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의 불편한 감정에 시청자들이 이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낯선 서울, 허름한 고시원에 머물며 만만찮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윤종우(임시완 분). 타인들이 선사하는 불편을 겪으며 상상 속에서만 벌어졌던 과격한 모습을 서서히 내보이기 시작했고, 점차 지옥에 잠식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에게 시청자들이 안타까운 공감을 보내고 있는바. 이에 지옥 고시원 밖 평범한 사람들과의 일상에서 종우가 느끼는 불편이 우리의 공감을 자극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 하이퍼리얼리즘 사회생활
좁은 고시원 방에서도 틈틈이 소설 쓰는 일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작가를 꿈꾸지만, 먹고살기 위해 대학 선배 신재호(차래형)의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하고 있는 종우는 쉽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열등감이 가득한 사수 박병민(김한종)은 첫 출근날부터 “회사 대표랑 형 동생 사이라고 나대지 말라”면서 종우에게 적대감을 내비쳤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트집을 잡으며 종우의 회사 생활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종우의 여자 친구 지은(김지은)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사인 한고은(송유현)은 그녀에게 퇴근 직전에 동료의 업무를 대신하라고 지시하거나, 사소한 일들로도 은근히 비꼬았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사회생활의 불편한 단면에 시청자들 역시 “진짜 지옥은 어쩌면 고시원이 아니라 종우나 지은의 회사 생활 같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 호의와 무례 사이
종우의 회사 대표 신재호는 등장하는 순간마다 안방극장의 분노를 유발했다. 취직을 시켜줬다는 것을 빌미로 종우를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기 때문. 흥미로운 건 신재호의 행동이 그저 종우를 미워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점이다. 회사의 인턴 자리를 내어줬고, 밥이나 술을 권하며, 제 손으로 직접 택시를 태워주는 모습의 기저에는 분명 ‘어려운 후배를 위한다’라는 호의가 깔려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계 없는 호의는 때때로 무례로 변모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 마련. “우리 과에서 천재 작가 소리를 들었었다. 이 천재가 여기서 인턴을 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이냐”라거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종우의 사정을 친하지 않은 동료들에게 쉽게 이야깃거리로 들먹이며 “사회 초년생들은 다 그렇게 고생하며 사는 거다”라는 신재호로부터, 호의와 무례를 구별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서로에게 지옥을 선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시완과 이동욱은 “재호가 종우를 위해 하는 말들이 사실은 듣기 싫은 말이다. 나도 누구를 위한다고 하는 말이 상대방을 힘들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드라마가 지향하는 메시지다”라고 입을 모았다.
#. 가까운 타인의 무관심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종우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인 지은 역시 종우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순간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불편이 타인들의 무분별한 경계 침범에서 비롯됐다면, 지은은 가까운 타인의 무관심이 불현듯 선사하는 상실을 그려낸다. 고시원과 회사 안팎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종우에게 지은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에 “그런가”라고 힘없이 수긍하는 종우를 통해, 나와 가까운 타인의 무심함과 무관심이 우리에게 더 씁쓸한 지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시완은 “지은은 종우에게 큰 의미를 갖는 존재다. 그런 지은에게서 이해를 받지 못했을 때 오는 상실감이 클 것”이라며 “가까운 타인의 무관심이 만들어내는 상실감”이라며 종우와 지은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타인이 지옥이 되는 순간의 포인트를 짚어냈다.
한편 ‘타인은 지옥이다’는 추석 연휴인 오는 14일, 15일에 휴방한다. 제5회는 오는 21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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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