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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여, WC 선배의 '붕대 투혼'을 잊지마라

기사입력 2010.06.01 14:01 / 기사수정 2010.06.01 14:01

전유제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유제 기자]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23명의 선수가 최종 확정됐다.

1일(한국시간)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을 탈락시키며 남은 23명을 데리고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원정 최초 16강을 목표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독특한 징크스가 있다. 바로 경기중 피가 나는 부상을 입어 연속해서 붕대 투혼을 펼친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임생

이미 멕시코(1-3 패)와 네덜란드(0-5 패)에 패하며 조별 예선 탈락을 확정한 대표팀은 월드컵 첫 승의 목표로 벨기에(1-1 무)와 경기를 치렀다. 벨기에 선수와 충돌해 머리에서 피가 나는 부상을 입은 이임생은 붕대를 씌워 주는 최주영 의무팀장에게 버럭 소리치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안겼다. "빨리 해달라"고 하던 이임생은 그라운드를 쳐다보며 벗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혀 당시 IMF로 힘들어하던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이임생이 흘린 피와 땀이 전달된 것일까. 후반 27분 하석주의 프리킥을 받은 유상철이 미끄러지면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비록 첫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투혼을 세계에 선보인 계기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황선홍

이미 폴란드(2-0 승)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역대 월드컵 첫 승을 거둔 대표팀. 미국(1-1 무)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역시 승리로 일찍이 16강을 확정 짓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 미국을 거세게 밀어붙인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맏형 황선홍이 헤딩 경합중 눈썹 부위가 찢어지며 피가 나는 것이다.

황선홍은 밖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미국의 선취골 장면을 지켜 봐야만 했다. 치료 후 그라운드에 돌아와 선수들을 다독이며 다급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황선홍은 당시 35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투혼을 펼쳤다. 결국, 안정환이 이을용의 크로스를 받아 동점골을 터트렸고  나아가 다음 경기에서 포르투갈(1-0 승)을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강 신화를 쓴 뒤 은퇴를 결정한 황선홍은 "화면에 딸 아이가 우는 모습이 나와 마음이 아팠지만 동요할 수 없었다"며 투혼을 펼쳤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진철

대표팀은 토고(2-1 승)전에서 월드컵 원정 첫 승리를 거두고 프랑스(1-1 무)와 비기며 맞은 스위스(0-2 패)전. 어린 수비수들을 이끌며 안정적인 수비진을 구축해 가던 최진철의 눈 부위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진로가 막혀 조금 늦게 점프한 것이 센데로스와 부딪혔고 결국 부상을 당했다. 부상과 동시에 선제골을 내주어 더더욱 아쉬움을 샀다.

또 다시 대표팀 메디컬진은 붕대를 꺼내들었고 최진철은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결국,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후배 선수들의 귀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붕대 징크스가 이어질지 여부를 떠나 가장 중요한 점은 선수들의 부상 없이 제 컨디션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팀 선배들의 붕대 징크스로 인한 투혼은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23인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에 쓰러진 황선홍 ⓒ 유투브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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