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은 현대와의 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며 11점을 득점, 11-2 대승을 거뒀다.
올해 두산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이날 경기까지 세 차례. 그러나 잠실구장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다. 지난해 9월 20일 이후 처음. 근 1년 만이다. 재밌는 사실은 공교롭게도 현대전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두산은 현대를 10-0으로 제압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었다.
시즌 초반 물방망이 타격으로 꽤 애를 먹었던 두산은 타선의 세대교체와 최준석 영입 등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덕택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에 김동주가 복귀해 타선의 무게감이 한층 실렸다.
김동주는 전날 9회말 대타로 나와 4-6으로 쫓아가는 적시타를 터뜨리더니 이번엔 역전 스리런으로 두산팬들을 열광시켰다. 잠실에서 홈런을 터뜨린 것은 지난해 5월 27일 잠실 SK전 이후 처음. 김동주는 "오랜만에 홈런을 치고 더군다나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소감을 밝혔고 "하지만 4강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절대 쉴순 없다. 나 또한 쉬고 싶지 않다"며 결의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도 오랜만에 타선이 폭발한 것에 흡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김동주가 중요할때 홈런을 쳐줬고 용덕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등 모든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뒤 "끝까지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하겠다"며 막판 필승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은 오랜만에 봇물처럼 터지는 두산 타선을 보며 목청 높여 응원했다.
두산팬들은 이날 경기를 보며 옛 추억에 젖었을 법도 하다. 두산은 2000년대 초반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와 '우재주(우즈-심재학-김동주) 트리오'를 앞세운 화끈한 공격야구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면 팀도 변해야 산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이후 두산은 더욱 끈끈해진 타선으로 버텨왔다. 장쾌한 홈런은 줄었지만 타선의 응집력은 그때 그 시절 못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오랜만에 공격야구를 선보인 두산이 이 여세를 몰아 'KIA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은 8일 현재 KIA와 1.5게임차로 5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