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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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펀트 "조미료 없이 슴슴한 앨범…우린 항상 제 자리에"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11.17 05:18

이덕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이번 앨범은 봄으로 시작해 겨울로 끝나는 1년 4계절을 담아냈다. 어느 한 시점의 계절이 아닌 1년을 아우르는 앨범은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한다. 

"새 앨범을 시작할 때 지나가는 이야기로 계절을 대표하는 곡이 어느 순간부터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계절 송을 내서 그때 우리가 느낀 감정을 잘 풀어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모호한 그림이라 처음에는 단어와 주제를 찾는데 많은 고민을했다. 제목을 정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 뻔하지 않은 단어들로 채워내면 2019년, 2020년이 다 담기지 않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마이노스)

"이루펀트의 음악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키덜트' 등 다 시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 곡이다. 누가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쓸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키비)

다양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켜 왔던 이루펀트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특정한 시점의 이야기로 공감을 얻기보다는 그 시대가 주는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또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면 대학생 시절의 아르바이트 혹은 수험생 시절 등 공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시작했다. 지금은 그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엷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공감하지만 회사원 친구들은 확실히 공감을 못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저의 직설적인 이야기보다는 두루두루 느낄 수 있는 그런 넓은 폭의 이야기들을 하게됐다. 이전에는 장면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향기를 공유한다고 생각한다"(키비)


음악적으로는 과거 키비와 마이노스가 보여줬던 날 서 있는 모습에 비해서는 조금 더 차분하고 잔잔한 모습이 강조됐다. 이루펀트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은은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힘을 뺀 모습이었다.

"의도적으로 힘을 뺐다기보다는 저희의 무드가 그런 것 같다. 어렸을 적 날 서 있는 모습도 좋지만 슴슴한 맛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조미료를 최대한 뺐다"(키비)

"저는 개인적으로 의도적으로도 힘을 뺀 것 같다. 전체적인 그림의 흐름이 재미있으니 힘주지 않아도 완성도가 있을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제들도 전체적으로 힘을 뺀 노래들이 많은 것 같다"(마이노스) 

다만 '정규' 앨범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8곡의 트랙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1계절에 2곡씩 총 8곡으로 수를 맞춘 것 역시 힘을 빼는 과정 중 하나였다.

"4계절의 균형을 생각한 앨범이다 보니 콘셉트에 충실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담백해진 것 같다. 저희가 한 것 중에서 가장 담백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키비)

"그게 또 힘을 빼는 과정이었다. 곡을 하나씩 더 할 까하다가 '사족인 것 같다'고 싶어 하지 않았다"(마이노스)


8곡에 불과하지만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마중'으로 시작해 8번 트랙 '배웅'으로 끝나는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 키비와 마이노스는 항상 그 자리에서 이루펀트만의 감성을 지켜왔고 이러한 구조 역시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치였다.

"서사가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1년을 시작하는 봄에 마중을 나가 겨울의 스산한 날씨에 떠나보낸다는 의미였다. 마지막 트랙 '배웅' 가사를 쓸 때는 떠나보내는 상대를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앨범을 만들고 저희 품 안에서 나오니까 섭섭함과 회한 등이 담긴 것 같다. '배웅' 자체가 그런 감정에 가장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키비)

"봄여름가을겨울의 한 텀일 수도 있고 '마중'은 '우리는 좋은 음악으로 기다리고 있다. 팬들이 어디로 떠났더라도 우린 그 자리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배웅'은 '다시 네가 다른 음악을 듣고 삶을 살기 위해 떠나더라도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 여러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마중'을 만들 때 마지막 트랙은 '배웅'으로 하기로 바로 결정됐다"(마이노스)

(인터뷰③에서 계속)

dh.lee@xportsnews.com / 사진 = 브랜뉴뮤직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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