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8.18 02:06 / 기사수정 2006.08.18 02:06
- K-1파이터 레이세포의 쇼맨십에 네티즌들 갑론을박
일명 '부메랑 훅'으로 불리는 강펀치를 앞세워 인기몰이중인 뉴질랜드 출신의 K-1 파이터 레이 세포(Ray Sefo, 35)가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K-1 미국 GP 최종예선' 슈퍼파이트 원매치에 나선 레이 세포가 아젬 막스타이를 상대로 링에서 보인 쇼맨십이 K-1 수뇌부의 공개적인 지적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며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레이 세포를 둘러싼 이런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경기 중 이빨을 드러내놓고 웃는 것은 물론 상대에게 쳐보라며 얼굴을 들이미는가 하면 가드를 풀어버리고 도발을 유도하는 등 다른 K-1선수들과는 차별화 된 레이세포만의 이러한 모습들은 이제는 그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렸을 정도이다.
이러한 모습은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개성적인 모습을 어필하기도 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진지한 경기가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등 눈살을 찡그리는 팬들 역시 적지 않았다.
격투 팬인 최성진(29, 광고업)씨는 "경기가 한창 무르익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험악한 얼굴을 상대에게 들이밀고 가드를 내려뜨리고 흐늘거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길바닥 싸움을 하는 불량배를 보는 느낌까지 든다."라며 "약간의 쇼맨십은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지만 경기 시간 상당수를 그런 모습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말로 레이 세포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 박동일(32, 회사원)씨 역시 "레이 세포는 약한 상대와 싸울 때 특히 쇼맨십을 많이 펼친다."라며 "자신보다 조금 힘이 약하다고 해서 경기 내내 조롱에 가까운 모멸감을 쏟아 부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라고 말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엄청나게 강하다.'
레이 세포의 특이한 행동을 싫어하는 네티즌들 중 상당수가 꼬집는 부분이다. 레이 세포 경기의 특징 중 하나는 이변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빠른 동체시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위력의 양훅을 휘둘러대는 레이 세포의 위력 앞에 경험이 짧은 신인이나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여지없이 쓴맛을 보기 일쑤다.
'K-1의 싸움반장' 제롬르 밴너나 'K-1의 살아있는 전설' 피터 아츠마저 이따금 의외의 상대에게 덜미를 잡히거나 고전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무척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약자들과의 경기에서 레이 세포의 쇼맨십은 절정에 이른다.
상대를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다가 상대가 반격이라도 펼칠 기세면 슬쩍 가드를 내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다. 그리고는 어깨를 흔들며 힘 빠진 상대의 펀치를 슬쩍슬쩍 흘리고 금방 끝낼 수 있는 경기를 질질 끈다.
관중에게 키스를 보내고 손을 흔드는가 하면 심할 경우 알리 흉내까지 내며 얻어맞는 상대의 자존심을 땅 끝까지 짓밟아버린다.
어쩔 때는 경기 후에도 상대를 도발시킨 후 흥분해서 항의하는 상대의 안면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밀리는 경기 또는 고전하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유용한 수단의 하나로 쓰이기도 한다.
마치 반칙 프로레슬러를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레이 세포의 장점 중 하나는 무척 영리하다는 것이다.
언제나 팬들에게는 친절하고 인터뷰도 멋있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해도 무사시 등 지명도 높은 일본의 영웅에게는 지나친 쇼맨십을 삼가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등 가히 탤런트급의 이미지 관리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쇼맨십으로 똘똘 뭉친 레이 세포지만 피터 아츠(Peter Aerts), 어네스트 후스트(Ernesto Hoost), 앤디 훅(Andy Hug) 같은 강자들과의 경기에서는 특유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작년 그랑프리에서 붙었던 세미 슐츠(Semmy Schilt)와의 경기에서는 아예 삭발까지 하고 나와 결의에 찬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기도 했다. 물론 결과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끝에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물론 레이 세포의 이런 쇼맨십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많다. 남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 위풍당당, 사나이 중의 사나이 등 여러 가지 멋진 수식어를 써가며 레이 세포를 치켜세운다.
열렬한 팬인 김동찬씨(33. 유통업) 씨는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티가 날뿐인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다."라며 "어차피 격투기도 프로스포츠인 이상 어느 정도의 개성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레이 세포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쇼맨십을 전체적인 기준의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자는 것.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년 전에 비해 그를 싫어하는 팬들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쾌남아의 여유? 치졸한 분위기전환용?
양쪽으로 나눠진 격투기 팬들의 팽팽한 갑론을박, 앞으로 레이 세포의 경기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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