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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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 상영된 '한 여름 밤의 스릴러'

기사입력 2006.06.28 10:36 / 기사수정 2006.06.28 10:36

윤욱재 기자


[엑스포츠 뉴스=윤욱재 기자]  어떻게 번트 하나에 주자가 모두 살 수 있었을까. 2루수 앞 내야안타에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지만으로 알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가 잠실구장에서 연출되었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삼성의 경기. 경기 후반까지 승패의 여부를 알 수 없을 만큼 경기 자체도 치열했지만 양팀 선수들은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플레이로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2-3으로 뒤지고 있던 두산은 6회말 홍성흔의 우전 안타로 귀중한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자 강동우는 최소 희생타를 기대하고 투수 앞으로 번트를 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투수 배영수가 잡았지만 때마침 1루수도 타구를 향해 쫓아왔고 그 사이 2루수가 1루 베이스를 커버하지 못해 1루가 텅 비어 버린 것.

강동우는 순식간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1루 베이스를 여유있게 밟았고 이것은 1사 2루가 될 상황을 무사 1,2루로 바꾸며 배영수를 강판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두산은 결국 대타 장원진의 좌전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삼성으로선 아쉬운 한 회였지만 8회초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로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8회초 박한이의 3루수 앞 내야안타 등으로 2사 2루의 찬스를 맞은 삼성은 양준혁이 우전 안타성 타구를 날리자 쉽게 점수를 추가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2루수 고영민이 다이빙으로 타구를 막는 투혼을 펼치며 이대로 점수를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때 순간의 틈을 파고든 박한이의 주루 센스가 돋보였다. 타자 주자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고영민은 1루에 송구했고 1루수 안경현이 박한이가 홈까지 들어올 것이란 생각을 못한 사이 박한이는 이미 홈플레이트를 밟은 상태였다.

박한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류중일) 코치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라며 "사실 상황이 애매했다"며 순간의 선택에도 신중했음을 밝혔다. 천금의 주루플레이에 만족감을 표시한 박한이는 "코치님 말씀을 따라야죠"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또 다른 볼거리는 국내 최고의 글러브질을 자랑하는 두산 유격수 손시헌이 무려 실책 2개를 저지른 것이었다.

1회초 조동찬의 타구를 처리하려다 실책을 범했던 손시헌은 5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김창희의 타구를 병살 처리하려다 송구 실책을 범해 순식간에 무사 2,3루의 위기로 만들었다. 이 주자들은 모두 들어왔고 앞서 1회에서도 조동찬이 홈플레이트를 밟은 바 있어 결국 혼자 3점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최고 유격수 반열에 오른 손시헌이 이날 실책을 범하는 순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쳐가지 않았을까.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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