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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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의 오른발, 시원하게 터졌다

기사입력 2006.10.02 09:33 / 기사수정 2006.10.02 09:33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전문기자] 지난 05/06 시즌에 프리미어리그로 다시 승격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의 새내기인 레딩 FC의 경기는 기본적인 선수층과 전력에서 차이가 나는 팀 간의 경기였다.

비록 레딩이 지난 경기에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기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축구에서 기본적인 전력의 차이란 역시 무시하기 힘든 것이다.

이런 경기에서 하위 전력의 팀이 상위 전력의 팀을 이기는 방법은 역시 처음부터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상대의 흐름을 빼앗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분(공식 기록 2분)이 갓 지난 시점에서 터져 나온 설기현의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 골은 1득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골이었다.

 
 
▲ 설기현의 활약을 보도하는 레딩 홈페이지  
 ⓒ 레딩 FC
 
설기현, 베나윤의 주특기로 베나윤을 제치다

1일(한국 시각) 웨스트햄의 홈 구장인 업튼 파크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비는 그라운드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더 하기도 전에 레딩 FC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설기현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전반 1분 레딩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골 에어리어 왼쪽 측면 45도 지점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프리킥 위치에는 이미 레딩의 전문 프리 키커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설기현과 바비 콘베이가 서 있었다.

콘베이는 공을 차려는 듯 달려들면서 발바닥으로 공을 밟으며 살짝 뒤쪽으로 밀어 주었다. 하지만 뒤로 밀어준 공이 조금 길게 이어지면서 설기현의 첫 번째 슈팅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설기현의 앞에는 웨스트햄의 중원을 지휘하는 베나윤이 막아섰고 설기현은 왼쪽으로 드리블을 하며 슈팅 모션을 취했다. 설기현의 왼발 슈팅을 예상한 베나윤은 오른쪽 다리를 들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설기현이 공을 다시 오른쪽으로 접으며 베나윤을 완벽하게 따돌렸다.

상체의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며 슈팅이나 패스를 하는척하면서 볼을 접는 드리블 기술은 설기현을 막아섰던 웨스트햄 베나윤의 주특기였다. 베나윤은 상체를 크게 휘두르며 공을 찍듯이 드리블해 상대를 곧잘 속이곤 했는데 그가 애용하는 드리블 기술을 역이용한 설기현에게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베나윤을 제친 설기현은 두 번 툭툭 공을 공간으로 차 넣은 다음 마음 놓고 웨스트햄 골문의 왼쪽 상단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설기현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시원한 직선을 그리며 웨스트햄의 골망을 그대로 흔들었다. 자신의 시즌 2호 골이자 업튼 파크에서의 무승 징크스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골이었다.

거의 일방적이었던 경기, 그래서 더 값졌던 설기현의 첫 골

경기 시작과 거의 동시에 터진 설기현의 골 이후 레딩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하며 웨스트햄에 끌려다녔다. 전반 레딩은 2분 설기현의 골과 29분 터진 설기현의 헤딩 슈팅을 빼면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고 이런 상황은 후반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록 웨스트햄이 효율적인 공격 조직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 공격의 세기만은 대단했다. 중원에서 베나윤이 좋은 패스와 드리블로 레딩 진영을 공략했고 남미를 평정하고 프리미어리그로 입성한 테베스의 과감한 공격력으로 시종 레딩의 문전을 위협했다.

하지만 전반 웨스트햄의 공격을 이끌었던 베나윤을 비롯해 테베스와 칼턴 콜은 물론이고 후반 교체 투입된 셰링엄과 자모라는 개개인의 능력에 더해지지 않는 공격 조직력에 한숨을 내쉬어야 했으며 쉼 없이 몰아치면서도 꼭 잠긴 레딩의 골문을 효과적으로 풀어헤치지 못했다.

1승에 목마른 웨스트햄이 총력전에 가까운 선수 운용을 펼치며 레딩의 문전을 위협했지만 종료 직전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베나윤의 감각적인 슈팅을 시드웰이 헤딩으로 가까스로 걷어내면서 결국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레딩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며 프리미어리그에서 귀중한 4승째를 기록했다.

전반 설기현의 골 이후와 후반에서도 거의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 되었기에 이른 시간에 터진 설기현의 선제골은 더욱 의미 있었다. 만약 설기현의 첫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조급함이 없었을 웨스트햄 공격진에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레딩은 죽음의 7연전의 두 번째 경기인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면서 향후 리그 일정에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이번 경기 승리로 리그 상위권을 지킴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적지 않은 자신감까지 얻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레딩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설기현의 통쾌한 결승골과 그런 설기현의 골을 끝까지 지킨 레딩 선수들의 투혼과 집중력은 앞으로 레딩의 돌풍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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