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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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보다 '무명'이 좋다

기사입력 2006.07.27 08:53 / 기사수정 2006.07.27 08:53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26일 핌 베어벡 신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입국하면서 한국 축구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다음달 있을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내년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와 2008년 하계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을 치르게 될 핌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 감독으로서의 지도력과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점검받게 되었다.

입국 하루 전인 25일 2002년 이전부터 함께 호흡해오며 친숙한 홍명보 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를 그대로 재신임하면서 이전의 진용을 흐트러짐 없이 갖추게 되어, 새로운 감독의 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는 큰 흔들림 없는 출발을 하게 되었다.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보다 긴 항해를 꿈꾸며 출범한 핌 베어벡호. 그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것이며, 훗날 우리에게 어떤 지도자로 남게 될까?

‘유명’보다 ‘무명’이 좋다

월드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선임된 베어벡 감독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역시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전무 한 그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었다.

네덜란드에서 FC 그로닝겐과 PSV 에인트호벤의 2군 감독을 역임하고 일본 교토 퍼플상가의 감독 등을 지냈지만, 국가대표 감독을 맡을 만큼의 역량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오랜 시간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만 해왔던지라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끌어나가는데 익숙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베어벡 감독의 그런 풋풋함이 지금의 한국 축구엔 더 어울릴 수도 있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을 지나간 감독들은 모두 감독으로서의 경험과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베테랑들이었다. 히딩크 감독이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고, 코엘류 감독도 우리 축구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분명 훌륭한 감독이었다.

이런 감독들은 수십 년 동안 감독으로서 자신이 걸어온 우직한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감독들은 대표팀은 물론이고 클럽팀을 맡아도, 그 팀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색깔을 존중하는 대신, 자신의 철학과 관련된 새로운 스타일을 입히길 원한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축구는 감독이 바뀔 때마다, 전체적인 팀 전술의 변화부터 시작해 늘 혼란과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만 했다.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며 수비 라인에 대한 점검부터 받았고, 이런저런 실험과 긴 과도기를 거쳐야 했었다.

아직 한국 축구는 특화된 색깔이 없는 과도기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또 다른 명장을 불러와 그 감독에 맞는 새로운 과정을 또 수행한다면, 이는 한 번 더 성장해야 할 한국 축구에 방해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핌 베어벡 감독의의 경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이기에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현실화된 전술과 전력의 구현이 가능할 수 있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입히는 대신, 한국 축구에 맞는 새로움을 찾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최소한 늘 걸었던 길로만 걷는 그런 습관은 없는 감독인것이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특성과 색깔을 잘 알고 있고 선수 파악도 어느 정도 되어있어, 우선 급격한 변화로 인한 커다란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명 능력은 검증되지 못했지만, 검증된 능력이 없기에 더 큰 발전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는 것이 핌 베어벡 감독이다

보다 멀리 보고, 그에게 걸어보자

축구협회는 핌 베어벡 감독을 선임하면서 ‘보다 먼 미래를 보고 차분하게 그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제발 이번만큼은 그 말이 소신껏 지켜질 수 있도록, 단단히 마음을 먹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굳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도자에게 몹쓸 짓을 해왔다. 1차적인 책임이 있는 협회의 무능력함을 탓하기 전에, 더 호들갑을 떨고 날카로운 화살을 쏘았던 언론과 축구팬들의 잘못도 컸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번 베어벡 감독의 선임의 목적은 12월 있을 아시안게임도 내년 7월에 열릴 아시안컵도 아니다. 그렇다고 베이징 올림픽은 더더욱 아니다. 그에게 A 대표팀은 물론이고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권까지 주었지만, 그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한국 축구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발전해주길 원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과도기인 동시에 확실한 세대교체를 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굳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문이 아니더라도, 2000년대 초 중반 주축을 이루었던 선수들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노려야 한다.
 
이런 과도기 탈출과 아울러 세대교체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꾸준히 정진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감독 한 사람의 역할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더 깊고 먼 곳부터 고치고 바꿔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개혁을 무시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검증받지 못한 감독이기에, 더 한 끈기와 기다림으로 그리고 진심 어린 격려와 질책으로 새로운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라야 한다. 그리고 아무런 검증도 받지 못했던 그 감독이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핌 베어벡 감독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게 될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2년 안에 한 대표팀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감독은 세상에 없다. 더 멀리 바라보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야 한다.

1991년 부임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독일인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 이후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는 일곱 번째 감독인 핌 베어벡 감독. 핌 베어벡 감독이 외국인 감독을 포함한 그 어느 지도자보다, 긴 시간 한국 축구를 지휘해주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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