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7.27 17:51 / 기사수정 2006.07.27 17:51
“서울이 라이벌 감이 되나요? 오히려 제주와 함께 K리그 공공의 적입니다.”
“수원이 라이벌입니까? 언론에서만 라이벌이라고 하지 안 그래요.”
26일 수원-서울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양 팀의 팬들은 한결같이 서로 라이벌이 아니라며 ‘라이벌’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한쪽은 ‘우리의 라이벌은 오로지 과거의 안양’임을 다른 쪽은 ‘K리그 절대 지존은 오로지 서울’이라며 서로 칼날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라이벌’이라는 단어는 어울리게 보일 정도로 양 팀 팬들의 응원 열기는 너무나 뜨거웠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문구는 기본, 함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선수들도 이에 부응하듯 빠른 경기전개와 치열한 볼 다툼으로 경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양 팀 간의 경기에서 전술이나 체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견뎌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지체없이 야유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정신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 구단은 다른 경기 때보다 연습을 더욱 집중 있게 한다.
하지만, 양팀이 라이벌이냐 아니냐를 놓고 표현하기는 애매하다. 수원-안양이 라이벌이었지 수원-서울은 양 팀 팬을 비롯한 대다수의 축구팬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4년 안양을 버리고 서울로 연고이전 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축구팬이 서울로의 연고이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서울 팬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구단의 팬들로부터 서울은 공공의 적으로 찍혔고 수원 팬들 역시 서울이라는 팀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서울 팬들은 ‘서울이 좋아서 보는 건데 무슨 죄가 있느냐?’라며 다른 구단 팬들에게 맞대응하면서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겉으로 보면 차갑게 식은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서울이라는 카드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하다.
오히려 2003년부터 12경기째 무승 징크스를 수원에 안기고 있는 대전이 끼어들면서 수원-서울의 경기는 수원-대전의 관계로부터 차츰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이관우의 수원 이적은 수원-대전의 관계를 더욱 묘하게 만들었다. 경찰까지 동원되어 상대의 원정버스가 떠날 때까지 호위하는 수원-대전의 관계가 어떻게 보면 더 라이벌 같다.
그러나 서울을 안양의 연장선상으로 보았을 때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겉으로는 식은 듯하지만 여전히 내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다. 모여드는 관중부터가 다르다. 이날 경기에는 평일임에도 2만 4천의 관중이 경기장에 몰렸다. 두 팀의 경기 때 최대 관중은 3만 6천여 명이었다.
언론들 역시 여전한 라이벌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팬들 간의 신경전은 다른 팀과의 경기 때와는 달리 분명하게 관심도가 배로 증가한다. 인터넷상의 반응들도 하나같이 ‘깨부수자!’, ‘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이겨라.’, ‘누가 라이벌인가?’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단적인 예로 작년 10월 23일 수원이 서울에 0-3으로 참패했을 때의 벌어진 상황은 양 구단 관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잘 설명하는 지표다. 그 전부터 이어져 온 부진한 경기력이 이날 대패로 마무리되자 팬들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차범근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져도 하필 서울이냐며’ 말이다.
이런 것들은 26일 경기에서도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선수들이 기뻐 할 때 히칼도 선수가 수원의 서포터즈 클럽 ‘그랑블루’ 앞으로 와서 공을 들어올리며 약을 올렸다. 그러자 바로 관중석에서 물병 수십 개가 날아들었다. 외국인 선수조차 수원-서울의 관계를 알 만큼 긴장도는 극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양 팀의 관계는 분명 프로축구의 흥행수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설정이 필요하다. 그 확실한 설정의 답은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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