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김준한은 디테일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봄밤’에서 유지호(정해인 분)에게 마음이 돌아선 이정인(한지민)에게 집착의 끝을 보여준 권기석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천생 배우 같지만 알고 보면 의외의 이력을 지닌 그다. 노래 '응급실'로 유명한 밴드 izi의 드러머 출신이다. 연기자로 늦게 전향했지만 오히려 장점이 됐단다.
“이지(izi)는 사실 거의 활동 자체를 못 했어요. 상황이 그랬어요. 애를 썼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 와중에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고 팀이 흐지부지되고 하고 싶었던 걸 해봐야겠다 싶어 늦게 연기를 시작했어요. 28살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했고 독립 영화를 계속하다 ‘공조’, ‘박열’로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에 데뷔했어요. 3년도 안 됐지만 늦게 연기를 시작한 것도, 늦게 데뷔한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이 일을 하다 보면 매몰되는데 인간 김준한으로서 살 기회가 많았었거든요.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요. 앞으로도 기대돼요.”
김준한이 이지(izi) 드러머 출신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가 고정되고 싶지 않아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팀 내에서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했어요. 연기한다면서 어색하게 발을 걸치면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응원을 해줬어요. 프로필에 이지를 뺀 이유는 이미지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매 작품 인물로서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비워져야 보는 분들이 몰입할 수 있고요. 노력의 일환이죠. 밴드를 한 과거는 내 삶의 일부이지만 각인되지 않았으면 해요. 주위에서는 노래방에 가면 ‘응급실’을 부르라고 시켜요. ‘보컬 아닙니다’ 하고 부르죠." (웃음)
밴드 드러머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꿈은 늘 간직했고 차근차근 실현했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 화장품을 나눠주는 알바도 했고 연기하면서도 몇 년간 드럼 세션을 하면서 음악을 병행했어요. 그러면서도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막연하게 저런 작품에 출연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럼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내가 어떤 상태여야 할까 했고요. 지금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다른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면 나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생각하면서 공부해요.”
김준한의 과거 연기 선생님은 다름 아닌 배우 고준이었다.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2010년부터 고준 형에게 연기를 배웠어요. 형이 너무 잘 가르쳐줬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형이 스파르타식으로 잔소리를 많이 하면서 가르치는 스타일이에요. 배우는 기간에는 괴롭고 싸우기도 하고 왜 내 맘을 몰라줄까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어요.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해줬어요. 배우는 지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몸소 체험 시켜줘 감사해요.”
고준은 드라마 ‘미스티’, ‘열혈사제’에서 활약해 스타덤에 올랐다. 김준한 역시 ‘시간’, ‘봄밤’ 등을 통해 주연 배우로 올라섰다.
“제가 잘 돼 형이 너무 좋아하죠. 형이 먼저 활발하게 시작해 저도 응원했고요. 형이 ‘타짜2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대중에게 알렸는데 그때 제가 매니저를 했었어요. 형이 회사가 없던 시절이라 제 차로 운전하고 형이 월급을 줬어요. 작품에 대해 고민도 나누고 모니터도 해주는 추억이 있어요.”
김준한은 '박열', '허스토리', '변산',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간', '봄밤‘ 등에서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다”며 미소 지었다. 현재 37살인 그는 마흔이 되기 전에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목표도 정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품을 만드는 분들이 날 어떻게 봐주는지, 어떤 가능성으로 절 봐주는지 기대가 돼요. 그런 가능성을 던져줬을 때 재밌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고요. 그런 만남이 항상 기다려지죠.
할리우드의 꿈은 목표를 타이트하게 설정해두는 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정해봤어요. 10년 안에 상업 영화에 데뷔하자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기회를 얻게 됐어요. 그렇다고 할리우드를 빨리 갈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동료 배우들이 미국에서 많이 활동하고 길을 터주고 있고 한국 배우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이것도 막연한 기대인 거죠. 막연한 확신이에요. 분명히 그런 날이 올 것이고 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배우들이 글로벌한 시장에서 활약할 기회들이 많이 왔으면 해요. 그런 순간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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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