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0.12 10:04 / 기사수정 2006.10.12 10:04
ⓒ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중동의 시리아를 맞아 1-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비록 본선행 티켓을 홈에서 거머쥐긴 했지만,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슈팅 수 20-2라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1득점에 그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특히 후반에서는 무려 13개의 소나기 슈팅을 기록하고도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고전하던 시리아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과 수비 중심의 팀의 문고리를 풀어헤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또 다시 증명되고 말았다.
전반 8분 이후, 많은 축구팬을 긴 한숨과 탄식으로 물들게 했던 나머지 82분과 선수들의 활약상을 토대로 시리아와의 경기를 다시 되짚어 본다.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던 두 가지
전반 초반, 선수들의 움직임은 비교적 가벼워 보였다. 사흘 전 당했던 가나전에서의 패배를 지우려는 듯 선수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 나갔다. 전반 8분, 김상식의 자로 잰 듯한 오픈 패스가 시리아의 왼쪽 측면에 있던 최성국에게 배달되었고, 최성국은 정확한 크로스로 조재진의 첫 골을 도왔다. 공격 작업시 공간을 잘 찾은 김상식의 정확한 패스와, 템포를 놓치지 않은 최성국의 크로스 여기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마무리에 성공한 조재진의 멋진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은 비교적 빠른 시간대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중심을 잃고 말았다. 10분 뒤인 전반 18분 시리아의 날카로운 공간 패스에 허점을 노출한 대표팀은 일순간 수비라인이 무너지고 말았고, 김영광이 걷어낸 공을 시리아의 9번 알 사예드가 잡으며 실점을 당하고 말았다. 김영광의 판단 미스라고 하기엔, 앞서 무너졌던 수비라인과 마지막 골문을 지키던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후 경기는 답답하게 흘러갔다. 다시 앞서가는 골을 만들기 위한 대표팀의 노력은 계속 이어졌지만, 실점 이후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전반 초반 보여주었던 조직력이 조금씩 힘을 잃고 말았다.
이는 두 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는 양 측면 윙백, 특히 왼쪽 측면을 맡았던 이영표의 경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영표는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던 탓인지 잦은 실수를 연발하며 공격의 맥을 자주 끊었다. 화려했던 터치라인 돌파도, 강력한 대인 마크도 모두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던 최성국과의 호흡 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 시키며 대표팀의 왼쪽 날을 무디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최성국이 분전하긴 했지만, 윙백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측면 공격수의 역할과 한계는 분명한 것이었다. 측면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답답함을 느낀 최성국은 전반 중반 이후, 중앙으로 많이 이동하며 공간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렇게 왼쪽이 무너지면서 시리아 수비의 무게 중심은 자연히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비교적 좋은 컨디션이었던 설기현과 송종국의 오른쪽 라인도 시리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었다.
두 번째는 유난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원톱 조재진에 대한 아쉬움이다. 조재진은 전반 8분 이른 시간대 선제골을 터뜨리며 오늘 경기에서 맹활약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이후 수차례의 득점 상황에서 번번이 기회를 놓치며 아쉬움만 만들고 말았다. 특히 후반에는 무려 5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두-세 차례나 잡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불운함을 보였다.
골을 넣기 위한 위치 선정과 움직임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주위 동료를 활용하는 모든 공격 능력이 만족스러웠지만, 공격수 최후의 임무이자 가장 최대의 과제인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부분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렇게 기회에서 득점을 연결 시키지 못하면서 조금씩 공격에서의 조급함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런 조급함이 앞섰기에 단단히 잠근 시리아의 골문을 열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의 능력을 확인했다는 것에 위안
비록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만들며 찜찜한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지만, 몇몇 선수들의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최근 대표팀에서 ‘예전과 같지 않다’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 중 하나였던 김남일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답답했던 팀 공격에 활로를 불어 넣었고, 수비에서는 포백의 부담을 더는 홀딩 능력을 선보이며 튼실한 중원 사령관 역할을 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김남일이 더욱 돋보였던 장면은 김남일만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공간 패스였다. 김남일은 공격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전진 패스로 상대의 수비진을 뚫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 6분, 조재진에게 연결되었던 전진 패스와 18분과 28분 연거푸 보여주었던 빠르고 감각적인 패스는 매우 특별한 것들이었다. 비록 골과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상대의 허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칭찬받을 만했다.
김두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김두현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박지성 못지않은 활동량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두 차례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김두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격 작업에서 여유롭고 빠른 방향 전환에 있었다. 아쉽게도 그 방향 전환이 보다 공격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해 결정적인 장면을 만이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볼의 소유권을 지키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 축구다. 브라질을 상대해서도 승리할 수 있고, 베트남에도 질 수 있는 경기가 축구다. 이런 축구의 의외성이란 부분이 빼놓을 수 없는 축구의 매력중 하나인 만큼, 1-1이란 무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도 이루었다.
분명 아쉬움도 남고 그 아쉬움에 대한 질타와 개선은 분명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경기였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나쁜 이유가 1-1이란 무승부 결과를 만들긴 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2-0 혹은 3-0으로 이길 수도 있는 희망 또한 보여준 경기였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