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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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그들이 '검은 옷' 을 입은 이유는?

기사입력 2006.03.02 14:16 / 기사수정 2006.03.02 14:16

이권재 기자

[대한민국-앙골라전] 다시는 '연고이전'과 같은 불행한 일은 없어야


3.1절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6만관중이 들어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프리카의 신성 앙골라를 1-0으로 꺾고 기분 좋은 승전보가 울렸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유럽파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는 등 대표팀과 축구팬들에게는 축제의 날이긴 했지만, 평상시 경기와는 다른 점이 있어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과 시청자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바로 언제나 북쪽 골문 뒤 우리 선수들의 등 뒤에서 피치위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경기장을 내달렸던 대한민국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 가 이날 경기에서는 붉은 유니폼이 아닌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고,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대표팀의 날카로운 공세가 계속됐음에도 그 어떤 응원가나 선수호명(선수콜)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붉은악마에게 검은 옷을 입게 했나?


이날 경기에서 붉은악마와 K리그와 K2리그 15개구단(K리그 FC서울 제외)의 서포터로 구성된 '프로축구 구단의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이하 비대위)는 지난 2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이전 한 SK와 이를 용인한 K리그 연맹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전반전 검은 옷 착용과 경기 시작 후 10여 분간 침묵시위를 시행함으로서 축구팬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 것이었다.


연고이전.  지난 2004년 2월 2일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이전에 이어 정확히 2년 뒤인 2006년 2월 2일 SK가 부천에 연고를 정착한지 10년 만에 제주로의 연고이전을 강행했다. 

더구나 연고이전 사실의 언론 발표와 연맹의 승인이 연고도시인 부천시와 부천 팬들과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사실에서 부천 팬을 비롯한 축구팬들은 분노했고, 이는 2년 전 안양 팀의 연고이전을 막지 못한 것이 2년 뒤 부천 팀의 연고이전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반성과 함께 K리그 서포터 연합과 국가대표팀 서포터인 붉은악마까지 SK의 연고이전 부당성 알리기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이었다.




"슈/퍼/파/워/ 안양!", "부~천!!"  당분간 들을 수 없는 K리그의 팀 이름들


경기 시작 직후 10여 분간 어떤 구호도 어떤 응원가도 외치지 않던 팬들은 "연고이전 반대" , "슈퍼파워 안양", "부~천" 이란 구호와 비합리적인 연고이전을 강행한 SK를 비난하는 응원가를 연이어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2002년 이후 우리에게 낯익은 "대~한민국" 이란 구호나 응원가는 평상시에 비해 적게 불려 졌지만, 하루아침에 자신의 팀을 잃어버린 부천과 안양의 팬들에게는 새로운 FC안양과 FC부천의 탄생을 위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연맹과 구단, '연고이전' 금지에 대한 명문화가 필요하다.


분명 오늘 경기장을 6만 관중 중에는 연고이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경기 전 연고이전의 폐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외침은 얼마 전 모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됐던 꼭짓점 댄스에 의해, 경기 직전 N석에서 울린 "연고이전 반대" 라는 외침은 언제나 그랬듯이 너무도 훌륭한 상암 구장의 음향 시스템 하에 축구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의 팝음악에 의해 뭍혀 버린 것만 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축구 관계자들이 연고이전의 문제점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연고지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소수로 보일지 몰라도 전 국민이 그렇게도 열광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그 근간이 되는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K리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연고이전'에 대한 금지 조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기자의 귓가에는 "슈퍼파워 안양"과 "부천" 이라 외치는 그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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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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