥, 요리연구가 이혜정까지 신선한 조합이 눈에 띈다.
홈쇼핑계의 먹방 방송의 대표 쇼핑호스트 나대자 역을 맡은 조혜련은 “이제 정극을 해야겠다고 대학로에 왔는데 신인 개그맨이 된 것 같다. 되게 신선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무대에 나갈 때 떨려요. 방송이나 공연을 하거나 일본 활동을 하면서도 떨린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무대는 나갈 때 되게 설레요. 관객이 정말 바로 앞에 있고 객석이 가깝고 무대가 객석보다 낮잖아요. 마당놀이 같은 그런 분위기 속에 사람들이 절 주시하고 있어요. 전작 ‘사랑해 엄마’는 아예 관객을 무시하고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이 연극은 그렇게 하면 성립이 안 돼요. 관객과 벽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내가 또 들이대면 할매와 역할이 겹쳐져 잘 조절해야하고 긴장해야 해요.
살아있는 느낌을 받아요. (상대방이) 무슨 대사를 칠 줄 모르니 항상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거든요. 다른 연극은 정해진 대사만 해야 하는데 이 공연은 정해진 대사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토크쇼도 아닌 아주 매력적인 연극이죠.”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는 55년의 청국장 노하우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찰지고 구수한 욕쟁이 할매가 홈쇼핑 쇼호스트로 고전하고 있는 손녀 백장미를 위해 홈쇼핑에서 라이벌 스타 쇼호스트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코믹 버라이어티 쇼다.
보통의 연극과 달리 관객을 무대에 끌어들이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베테랑 코미디언들의 끊임없는 애드리브가 이어진다. 관객의 고민을 즉석에서 상담해주며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웃음이 만발한다.
“한 관객은 지금 연극을 하고 있는 거냐, 아니면 끝난 거냐고 물어요. 그만큼 이게 연극인지 연습인지 할 정도로 특이하고 재밌어요. (배우들이) 막 하는 것 같이 보여도 계산과 계획이 있어요. 관객들,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이 자기 얘기를 꺼내고 공감하면서 웃음으로 승화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힐링을 주는 게 아닐까. 이 공연은 관객들이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 책임감이 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자기가 극을 망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2, 3초 갈등하다가 참여해요. 한 관객도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는데 갑자기 변해서 적극적으로 하니까 고맙더라고요. 안 하면 뻘쭘해지고 분위기가 다운되는데 오히려 관객이 잘 이끌어줘요.”
'사랑해 엄마'에서는 정극 연기를,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에서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며 변신을 거듭하는 조혜련은 어느덧 데뷔 28년 차가 됐다. 1992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웃으면 복이 와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활동 반경을 넓혀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 노래 등에서 역량을 보여줬고 연극 ‘남자충동’, ‘아트’, 뮤지컬 ‘넌센스2’, ‘메노포즈’, ‘사랑해 엄마’ 등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최근에는 TV조선 ‘부라더시스터’에서 가족과의 리얼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몸도 마음도 바쁘게 지내왔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눈빛에서부터 편안함이 느껴진다.
“종교적인 것도 있고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아등바등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이제는 아이들도 크고 가정을 이루면서 한사람에게 사랑도 받고 중년에 접어들었잖아요. 인생을 반세기를 사니까 옛날의 그랬던 면이 사라진 거죠. 아직도 그렇게 살면 스트레스 받아 죽어요. (웃음)
내려놓았다고 할까. 옛날의 조혜련은 좋게 얘기하면 뭔가 항상 도전하고 열정이 넘치지만 나쁘게 말하면 여유가 없고 쫓겨 다니는 것 같고 그랬죠. 그 차이예요. 옛날에는 사람들과 마주보고 이야기를 해도 정신이 없었어요. 딴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이 순간에 집중해요. 이 사람과 있는 순간을 중요시 여기게 됐죠. 그런 게 너무 좋아요. 뒤늦게나마 50살이 돼서 알아서 다행이에요.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좋은 에너지를 주는 거죠. 나로 인해 사람들, 또 남편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열정에 여유를 더한 노련한 연기로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조혜련은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로 관객에게 웃음과 에너지를 톡톡히 주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가까이 연예인과 개그를 치면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연극은 없다. 둘째는 조혜련의 27년 전 신인 때의 모습을 지금 볼 수 있다. 골룸 등 예전에 했던 개그들도 볼 수 있으니 많이 보러 와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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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