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25 02:56 / 기사수정 2010.05.25 02:56
[엑스포츠뉴스= 일본 사이타마, 김지한 기자] 시대가 거꾸로 가는 분위기다. 한때 한국과 비슷한 실력을 보이거나 몇몇 국제 대회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던 일본 축구의 힘이 2010년 들어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일본 축구의 부진에 한때 기세등등했던 일본팬들조차 이제는 자국 팀보다 한국 축구의 선전을 바라는 눈치다.
그야말로 한일전에서 '일본이 없어졌던' 느낌이었다. 한국 축구가 24일 저녁,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지난 2월 3-1 승리 이후 또 한 번 완벽한 경기력으로 2-0 완승을 거두며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줬다. 한국을 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총력전을 펼쳤던 일본이었지만 오히려 한국이 경기 막판 여유있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일본 축구를 완전히 압도했다. 일본 대표팀 출정식 경기였던 만큼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마치 장례식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을 만큼 한국 축구의 기세는 대단했다.
이 경기를 앞두고 한국 축구는 일본과의 경기에 대한 실효성 논란을 놓고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는 했어도 경쟁력이 없고 맞춤형 상대도 아닌 일본과의 경기를 정말로 가져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수중전이 예정되고, 일본 축구가 거칠 게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부상에 대한 염려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이번 한일전에서 나름대로 운영의 묘를 살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본선에서 사용할 전술을 시험해보면서 모든 것을 다 얻어내는 실리 축구를 보여줬다. 한동안 부상에 신음했던 박주영(AS모나코)을 후반에 모두 뛰게 했는가 하면 박지성(맨유),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등 '원박쌍용'을 선발 출장시키며 본선에서 좋은 경기력을 내기 위한 담금짐을 흔들림없이 수행했다. 5만 7천 여 일본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 앞에서 선수들이 냉정함을 유지하고 짜임새있는 경기를 끝까지 잘 펼쳤던 것도 한일전에서 허정무호가 얻은 큰 수확들이었다.
반면 최정예로 나와도 한국 선수들의 특유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일본은 완전히 침몰하며 한국 축구로부터 한 수를 배우다시피 했다. 일본이 내놓은 해외파가 있기는 해도 한국 특유의 협력 수비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날카롭게 찔러지는 패스 역시 모두 한국 수비에 걸리면서 이렇다 할 결정적인 찬스도 많이 만들지 못한채 경기를 마쳤다. 그야말로 두 번 연속 한국에 굴욕을 당하며 자존심이 완전히 꺾인 분위기였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동아시아 축구 라이벌' 한국과 일본. 이 기세를 이어가 원정 첫 16강 목표를 향해 탄탄히 달리는 한국 축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고개숙인 일본 대표팀 (C) 산스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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