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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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중' 오재석, 수원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르다

기사입력 2010.05.31 10:11 / 기사수정 2010.05.31 10:11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29일 '포스코컵 2010' 수원과 강원의 경기가 열린 수원 빅버드. 열정적인 그랑블루가 위치한 N석의 맨 앞에 21살의 앳된 청년이 메가폰을 잡고 목청껏 외친다. "우리~의 수원!" 하지만, 메가폰은 켜져 있지도 않다. 사람들은 웃다가 깜짝 놀란다. "저 사람, 머릿속이 파래졌다는 그 신인 오재석 선수 아니야?"



▲저 17번 오재석 유니폼은 선수가 입는 지급용이다. 물론 저 청년도 진짜 선수다.

그의 모습에서 포항의 오까야마가 떠오른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날에는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서포터와 관중석에서 목청껏 응원하고 항상 손에는 확성기가 들려있는 오까야마의 모습을 팬들은 사랑했다. 이제, 수원에서도 볼수록 매력적인 그런 선수가 등장했다.

사실 요즘 오재석은 '오관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주로 2군 리그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기르고 있고 K-리그에서는 그라운드보다 관중석에 나타나는 날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선수들은 어쨌든 구단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오재석이 선택한 것은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이 아닌, 에이전트에게 다른 구단을 물색하라고 한 것도 아닌 바로 수원의 N석이었다. 물론 이번 '소동'은 그랑블루가 오재석을 초대하여 이뤄졌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집에 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구단과 팬을 위해 나섰다.

평소에도 오재석은 구단과 팬에 대한 애정이 컸다. 수많은 사인 요청 한번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선수 자신이 그랑블루의 소모임에 가입할 정도다. 내가 들은 유일한 불평은 근처 빵집에 연아빵이 항상 없다는 것뿐이었다.



▲오재석의 미니홈피, 구석에 그랑블루 소모임의 배너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축구만 잘하는 것이 선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요한 경기에 나가 멋진 활약을 펼치는 것은 선수의 의무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전부일까, 선수가 팬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야말로 구단의 어떤 마케팅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어쩌면, 수원 구단은 물러나는 차범근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드래프트를 통해 값싼 연봉으로 경기를 뛰지 않고도 연봉 이상의 몫을 해주는 선수를 가져다 주었으니 말이다. 이런 선수, K-리그에서 정말 보기 드문 선수다.

분명 오재석을 바라보는 시선들 중에는 부정적인 것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수원이 오재석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 팀 전력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인데 막상 선수가 경기는 나오지 않고 그 대신 엉뚱하게 N석에서 메가폰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올 법 하다. "도대체 쟤는 선수야, 아님 서포터야?"

하지만, 이러한 시선은 자신이 속한 구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어찌 보면 무례한 시선이 아닐까,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보내야 할 것은 부정적 시선이 아닌 격려와 박수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그가 평생을, 아니 적어도 K-리그에 있을 동안은 수원이라는 구단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정을 쏟는 선수를 쉽게 다른 구단으로 보내는 것은 선수 자신은 물론이고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차라리 수원은 오재석에게 큰 금액의 이적료를 걸어놓는 것은 어떨까.

나는 이런 선수의 멋진 성공 신화를 보고 싶다. 오재석이 영원히 지금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 축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기를 기대한다. 수원 감독 오재석이 출장정지를 받을 때 무전기 대신 N석에서 열심히 응원을 한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진=강원전 오재석, 오재석 미니홈피 (c)김유진, 오재석 미니홈피 캡처]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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