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28 06:02 / 기사수정 2010.05.28 06:02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두산의 자랑거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파괴력 넘치는 중심타선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두산 중심타선은 약간의 진통이 있어 보인다.
김경문의 야심작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현수를 4번 타자로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김현수를 4번에 배치하면 팀 득점력이 더욱 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서히 팀의 중심을 김동주에서 김현수로 옮기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때마침 올 시즌 오재원과 이성열이 상위타선에서 잘하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부담 없이 김현수를 '4번 타자'에 배치할 수 있었다.
확실히 올 시즌 두산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보다 좋다. 그러나 김현수의 파괴력은 그렇지 않았다. 김현수는 올 시즌 개막전부터 지난 21일 잠실 LG전 까지 42경기 연속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성적은 타율 0.285 7홈런 28타점이었다. 나쁘지 않지만 김현수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다소 못 미쳤다. 그는 타율 2할대로 내려간 후 5월 초순 한 때 상승곡선을 그렸으나 이내 다시 주춤했다.
원대복귀
결국, 김 감독은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 김현수를 올 시즌 처음으로 5번으로 내리고, 4번 타자로 최준석을 기용했다. 최준석은 3경기 연속 4번 타자로 출전해 타율 0.300 5타점을 기록했으나 그 역시 4번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26일 사직 롯데전부터 김동주를 4번 타자로 원대복귀시켰다. 김현수는 '익숙한' 자리인 3번 타자로 돌아갔다.
그리고 3번으로 돌아오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이 타격감을 되찾고 있다. 지난 26일과 27일 김현수-김동주-최준석 클린업 트리오는 맹타를 휘둘렀다. 김현수는 5번 타자로 출전했을 때도 무안타에 그쳤지만 3번 타자로 돌아선 이후 4경기에서 18타수 8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최준석도 4번을 벗어난 이후 26, 27일 6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김동주도 4번 타자로 돌아와서 9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 클린업 트리오는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팀의 연패를 끊어내는 데 일조했다.
김현수의 운명
공교롭게도 김현수는 4번 타자의 '감투'를 벗으면서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연일 수 있다. 김현수는 분명 타순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지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김동주와 최준석도 마찬가지다. 김동주가 꼭 4번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잘 쳤던 것이 아니라 김동주는 올 시즌에도 타율 0.359 7홈런 20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변함없는' 강타자다. 최준석도 올 시즌 타율 0.331 7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5,6번 타순을 오가며 맹활약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4번 타자' 김현수에게 별다른 주문 없이 늘 하던 대로 하기를 원했지만, 김현수는 4번 타자에 부담을 느꼈다.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으로 초조해지면서 선구안이 다소 흔들렸다. 꼭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시즌보다 나쁜 볼에 자주 손을 댔다. 지난 시즌 1.36의 BB/K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에는 0.89로 약간 떨어졌다. 헛스윙률도 9.8%에서 11.1%로 늘었다. 지난 시즌부터 나타났던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은 올 시즌에도 타율 0.215로 계속되고 있다.
김현수는 여전히 풀타임 3년 차의 어린 선수다. 주변에서 '4번 타자' 김현수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4번 타자의 '상징성'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42경기만으로 4번 타자 김현수를 '실패'라고 단정 짓기는 성급하다. 생각보다 부진하긴 했으나 최소한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4번의 중압감을 버리고 익숙했던 3번으로 돌아와 타격감을 되찾고 있다. 김 감독은 그런 그에게 언제 다시 4번 타자를 맡길지 알 수 없다. 이번 경험이 약이 돼 언젠가 4번으로 되돌아가서 더 잘 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현수에게 타순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시즌 그가 지난 시즌에 비해 부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무서운 타자'다.
'4번 타자' 김현수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사항이다.
[사진= 김현수 (C)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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