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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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다 잊고 쉬어라

기사입력 2006.10.18 06:51 / 기사수정 2006.10.18 06:51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가나와 시리아와의 경기가 펼쳐졌던 지난주, 핌 베어벡 감독뿐 아니라 많은 축구팬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부상과 개인적인 문제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천수, 안정환, 이운재 등 기존 선수들에 대한 부재가 아쉬웠겠지만, 가장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사람은 아마 박지성(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아니었을까 한다.



가나전은 물론이고 시리아전까지 답답하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경기를 보면서,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팀의 활력소는 물론이고 해결사의 역할까지 해주었던 박지성의 존재는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떠올렸을법했다. 지더라도 이해할만한 경기를 원하는 것이 팬들이기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박지성이란 존재는 더욱 아쉬웠었다.

부담스러운 공백

박지성은 현재 고질로 발전하려는 왼쪽 발목의 인대 치료를 위해 3개월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 미루었던 수술대에 올랐던 박지성이지만, 일각에서는 박지성의 공백 시점이 박지성 개인은 물론이고 대표팀에도 좋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사실, 박지성에게 지금은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다. 특히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은 확정되지 않은 주전 자리를 위해 C.호날두, 라이언 긱스 등과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다. 더군다나,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던 긱스와 C.호날두에 비해 활약이 미미했었기에 지금의 공백은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올해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해째를 맞는 박지성에게 06/07시즌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지난 시즌, 놀라운 활동량과 성실한 움직임에 매료된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박지성에게 이번 시즌은 새로운 중요한 도전이 될 그런 시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이 퍼거슨 감독의 보호와 아량에서 보냈던 한 해였다면 이번 시즌은 퍼거슨 감독이란 우산에서 벗어나, 맨체스터의 팬들과 팀 관계자들에게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과 경기력으로 보여줘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에는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부족함을 느껴야 하는 활약을 펼치는데 그쳤고, 그나마 만회해야 할 시기에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지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박지성의 빈자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미 지나간 가나와 시리아와의 경기 때문이 아니라, 박지성이란 존재가 꼭 필요했던 아시안 게임 대표팀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들은 2003년과 2005년 세계 청소년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는데, 정조국, 최성국, 박주영, 김진규, 김영광 등에, 이천수, 김두현, 김동진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역대 최고의 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헌데 여기에 박지성마저 합류할 수 있었다면 사실상 최강의 팀을 꾸려, 어린 선수들에게 더 없이 중요한 문제인 병역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아시안 게임이 펼쳐지는 시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바쁜 '박싱 데이' 전이라 박지성이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박지성이란 존재 가치를 생각하면 적어도 핌 베어벡 감독과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게는 커다란 아쉬움일 수밖에 업다.

걱정하지도 초조해하지도 말고, 그저 편히 쉬어라

이번 공백은 박지성에겐 부상으로 인한 두 번째 공백이다. 첫 번째 공백은 3년 전에 있었다. 일본의 교토 퍼플 상가에서 히딩크 전 대표팀감독의 부름을 받고 에인트호벤으로 날아간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에 합류하지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쉬어야 했었다.

하지만, 이때 당했던 부상과 그로 인한 공백은 지금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당시 박지성은 히딩크만이 알고 인정했던 동양의 작은 선수에 불과했다. 최고의 리그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의 상위권 리그였던 에레디비지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했던 박지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휴식으로 괴로움마저 느껴야 했었다.

당시 부상과 그로 인한 공백으로 일본으로의 복귀까지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박지성의 정신적인 고통과 힘겨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에인트호벤에서의 부상 공백 시절에는, 주전 경쟁은커녕 히딩크의 낙하산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3개월이란 공백은 4분의 1로 짧아진 시간보다 훨씬 더 가벼운 것이다. 이미 박지성의 능력과 박지성의 장점은 우리나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팬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축구팬이 알고 있는 공통의 지식이 되어 버렸다. 3개월 이란 공백은 더 튼튼해져서 돌아올 '신형 엔진'을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박지성이란 엔진에 못지않은 훌륭한 엔진들이 많아, 그 경쟁에서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이고 세계 축구를 통틀어 봐도, 정상급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최소한 공백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을 잊어도 좋은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개막 이후 줄곧 좋은 경기를 펼치며 현재 리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박지성이 부재로 인해 팀이 휘청거리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팀이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박지성도 공백과 복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나쁘지는 않다.

지난 2년 동안 박지성은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의 엔진처럼 쉼 없이 아낌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 2년 동안 수많은 축구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3개월 아무것도 아니다. 초조해하지도 부담스러워하지도 말고, 편안히 그리고 완벽하게 몸을 추슬러 더 튼튼하고 견고한 엔진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다가오는 12월, 찬 바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활약으로 다시 축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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