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16 10:24 / 기사수정 2010.04.16 10:24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브라질을 이끌었던 두 명의 올드보이는 그들의 바람대로 대표팀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까?
월드컵 최종 명단 제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근 브라질 대표팀의 키워드는 10년이란 세월을 동고동락한 호나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월드컵 승선 여부일 것이다. 고집스러운 카를루스 둥가가 브라질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선발하지 않은 두 선수지만, 이들의 부활은 행복한 고민거리일 것이다.
한편, 이 둘은 코린치안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호나우두는 녹슬지 않은 득점포로, 카를루스는 위협적인 오버래핑을 바탕으로 둥가를 향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있지만, 이들의 대표팀 승선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삼바 토크 23편에서는 지난 시간에 다룬 호나우지뉴와 파투에 이어 호나우두와 카를루스의 대표팀 승선 문제에 대해 논하겠다. 다만, 지난 22편에서 둥가의 브라질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을 바탕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이들의 승선이 어떠한 도움을 줄지를 언급하겠다. (-삼바 토크가 칼럼이라는 핑계로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간 점은 독자들에게 양해를 바란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의 한 방은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황제 호나우두의 대표팀 복귀 문제는 지난 2년간 브라질 대표팀의 주관심사였다.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그는(AC 밀란 소속으로 2008년 리보르노와의 경기에서 그는 양쪽 무릎의 슬개건을 모두 잃게 됐다. 이미 오른쪽 무릎의 슬개건의 부상을 당했던 호나우두는 이날 왼쪽 무릎의 슬개건마저 다치며 고정 없이는 제대로 설 수도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코린치안스에서 갱생에 성공했다.
물론 100%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예전보다 비대해진 몸과 드리블 과정에서 드러나는 어색함은 브라질같이 유능한 자원이 많은 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호나우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미 지난 2006 FIFA 독일 월드컵에서 95kg에 육박한 몸을 이끌고 개인 통산 월드컵 최다 득점이란 기록을 세운 그에게 거구의 몸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삼바 토크를 위해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을 다시 봤다. 특히 호나우두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는데 크로아티아와의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움직임이 전혀 없던 그는 호주전을 필두로 살아난 모습을 보여줬다.
거구의 몸이기 때문에 수비 가담도 적을 것으로 보였지만, 가나와 프랑스와의 토너먼트에서는 2선까지 내려와서 상대 수비진에 위협을 주는 모습도 선사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브라질이 8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었기 때문에 호나우두 세대가 저물었지만, 운동장 위에 존재감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그의 존재는 브라질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호나우두의 최근 날씨는 흐림 후 맑은 편이다. 지난 시즌 말미부터 계속된 잔 부상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며 소속팀의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 막판 고공행진에 크게 이바지하며 물오른 컨디션을 과시했다.
비록 그의 전매특허인 괴물 같은 드리블과 돌파는 위력이 약해졌지만, 문전 앞에서 침착하고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만큼은 여전하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의 포워드가 득점력에서 의문을 낳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월드컵같이 큰 무대에서 베테랑인 호나우두의 한 방은 브라질에 반드시 필요하다.
간단한 예로 거구의 몸을 이끌고 출전했던 지난 월드컵 중 일본과의 조별 예선 3차전을 살펴보자. 참고로 경기 결과는 호나우두의 활약에 힘입어 브라질이 4-1로 이겼다. 상대가 약체인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무의미하고 시간적인 차이 때문에 보기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시할 수 있지만, 4년의 세월에 상관없이 그가 거구라는 점을 인지하길 바란다.
본론으로 돌아와 당시 호나우두는 현 대표팀의 중추인 호비뉴, 카카와의 호흡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횡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호비뉴의 도움에 힘입어 2번이나 골망을 갈랐다. 일본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기 때문에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상대의 공간을 노리는 모습은 그가 왜 황제인지를 입증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호나우두의 대표팀 복귀는 둥가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에서 이제는 사제지간으로 만난 둥가와 호나우두가 12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브라질의 월드컵 통산 6번째 우승을 위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현재까지 둥가가 철저히 호나우두를 배제한 점은 사실이나 아드리아누가 대표팀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음을 참작할 때, 그의 대체자로 호나우두를 뽑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카를루스는 브라질 왼쪽에 힘을 실을까?
호베르투 카를루스는 2006 월드컵이 끝나자 대표팀과 작별을 선언했다. 최악의 경기력과 성적으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심해진 시점에서 책임을 지고 대표팀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은 카푸의 빈자리를 마이콘과 다니엘 아우베스라는 정상급 후계자가 완벽하게 메운 것과 달리, 카를루스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둥가는 지우베르투와 클레베르, 안드레 산투스, 미첼 바스토스를 카를루스의 후계자로 내세웠지만, 이들의 기량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풀백의 공격 가담이란 요소만 봤을 때 앞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가담과 대인 방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주전으로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유일한 희망이었던 데포르티보의 필리페 카스미르스키는 부상 때문에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설사 돌아온다 하더라도, 둥가가 필리페를 본격적으로 기용한 것이 2009년 말이었다는 점과 그나마도 교체 자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그의 대표팀 합류는 큰 힘을 싣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카를루스의 대표팀 복귀는 어떨까? 최근 카를루스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 대표팀 복귀에 대한 관심을 직접 드러냈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었지만, 노장의 마지막 불꽃을 제대로 태우는 그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후배에 대한 민폐가 아닌 브라질을 위한 최선책이 될 것이다. 게다가 둥가도 카를루스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공격 전개 능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며 날카로운 킥력 또한 죽지 않았다. 비교적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없으며 재빠른 수비 가담도 여전히 유효하다. 호나우두가 백업으로서 대표팀에 공헌할 수 있는 선수라면, 카를루스는 당장에라도 자신의 상징인 6번을 달고 카나리아 군단을 위해 뛸 준비가 된 선수이다.
필자가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도 둥가는 월드컵 최종 명단 작성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브라질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잡음이 많은데 자국에서는 오죽할까? 본론으로 돌아와 대표팀 선수 선발은 둥가의 몫이라지만, 그가 제발 고집을 꺾고 자신의 가치관대로 대표팀에 필요한 실력 있는 선수를 데리고 남아공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호나우두 ⓒ 글로부 에스포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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