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배우 전여빈이 '멜로가 체질'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26일,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이은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전여빈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코믹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에서 전여빈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세상을 떠났던 남자친구의 잔상으로 힘들어하는 이은정의 모습을 그려냈다.
종영을 앞두고 만난 전여빈은 "시작할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끝나도 마찬가지다"라며 "몰랐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멜로가 체질'을 향해 달렸고, 서로 인연이 됐다. 남겨질 사람들이 감사한 그런 기분이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극중에서 홍대(한준우 분)의 죽음을 마주하고 오랜시간 트라우마를 겪었던 이은정. 그는 홍대의 환상을 마주하기도 했고, 힘들어하다가 결국 심리상담까지 받으며 자신의 슬픔을 토해낸다. 임진주(천우희), 황한주(한지은)가 유쾌했다면 이은정만큼은 슬픔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전여빈은 어떻게 이은정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을까. 가장 먼저 전여빈은 이병헌 감독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이병헌 감독님께서 문소리 선배님이 연출한 '여배우는 오늘도' 출연한 제 모습과 제 첫 주연작이었던 '죄 많은 소녀'에서 모습을 보고 제작자에게 '전여빈과 함께하겠다'고 했다더라. '극한직업' 개봉하기 전, '멜로가 체질'의 은정이를 제안해주셔서 미팅을 하게 됐다."
이병헌 감독에게 대본을 받았을 당시, 전여빈은 1-4부 대본을 읽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전여빈은 "은정이가 홍대의 환상을 안고 생활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극복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때 감독님이 저를 굉장히 신뢰해주셨다. 무조건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들었다. 사람이 누군가의 지지와 응원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믿음에 감사해서 더 잘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이며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은정이 말고도 다른 인물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때 모든 배역이 살아있고 색이 선명하다고 느꼈다. 마치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광장같은 느낌이었다. 그걸 읽으면서 '이렇게 떠든다면 신나는 작업이 될 거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며 들떴던 마음을 전했다.
전여빈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현실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유쾌함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전여빈은 "감독님이 선택한 배우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연기할 수 있게 현장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며 이병헌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멜로가 체질'은 첫방송부터 '30대의 청춘시대'라는 평가를 들었다. 또한 기존의 드라마와 달리 여성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멜로가 체질'에 들어가기 전부터 '청춘시대'나 '싱글즈' 등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전여빈. 그는 "제가 '그들이 사는 세상'도 정말 좋아했는데, 우리 드라마가 약간 '그들이 사는 세상' 느낌이 나기도 하더라. 제가 좋아하는 결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웃었다.
홍대의 죽음은 극중 이은정을 자살시도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날 전여빈 역시 이은정의 감정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글을 읽었을 때 은정이의 감정선이 너무 이해가 됐다.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를 알면서 정말 반가웠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트라우마나 사람에 대한 부재를 겪고 그걸 떨쳐내는 게 아니다. 홍대의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소민(이주빈)을 통해 위로를 받고 약한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 용기를 내비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다시 트라우마와 맞서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나름 정돈 있게 그려진다고 생각했다."
이어 전여빈은 "홍대의 일기를 보면서, '나를 위해서 너를 지켜줘'라는 대목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은정이가 겪은 이별은 지금 이순간에도 있을 수 있을 법하다. 뭔가 대변해주는 느낌이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아픔을 가진 이은정 캐릭터를 연기하는데는 어렵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전여빈은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제가 찍은 첫 번째 장면은 정말 코믹했는데 사실 그때는 이미 홍대를 떠나보낸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미소를 지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감독님의 디렉션이 있었고, 그 웃음이 키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은정이라는 사람이 이성적이면서도 표현이 절제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걸 통해서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사람마다 상실의 순간은 다르고, 큰 사건이 없어도 힘들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은정이가 겪은 큰 상실은 홍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저는 감정신이 많았다. 그때마다 스태프 분들도 '우리 NG 내지 말자'고 의기투합을 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다면 극중 이은정의 캐릭터와 전여빈의 성격은 얼마나 닮았을까. 이에 전여빈은 "저보다 더 멋진 사람인 것 같다. 신기하게 하면서도 닮았다는 생각을 잘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은정이라는 캐릭터를 알고 싶어 노력했다는 그는 "은정이의 기질이 저에게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경험을 하고 난 뒤, 참고 인내하다가 제대로 한 마디 하는 게 멋지더라.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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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