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15 04:45 / 기사수정 2010.03.15 04:45
올림피코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향하는 선수는 바로 유벤투스의 주장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였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은 델 피에로는 전반 3분 다가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상대팀 시에나의 골망을 시원스레 갈랐다. 자신의 ‘통산 300번째’ 득점이 기록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7분에도 델 피에로는 또 한 번의 득점에 성공하며 이날 경기의 ‘완벽한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3-0까지 앞서나가던 유벤투스가 급기야 경기 막판 시에나에게 동점골까지 허용하면서 결국 3-3의 무승부로 마무리되자, 위대한 기록 달성의 기쁨을 누려야 할 델 피에로의 표정에도 어두운 그늘이 지고 말았다.
▲ 유벤투스의 ‘희노애락’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이번 시즌 유벤투스는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실패와 더불어, 현재 리그 5위에 머물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과거 2006년 ‘칼치오폴리(승부조작스캔들)’로 세리에B 강등의 아픔을 겪은 이후 다시 맞은 심각한 부진이다.
과거 유벤투스가 받아들여야만 했던 ‘리그 강등’이라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주장 델 피에로는 초연했다. 당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파비오 칸나바로, 지안루카 잠브로타 등 팀의 핵심 선수들이 더 나은 경쟁을 위해 떠나갔지만, 델 피에로는 유벤투스를 향한 변치 않는 충성심을 보이며 팀 잔류를 선언했다.
팀에 남은 델 피에로는 당당히 세리에B 득점왕에 등극하며 유벤투스를 한 시즌 만에 다시 세리에A로 복귀시키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담당했다. 승격 이후에도 변치 않는 노련미를 앞세워 세리에A 득점왕까지 연이어 차지하는 등 유벤투스의 ‘명가 재건’를 위해 앞장섰던 델 피에로였다.
이처럼 팀과 함께 울고 웃던 델 피에로는 이번 시즌 직면한 유벤투스의 심각한 부진과도 그 궤를 같이했다. 시즌 초반 당시 부상 여파로 델 피에로의 출장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팀은 부진을 거듭하며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 결국 치로 페라라 감독까지 경질되는 등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델 피에로가 부상을 털고 일어나고부터는 팀 성적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델 피에로는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유로파리그 아약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팀을 16강 고지에 안착시켰다. 유벤투스의 최근 리그 8경기에서도 6골을 기록한 델 피에로의 존재감은 여전히 컸다.
▲ 개인 통산 300골, 또 하나의 전설 새기다
사실 델 피에로의 통산 300골 기록까지는 그간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0년대 중반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경기 중 거친 태클을 당하며 심각한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부상 회복 후 눈에 띄게 감소한 스피드 때문에 예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줄을 이었다.
공격수로서는 작은 체구에, 스피드까지 둔화된 델 피에로였지만, 빛나는 발재간과 축구 센스는 여전했다. 오히려 30대에 접어들면서 득점력은 더욱 불을 뿜었다. 비록 1996년 발롱도르(올해의 선수상) 4위에 그친 이후로 ‘유럽 최고 선수’ 자리에 가까워지진 못했지만, 놀라운 꾸준함을 자랑하며 결국 통산 300득점 위업을 이뤄냈다.
통산 300골은 한 시즌 당 15골씩, 무려 20년 동안 꾸준히 지속해야만 이룰 수 있는 놀라운 업적이다. 이러한 위업은 호나우두, 라울, 반 니스텔루이, 필리포 인자기 등 한 시대를 대표하며 꾸준한 기량을 자랑했던 선수들만이 이름을 올린 흔치 않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역사동안 이탈리아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유벤투스에서 이미 최다 출장과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던 델 피에로는, 이번 300호골 득점으로 인해 ‘한 클럽의 전설’을 넘어서 ‘한 시대의 전설’로 불릴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301골을 기록한 델 피에로는, 지난 1990년대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던 ‘원조 판타지스타’ 로베르토 바죠가 기록했던 통산 318골 경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974년생으로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들 나이임에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장을 꿈꾸는 등 조국과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은 여전한 델 피에로. 팀이 흔들릴 때마다 맹활약을 펼쳐왔던 그이기에, 이번 시즌 닥쳐온 유벤투스의 위기를 벗어나게 할 델 피에로의 ‘눈부신 노익장’을 기대해 보자.
[사진 = 개인 통산 300골을 달성한 유벤투스의 델 피에로 (C)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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