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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정신 발휘한 한국 축구, 더 이상 안방 호랑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0.06.13 19:11 / 기사수정 2010.06.13 19:11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이제 더 이상 한국 축구를 과소 평가하면 안 된다"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해외 축구팬의 의견이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도 해외 원정만 나서면 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유럽, 남미 같은 축구 강국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 베팅 업체에서 조사된 배당률에서도 한국은 줄곧 16강 사정권이 아닌 20위권 중반을 맴돌며 저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은 이같은 예상을 실력으로 보기 좋게 잠재웠다. 그것도 '공포증'을 갖고 있던 유럽팀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면서 이번 월드컵 출전팀 가운데 가장 먼저 승점 3점을 챙겼다. 원정 월드컵에서 약하다는 편견을 깬 것은 물론 한국 축구가 톱클래스 수준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더 이상 안방 호랑이가 아님을 증명해냈다.

12일 밤(한국시각),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했고, '명장'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경기 직후 한국팀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 이전 월드컵에서 볼 수 없었던 완벽한 패스 플레이와 기민하고 감각적인 움직임, 환상적인 호흡을 앞세운 완벽한 조직력은 우승 후보 부럽지 않은 수준을 보여주며, '그리스전에 최상의 전력을 보여주겠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특히 키 큰 그리스 선수들을 상대로 공중볼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한 선수가 뜨면 두세명의 선수가 악착같이 달라붙는 강한 압박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 특유의 핵심 플레이로 자리매김한 압박이 살아나면서 그리스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이렇다 할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6년 전, 남부럽지 않은 실력으로 유로2004 우승컵을 제패했던 그 팀이 아시아 최강팀에 혀를 내두르며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또한 2골을 넣어 남은 시간동안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음에도 잇따라 공격을 시도하며 추가골을 뽑아내려 했던 자세도 돋보였다. 2006년, 토고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서나가자 수비 축구를 구사하며 볼을 돌려 비판을 받았던 한국은 2골을 넣은 뒤 그리스 문전을 잇따라 두드리며 공격적인 모습을 90분 내내 보여줬다. 이기는 축구 뿐 아니라 마치 즐기는 축구로 상대를 농락시키면서 강팀이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경기 중에 내내 웃음 띤 모습이 끊이지 않던 이청용의 모습은 월드컵 본선에 처음 경험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한국 축구는 월드컵 첫 경기를 자신감있게 펼쳤다. 체격에서 밀리고, 개인 기술에서 조금 떨어진다는 약점을 한국 선수들은 특유의 정신력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앞세운 팀 플레이로 커버했다. 다음 상대인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으로 한국 축구는 당당하고 후회없는 한 판을 다짐하고 있고, 박지성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며 첫 경기에서 기분좋은 첫 승을 따낸 한국 축구. '안방 호랑이'에서 '진짜 호랑이'의 진수를 보인 한국 축구가 남미, 아프리카 강호도 차례대로 농락시키며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남은 경기에서 선보일 수준 높은 축구가 기대된다.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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