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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IMF로 힘들던 대학시절, 박인수 테너에 많은 도움 받아"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10.16 11:35 / 기사수정 2019.10.16 11:3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기구한 운명을 겪는 유다 벤허가 돼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냈다. 예루살렘 귀족 가문의 아들이었지만 친구 메셀라의 배신으로 노예로 전락하고 가족을 잃어 복수와 원망 속에 사는 벤허를 섬세한 연기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소화했다.

뮤지컬 배우 카이(정기열) 이야기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 ‘벤허’에서 또 한 번 재발견된 카이는 2개월의 공연을 마친 소감으로 “많은 분이 사랑해주고 함께 해줘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여러 감정이 들어요. 일단 실감이 나질 않고 공연이 끝나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한편으로는 후련한 마음도 들고요. 표면적인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심란해질 것 같아요. (웃음) 다양한 감정이 떠오르는데 한 번의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 감사해요. ‘벤허’를 많은 분이 사랑해주고 함께 해줘 감사해요.”

‘벤허’를 끝낸 카이는 5년 만에 세 번째 정규 앨범 ‘KAI IN KOREA’를 발매한다. 이를 기념해 24일 LG아트센터에서 ‘카이의 서울 클래식’ 단독콘서트를 연다. ‘KAI IN KOREA’에는 ‘향수’, ‘메모’ 등 카이의 색채로 재해석한 한국의 명곡이 수록됐다. 뮤지컬 '벤허’, ‘프랑켄슈타인’ 등의 이성준 음악감독이 클래식 가곡의 형태로 편곡했다. 카이의 감성을 직접 담은 작사 곡도 포함했다.

“2014년 두 번째 정규앨범 ‘KAI IN ITALY'를 내고 시간이 흐르고 앨범으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준비했어요. 현재 한국관광공사에 공연 문화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올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 나가 많이 공연했어요. 뮤지컬 배우다 보니 뮤지컬을 부를 수 있고 한국 가수로 방문을 한 것이라 가요를 부를 때도 있어요. 외국인, 교민, 관광객을 앞에 두고 노래할 때 카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보여줄 만한 음악이 뭘까 고민했죠. 이번에는 한국과 관련된 카이스러운 음악을 재편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발매 기념으로 개최하는 ‘카이의 서울 클래식’에서는 크로스오버 뮤지션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까지의 카이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앨범 속 음악을 클래식 콘서트에 자연스럽게 녹여보고 싶어 진행하게 됐어요. 앨범 발매 겸 노래를 들려드리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클래식 마니아이기도 하고 일본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클래식 공연이 좋겠다 싶었고요. ‘피아노 한 대만 있으면 되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지리라고는 생각 못 했죠. 시간이 다가오면서 카이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팬들을 찜찜한 느낌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날 비롯해 회사 직원, 대표님, 식구들이 애정을 갖고 도와주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다가 스태프 회의에 참석했는데 ‘엑스칼리버’에서 볼 법한 엄청난 대가들이 앞에 앉아 있더라고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주위의 많은 훌륭한 분들이 도와줘 일이 커졌는데 클래식 주제 안에서 최고의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수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는 원곡 가창자이자 카이의 서울대 시절 은사인 성악가 박인수가 녹음을 함께했다. 박인수 교수는 카이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큰 의지가 된 존재였다.

“서울대 음대에 입학하고 박인수 교수님에게 사사했어요. 기존의 다른 교수님과는 달리 제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굉장히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한 분이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 IMF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교를 어렵게 다녔는데 그때 심적, 물적으로 박인수 스승님께 너무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고요. 교수님이 노래하는 자리에 절 대신 소개해줘 개런티를 받으며 생활하도록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요. 주점의 웨이터로 아르바이트한 적도 있는데 새벽에 찾아와 돈을 주시며 ‘노래할 사람이니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기도 하셨어요. 제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테너 박인수와 제자 카이가 함께 한 ‘향수’는 원곡 그대로의 감동을 담는다. 그는 “박인수 테너에 대한 헌정의 개념이자 새로운 버전”이라고 이야기했다.

“1991년에 발표한 곡인데 헌정의 개념이에요. 올해 80대가 넘은 스승님을 녹음실에 직접 모셔 둘이 앉아 이야기하듯 녹음했어요. 콘서트의 유일한 게스트로도 직접 참여하시고요. 아직도 풍채가 좋고 건장하시지만 목소리의 변화라든지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스스로 제자에게 해가 될까 봐 굉장히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동안 못 본 선생님의 모습이고 마치 우리네 아버지 같은 뒷모습에 가슴이 찡해졌어요. 선생님에게 연주복을 맞춰드리기로 했어요. 마치 장가갈 때 어머니에게 한복, 아버지에게 양복을 해드리는 마음으로 멋진 연주복을 맞춰 드릴 수 있어 영광이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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