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01 07:33 / 기사수정 2010.03.01 07:3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20, 고려대)가 2일, 한국 선수단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선율에 맞춰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의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78.50의 점수와 합산한 228.56의 전무후무한 점수를 기록했다. 남자 싱글 선수 순위 9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점수를 받은 김연아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명연기를 펼쳤다.
여자 싱글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박빛나(26, 현 피겨 코치) 이후, 무려 8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올림픽 10위권 진입이 꿈같이 보였던 한국에서 피겨 역사상 단점이 없는 '무결점' 선수가 배출됐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한국 피겨의 역사는 김연아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지게 됐다. 하지만, 한국 피겨가 한층 안정되게 발전하려면 김연아 이후의 선수들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이 설립되는 점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김연아의 장점을 본받되 자신의 개성을 놓치지 마라
김연아의 기술과 안무, 표현력은 피겨 스케이팅의 교본과 같다. 정확한 점프와 탄탄한 기술, 여기에 우수한 스케이팅 능력까지 김연아를 보고 배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김연아와 똑같은 선수는 될 수가 없다.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자신만이 지닌 장점을 발전을 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김연아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 13위에 오른 곽민정(16, 군포수리고)은 김연아와는 다른 스케이팅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올 초에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곽민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국내 피겨 챔피언'에 등극한 김해진(13, 관문초)은 김연아와 곽민정과는 틀린 자신 만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김연아를 보고 성장한 차세대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모두 김연아를 가장 좋아하는 스케이터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스타일이 김연아와 똑같을 수는 없다. 자신마다 다른 개성을 지녔듯이 이들의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꾸준하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점이 가장 필요하다.
또한, 이들 선수에게 적합한 '맞춤식 교육'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사항이다. 국민생활체육회 스케이팅 연합 회장이자 빙속 국가대표 이규혁(32, 서울시청)의 어머니인 이인숙(55) 회장은 "시대가 변했듯이 천편일률적인 지도보다는 그 선수에게 적합한 맞춤식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그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여기에 적합한 훈련이 이루어져야 그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케이팅과 스핀이 가장 시급한데 다른 훈련에 시간을 쏟으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신채점제에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에반 라이사첵(미국, 25)과 김연아, 그리고 아이스댄싱의 테사 버츄(20)-스캇 모이어(23) 조는 모두 신채점제가 선호하는 연기를 펼쳤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지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북미와 러시아 등 피겨 선진국의 경우, 코치 혼자서 모든 것을 주관하지 않고 3~4명의 지도자가 한 팀을 이루어 체계적인 시스템을 완성한다.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점프를 비롯한 기술적인 부분을 지도받았고 안무와 프로그램은 데이비드 윌슨이 가르쳤다.
또한, 스케이팅은 아이스댄싱 선수 출신이었던 트레이시 윌슨이 담당했다. 오서-데이비드 윌슨-트레이시 윌슨으로 짜여진 '드림팀'은 김연아가 지닌 토털 패키지'의 가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인숙 회장은 "신채점제의 시대에서 지도 방식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김)연아가 피겨를 처음 배우러 왔을 때, 과천 아이스링크의 시스템은 지금의 북미 지역의 시스템과 비슷했다. 피겨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한데 뭉쳐진 종합 예술 스포츠다.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존재하듯, 지도방식도 세분화 되어야한다. 한국 피겨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도 방식이 좀 더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스케이팅 스킬을 가르치는 전문 코치는 아이스댄싱 출신 선수들이 많다. 점프를 하지 않고 빙판 위에서 현란한 스텝 연기와 율동을 선보이는 아이스댄싱 선수들은 스케이팅에 매우 강하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을 처음 배우던 시절, 아이스댄싱 출신이었던 류종현(42) 코치에게 스케이팅과 지상훈련을 지도 받았다.
그리고 캐나다로 건너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싱 동메달리스트 출신이었던 트레이시 윌슨에게 스케이팅을 배웠다. 빙판 위에서 매우 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실력과 현란한 풋워크는 탄탄한 스케이팅에서 비롯되었다. 김연아의 어린 시절, 프로그램을 담당한 변성진(40) 코치는 "개인적으로 아이스댄싱 출신 선수들에게 스케이팅과 기초를 배우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몇몇 아이스댄싱 출신의 지도자들이 있지만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아이스댄싱 팀의 계보가 끊겼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피겨 스케이팅이 균형 있게 발전하려면 남녀 싱글은 물론, 페어 스케이팅과 아이스댄싱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 중에서도 가장 예술적이고 스케이팅과 안무의 비중이 높은 아이스댄싱은 남녀 싱글 선수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 피겨의 문제점은 TES(기술요소) 점수에 비해 PCS(프로그램구성요소) 점수가 낮다는 점이다. 곽민정도 지난 1월 말에 열린 '전주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술요소 점수는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했지만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아직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지 않은 점도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선수 대부분은 좋은 기술에 비해 안무와 표현력의 부족으로 늘 국제대회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도 방식의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스케이팅과 안무는 반드시 발전되어야 할 부분이다.
주니어 시절,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면서 표현력에 눈을 뜬 김연아는 데이비드 윌슨이라는 거장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의 잠재된 '끼'를 무한대로 발산하게 됐다.
-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김해진, 곽민정 (C) 엑스포츠뉴스 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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