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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축구단을 가리는 '축구 잔치' FA컵이 한창이다. 지난 6일 1라운드를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으며, 오는 20일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2라운드서 펼쳐지는 경기 중 단연 이목을 끄는 경기는 부천 FC와 천안 시청의 맞대결이다. 1라운드에 참여했던 K3리그 8개 팀 중 대학팀에 홀로 승리를 거두며 2라운드에 진출한 부천이기에 관심이 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FA컵을 주최,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도 그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FATV가 출범하면서 K-리그 외 하부리그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 가운데. 이 KFATV에서 부천과 천안의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것이다. 축구팬들로서는 자칫 놓칠 수 있던 경기를 볼 수 있게 돼 KFATV의 출범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럼 KFATV에서 중계하는 FA컵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까? 1996년 시작된 FA컵은 매년 다른 리그 운영 방식으로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예선을 거쳐 본선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이 3개 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개 팀으로 그 자리가 늘어났다.
또한, 지난해까진 내셔널리그팀이라면 무조건 본선에 안착한 상태였지만, 올해부턴 내셔널리그 하위팀도 대학·K3리그 팀과 함께 예선을 치른다. 그래서 지난해엔 대학·K3리그·2종 클럽 등 총 18개 팀이 예선 3라운드를 거쳐 본선으로 향했지만, 올해는 내셔널리그·K3리그·대학팀 등 총 25개 팀이 예선 2라운드로 본선행을 가린다.
올해의 방식이 내년·내후년에도 쭉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간단한 예로 올 시즌 FA컵에 참여한 K3리그 9개 팀을 추린 방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K3리그는 총 17개 팀이 참여해 홈&어웨이 풀리그로 우승자를 가려냈다. 상위리그인 K-리그나 내셔널리그서 쓰는 플레이오프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상위리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지 않은' 플레이오프 제도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인터 리그’라는 축구계에선 흔히 들을 수 없는 제도를 차용해 K3리그 팬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어버렸다.
총 18개 팀이 참여하는 올 시즌 K3리그. 작년처럼 얌전히 풀리그를 택해주면 좋으련만, 굳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9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눈 인터리그를 사용하겠단다. 두 개 조로 나누고서, 각 조 2위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과 챔피언 결정전을 거쳐 우승자를 결정한다.
또한, 지난해엔 17개 팀 홀수라 매 라운드 한 팀씩 휴식을 한 데 이어, 올해는 한 술 더 떠 인터리그 탓에 이젠 라운드마다 2개 팀씩 휴식을 취한다.
황당한 행정에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당하기만 하면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K3리그 운영 방식이 바뀔 때마다 FA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작년엔 1위부터 9위까지 손쉽게 딱 잘라서 FA컵에 진출시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가. 일단 조가 2개로 나뉘어 있어 9위까지 자를 수가 없다. 각 조 5위까지 10개 팀 진출?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9개 팀이 있는 조에서 5위까지라면 FA컵의 권위가 떨어질 염려가 있다. 그렇다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레이오프에 오를 4개 팀만 진출시키자니 그것도 무언가 탐탁지 않다.
아무리 골머리를 써도 해법이 나오질 않는데, 대한축구협회에선 일단 닥친 상황에 맞춰 인터리그부터 차용해버렸다.
몇 팀이 됐건 K3리그 팀이 FA컵에 진출한 다음도 문제다.
세계 그 어떤 리그를 봐도 예선에서 연장전을 갖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올 시즌 우리의 FA컵은 그런 세계적인 것을 거부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생계유지를 위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선수 생활을 하는 K3리그 선수들에게 연장전은 고역이다. 현역 신분으로 정기적인 훈련과 합숙을 병행하는 대학팀들을 상대로 '남양주시민축구단'을 비롯한 K3리그 팀들은 연장전에서 줄줄이 나가떨어져 갔다. 형평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운영 방식이다.
승강제가 없는 지금의 현실에선 FA컵이 하부리그인 K3리그 팀들엔 또 다른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런 FA컵이 권위가 세워지고 전통이 생겨야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튼튼해지는 것인데, 대한축구협회는 그런 중요한 FA컵을 너무 안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라도 K3리그를 다시 풀리그 제도로 돌리고, 몇 위까지 FA컵 진출이라고 확정 지어 팬들에겐 믿음을, 팀엔 목표를 심어줘야 한다. 더불어 내셔널리그 하위권 팀들엔, 성적이 좋지 못하면 앞으로도 올해처럼 FA컵을 예선에서 시작할 수 있단 걸 알려야 한다. 이젠 이런 식으로 FA컵을 하나의 승강제 대안으로 활용하여 각 리그의 발전을 꾀해야만 한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챔피언스리그에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FA컵을 향한 각 팀의 자세도 달라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좀 더 정기적인 제도를 도입해 전통 있는 FA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진= 2010 하나은행 FA컵 1라운드 단국대 vs 남양주시민축구단 경기사진 (C) 남양주시민축구단 제공]
김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