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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가 주최, 주관, 운영하는 '축구 잔치' FA컵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일 예선 1라운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단'을 가리기 위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라운드는 지난 시즌 K3리그 2위부터 9위까지 8개 팀과 각종 대학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학 10개 팀이 맞붙는다. 그중 K3리그 7위 남양주 시민축구단(이하 남양주)은 U리그 우승팀 '강호' 단국대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창단한 남양주는 리그 참가 첫해 15개 팀 중 6위를 기록하며 당시 5위까지 주어지던 FA컵 진출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5위 서울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불과 2점으로 창단 원년에 FA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눈앞에서 놓친 남양주였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2009년을 맞이한 남양주. 하지만, 2009년도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6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한 것. 순위는 금세 10위로 내려앉았고, FA컵은 멀게만 느껴졌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착실히 승점을 쌓으며 시즌 후반에는 5연승을 기록, 4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대로만 가면 FA컵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남은 경기는 단 3경기. 상대는 천안, 이천, 경주였다.
FA컵을 향한 관문 중 하나인 천안을 상대하기 위해 남양주는 원정길에 올랐다. 천안과의 상대 전적은 3전 2승 1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러나 쉽게 풀어갈 것으로 보이던 경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바로 이른 시간에 실점한 것이다. 전반 6분 만에 실점한 데 이어, 45분에도 골을 내주며 0-2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반전이 끝이 났다.
남양주는 이대로 물러나지 않고 후반 들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최전방 공격수 여동원이 내리 2골을 집어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비기기만 해도 FA컵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남양주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후반 막판, 당시 득점 순위 2위의 전햇빛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2-3의 스코어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순위는 그대로 4위를 유지했지만, 경쟁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태로 실질적인 순위는 7위였다.
그런 상황에서 6위 이천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천안에 지면서 남은 이천, 경주는 반드시 잡아야 FA컵 진출이 가능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여동원이었다. 전반 막판, '남양주의 보물' 윤영환의 도움에 힘입어 여동원이 또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1-0. 이대로만 진행되면 FA컵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득점 한지 채 10분도 안돼 실점을 허용했고, 남양주는 추가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한 주 쉬고 마지막 상대인 경주와의 대결에서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최종 순위는 7위. 지난 시즌과 같이 5위가 커트라인일 경우 남양주는 FA컵 진출 실패였다.
남양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좌절하고 있던 순간, 희소식이 들려왔다. 대한축구협회가 FA컵 진출 가능 순위를 9위까지로 재조정한 것이다. 생각 못한 행운이 찾아왔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겨우내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꿈의 FA컵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상대는 U리그 우승팀 '강호' 단국대. 명장으로 소문난 신연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해가 바뀐 탓인지 천하의 단국대도 조금은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 32강에서 한남대에 1-2로 석패하며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시즌 초라 전열이 정비되지 못하고 조직력이 덜 갖춰진 것은 남양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밥상은 다 차려졌다. 이제 이 밥상을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달렸다. 창단 3년 차, 그동안의 불안 요소들은 제거됐다. 이제는 성적으로 보여줄 때다. 남양주를 가슴에 안고 뛰는 그들이 남양주 시민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지. 모든 건 내일 오후 2시, 경기가 열릴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결정된다.
[사진 제공 = 남양주 시민축구단]
김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